࿇ ══━━━━✥◈✥━━━━══ ࿇
당신은 적막한 신전의 성소에서 눈을 뜹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오래된 벽에는 알 수 없는 신화에 대한 이야기와
사람들이 신을 숭배하고 있는 그림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림을 물끄러미 올려다 보고 있다면 괜히 낯설지 않은 감정이 샘솟습니다.
익숙한 감정에 벽화를 둘러보는데,
많은 이들의 조아림을 받는 신의 얼굴만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에 퍽 의아해하던 순간, 발걸음 소리가 귀를 두드립니다.
진원지를 찾아 뒤돌아보면 그곳에는 문이 있습니다.
이내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옵니다.
상대의 실루엣에 촛불의 불빛이 닿자, 당신이 아주 잘 알고 있는 얼굴이 보입니다.
아롱거리는 불꽃에 드러난 얼굴은 '요한', 당신을 섬기는 신도.
신도…? 나를 섬기는...?
아, 맞아요. 당신은 신입니다.
이 신전도 당신의 신전이었죠. 왜 그런 중요한 것을 잊었을까요.
...아니, 잊은 게 아닙니다. 이미 알고 있었어요.
잠시 그저, 정신을 팔았던 모양입니다.
࿇ ══━━━━✥◈✥━━━━══ ࿇
𝗚𝗠𝗣𝗖 ╬ 𓊆✙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 ܓ ⏔
𝗣𝗖 ╬ 𓊆✙ 하루노 '베드로' 유키 ܓ ⏔
❛❛ 〔주의 말씀은 나를 안내하는 등불이며 내 길을 비춰 주는 빛입니다. 〕 ───〃⟡
〓 𝗖𝗛𝗔𝗣𝗧𝗘𝗥 ───➤ 꿈?
명령의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땅 위를 두 발로 걷는 자들이 당신 앞에 머리를 조아립니다.
경외를 담은 숭배의 시선.
당신은 그 광경에 눈을 찌푸릴지도 모르지만 어째서인지 그것들이 당연하게 느껴져 그들을 내려다보기만 할 뿐입니다.
하지만 그런 시간도 잠시, 눈을 한 번 깜빡일 때마다 머리를 조아린 인간의 모습이 하나둘씩 줄어들어 갑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그 모습에 어떠한 감흥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오히려, 숭배의 시선을 낯설어 했을까요.
아주 가끔은, 그 시선을 피해버리곤 했습니다.
인간이 모습이 하나, 둘, 줄어도 신경 쓰지 않았어요.
안심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건 인간이 사라질수록 숭배의 시선이 줄어들기 때문인가요?
좋습니다.
무심하게-하지만 그 기저에는 오히려 달가운 마음으로- 눈을 감았다가 뜨길 반복하면, 어느덧 그곳에는 단 한 사람의 인간이 당신의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
당신은 이 사람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사람은, 그리고 당신은…..
࿇ ══━━━━✥◈✥━━━━══ ࿇
〓 𝗖𝗛𝗔𝗣𝗧𝗘𝗥 ───➤ 신전: 성소
당신은 눈을 떴습니다.
인간의 왕이나 앉을법한 옥좌, 당신은 그 위에 앉아있습니다.
몸의 감각이 멍하니 어색하게 느껴지고, 어쩐지 꿈을 꾼듯한 기분입니다.
희미한 시야가 점점 또렷해지고 몸의 감각이 되돌아오니 그제야 내부 구조가 눈에 들어옵니다.
상당히 오래되어 보이는 돌로 만들어진 내부의 모습입니다.
가구라고는 제단으로 보이는 것들과 신을 모시는 곳에나 있을법한 도구들이 보입니다.
누군가 관리를 하는 것인지 먼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 눈동자를 깜빡이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려 합니다.
그러자 눈에 띄는 것이 있습니다.
〔커다란 벽화가 새겨진 벽면〕이네요.
하루노 '베드로' 유키커다란 벽화가 새겨진 벽면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갑니다. 저건...
오래된 벽에는 어떤 신화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사람들이 무언가를 숭배하고 있는 그림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것을 물끄러미 보고 있자니 꽤 익숙한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친숙한 기분에 벽화를 아무리 바라보아도, 숭배받는 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만은 모르겠습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벽화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자신의 얼굴을 더듬거립니다. 역시 잘 모르겠어요.
어쩌면 숭배받는 신은 눈꼬리가 축 내려가 있을 지도......
그때, 어딘가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옵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 발걸음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립니다.
진원지를 찾아 뒤돌아보면, 그곳에는 문이 있습니다.
당신이 자리를 옮길 사이도 없이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옵니다.
누군가의 실루엣에 촛불의 불빛이 닿자, 당신이 아주 잘 알고 있는 얼굴이 보였습니다.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
당신을 섬기는 신도.
신도…? 나를 섬기는...?
아, 맞아요. 당신은 신입니다. 이 장소도 당신의 신전이었죠. 왜 그런 중요한 것을 잊었을까요.
...아니, 잊은 게 아닙니다. 이미 알고 있었어요. 잠시 그저, 정신을 팔았던 모양입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고개를 기우뚱, 기울였다가...두 눈동자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자신의 이름이 불려도, 어딘가 멍한 기분이 들어 느리게 눈동자를 깜빡였다가 화들짝 놀랍니다.
"......아, 네, 네! 히데오카 님."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그런 당신의 반응에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가.
"신전 내부를 청소하다, 적적하신가 해서 잠시 왔습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아..." 단 한 사람의 인간. 당신을 바라보며 잠시 고민에 잠깁니다.
시선이 사라질 수록, 안심했던 것도 맞지만...
어째서인지, 당신만큼은 남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으니까요.
"...네, 적적...해요." 힐끔, 눈치를 살핍니다.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그런 당신에게 손을 내밉니다.
"그럼 잠시 거닐까요."
"신전 내부라도 말입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네, 좋아요."
머뭇이다가, 당신의 손바닥 위에 자신의 손을 올립니다.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무얼하고 계셨습니까."
당신의 손을 조심히 잡고 걸음을 옮깁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잠시, 생각하고 있었어요. 벽화라도 보면서요."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아, 벽화."
"그러고 보니 벽화도 보수를 해야 할 텐데."
그림이 그려진 벽을 무심히 쳐다보았다가 다시 시선을 돌립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너, 너무 무리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말합니다.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제 낛인 걸요."
"당신을 보필하는 것만이 제 기쁨이니... 그 기쁨을 부디 뺏어가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
당신의 부드러운 표정을 마주하면, 급히 시선을 피해버립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요. 괜히 이미 잘 알고 있는 신전 내부를 둘러봐요.
"...저, 저어...꿈을 꾼 것 같았어요."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신기한 일이군요."
"`신`은 꿈을 꾸지 않을 텐데도."
하지만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어떤 꿈이었나요?"
하루노 '베드로' 유키잠시 입을 다물었습니다. 꿈을 꾸는 것도, 몽롱한 감각도...전부 '신' 답지 않은 걸까요?
...그렇게 되면, 혹시라도 당신이 떠날까봐, 어쩔 줄 몰라하며 당신을 붙잡은 손에 힘을 줍니다.
"...히, 히데오카 님이...제 곁에 있으셨어요."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당신이 제 손을 강하게 붙잡으면 괜찮다는 듯 다른 손으로 당신의 손등을 두드려줍니다.
"하하, 늘 그렇듯이 말이군요."
하루노 '베드로' 유키"...네, 늘 그렇듯이요."
그것에 겨우 웃습니다.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자신 있는 반응이 아니신데요."
"제가 늘 함께 한 기억이 나지 않으시나요?"
하루노 '베드로' 유키"......"
"...저어, 히데오카 님."
"...저, 저를 떠나지 않으실 거죠?" 확인 받으려는 듯 입을 엽니다.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제가 유키님을 두고 어딜 가겠습니까."
"저는 당신의 신도인데."
하루노 '베드로' 유키"...그럼, 저어, 그..."
"...저어, 기억이 조금 이상해요."
"......" '신'이 어딘가 고장이라도 난 걸까요?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기억이 이상하다니."
"너무 피곤하셨던 걸까요."
당신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줍니다.
보아하니 야마토 또한 원인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차분하게 대답하고 있는 듯 하군요.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그럼 이렇게 할까요."
"이제 곧 경배 시간이니 제가 당신께 당신의 기억을 되찾게 해달라고 기도를 올리겠습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작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신'이니까요, '신도'가 불안해 하지 않도록이요.
"...꼬, 꼭 되찾을게요."
늘 함께 했던 당신이니, 그 기억을 잃고 싶지 않거든요.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그러자 야마토는 당신을 제단 앞으로 데려갑니다.
당신의 허리를 붙잡고 살짝 들어 제단에 당신을 걸터앉힙니다.
그리고 잠시 어디론가 향하더니, 물이 든 대야를 당신의 앞에 내려놓아요.
하루노 '베드로' 유키가볍게 들려 앉혀지는 것에, 눈을 깜빡입니다.
"...저어, 히, 히데오카 님. 이건요?"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경배 시간이니까요."
당연하다는 듯이 대꾸하고는 무릎을 꿇어요.
❛❛ 하루노 유키, 〔지능〕판정 ───〃⟡
CC<=80 지능(아이디어)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3 > 93 > 실패
분명 늘 겪어왔던 일인데도, 이 모든 것들이 어째서인지 어색하고도 흐릿합니다.
대야? ...향유? 뭘 하려는 용도였지?
경배라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제야 앞으로 이어질 일이 기억납니다.
야마토는 무릎을 꿇고 짧은 기도를 취합니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그의 모습은 경건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야 신을 경배하는 행위니까요.
하루노 '베드로' 유키"......" 제단의 끝을 잡은 손을 어색하게 쥐었다 폅니다.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이윽고 야마토는 당신의 발을 가볍게 쥐며 속삭입니다.
"위대하신 신을 뵙습니다."
위대한 신, 당신의 앞에 예를 갖춘 히데오카 야마토.
이제 당신이 허락의 말을 내리고 물에 발을 담그면,
야마토가 움직일 것입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네, 히데오카 님." 입술을 달싹거립니다.
잠시 망설이는 것도 잠시, 물에 발을 담급니다. 익숙하면서도 낯설어요.
찰팍,
미지근한 물에 당신의 발이 닿고,
허락의 말을 들은 야마토의 손이 대야 위로 잔물결을 만듭니다.
티 없고 보드라운 당신의 살결을 그의 거친 손이 여러 차례 매만지는데도, 당신의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당신이 이 느낌을 아주 잘 알고 있는 탓일 테지요.
그는 아무 말 없이 한참을, 정성스러운 손길로 당신의 두 발에 머뭅니다.
그 역시 이 행위가 익숙한 것인지 행동 하나하나에 서투름이 보이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이랬었던가,라고 기억을 되짚어보자면… 아니었지요.
오히려 지금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많이, 익숙해지셨네요."
당신의 머리카락에 시선이 닿습니다.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익숙해질 만큼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까요."
"어설픈 신도가 더 좋으십니까, 유키님."
하루노 '베드로' 유키"아, 아뇨? 그럴 리가...저는 히데오카 님이라면 좋아요!"
"...아!"
"아니, 그, 그런 의미가 아니라, 제가 많이 아끼니까요. 히데오카 님은요..."
귓가가 붉어진 채로 중얼거립니다.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그거 다행이군요."
그러다가 그의 손이 멈칫.
하루노 '베드로' 유키"......왜, 왜 그러세요?"
여, 역시 이런 말은 이상했던 걸까요...당신의 위에서 어쩔 줄 모릅니다.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아무것도 아닙니다."
천천히 고개를 젓더니 손을 빼 대야를 치우고선 수건에 손을 닦습니다.
그러다 이내 다른 수건을 들어 당신의 발 앞에 내밉니다.
방금 전의 머뭇거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듯, 마저 당신의 발의 정성스럽게 물기를 닦아냅니다.
발을 씻는 것에 비하면 아주 짧은 시간이 들 뿐입니다.
물기를 다 닦은 그는 수건을 바닥에 깔고, 향유가 들어있는 병의 뚜껑을 엽니다.
옥좌 곁에 향유의 냄새가 퍼지고 나른한 향과는 다르게 당신의 정신은 또렷해집니다.
또렷해진 정신에 눈을 한 번 깜빡이자, 당신 앞의 야마토가 보이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눈앞에 야마토가 아닌 다른 인간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 아니 그들은 여럿이며 여성의 모습도 남성의 모습도 보입니다.
당신은 그들을 하나하나 신경 쓰진 않았으나 그들이 당신의 신도들임은 알고 있습니다.
그 신도들은 당신의 발을 씻고 경배하며 제물을 바쳤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 지금을 자각하자 다시 시야에 야마토의 모습이 들어옵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천천히, 두 눈동자를 깜빡이며 당신을 담습니다.
...이건, 정말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일까요.
무심코 당신의 머리카락에 손을 뻗습니다.
당신의 발에 향유를 뿌리고, 그것을 쓸어내리는 당신의 유일무이한 신도.
자연스럽게 아까의 기억과 지금의 모습이 겹치고, 대조됩니다.
그 많은 나의 신도는 어디로 갔을까요?
지금은 왜 야마토 뿐일까요?
...모르겠습니다. 한 가지, 지금 당신이 느끼기에는, 당신의 곁에 있는 신도가 눈 앞에 야마토 하나 뿐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익숙하다는 것입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
'저'같은 신 보다는, 다른 신을 믿기로 한 걸까요?
모르겠어요. 히데오카 님은 절대 떠나지 않는다고 하셨지만...
...그들과 같이, 떠나버리면, 저는...
당신에게 닿았던 손길이, 부드럽게 거두어집니다.
너무나도 친애하는, 유일무이한 나의 신도.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은 상이었나요?"
향유를 뿌리고 나선 미끄럽지 않게 발바닥을 수건으로 살살 문질러줍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고작, 머리를 쓰다듬는 것으로도 '상'으로 생각해 주는 걸까요.
그것에는 옅게 웃었습니다.
"...히데오카 님에게는, 이정도로는 부족하죠."
"...다, 다른 '상'을 원하지는 않으시나요?"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저의 `신`께서 내리는 상이라면 뭐든......"
고개를 살짝 숙이고 당신의 '상'을 기다립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당신이 고개를 숙이면, 상체를 앞으로 기울입니다.
아주 조심스럽게, 깨지지 않게 당신의 어깨에 손을 올립니다.
눈을 감고 이마에 입술을 맞추어요.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이마에 물컹한 감촉이 느껴지면 고개를 들고 싶어 움찔거립니다.
하지만 나의 신이 허락한 곳은 이마 뿐이니...
조용히 '상'을 받아들입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움찔, 하는 것을 느끼고 살짝 미소 짓습니다.
"...히데오카 님."
"고개를 드세요."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네, 유키님."
이유를 묻지 않고 고개를 들어 당신을 마주합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당신과 시선이 맞닿습니다. 망설이는 것은 아주 찰나.
나의 '신도'에게 상을 내립니다.
당신의 입술에 내려앉아, 도장을 찍듯이 꾹 누릅니다.
꼭, 축복을 주는 것처럼요.
당신이 이 '상'을 내리는 것은 처음이던가요.
당신의 기억 속에는 없는 행위입니다만, 그와의 입술이 꼭 맞붙는 것이 익숙한 느낌이 듭니다.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당신이 그저 축복을 내리듯, 도장을 찍듯 입술을 누르면 살짝 웃습니다.
얼굴을 틀어 당신의 아랫입술을 강하지 않게 빨았다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물러납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힉...!?" 그 행동에는 놀라, 몸을 급히 떼어냅니다.
얼굴이 노을처럼 붉다 못해, 새빨개졌습니다.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술을 더듬거려요.
당신이 남았던 흔적을.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상'이랍시고 자신의 욕망을 따라간 자신의 신을 보며 미소를 머금습니다.
"위대하신 신이시여, 영원하소서."
당신이 물러나는 것을 지켜보며 마지막 기도의 문장을 경건하게 내뱉습니다.
"그럼, 대야의 물을 버리고 오겠습니다."
당신이 진정할 틈을 주겠다는 듯 천천히 일어나 밖으로 나가요.
하루노 '베드로' 유키당신이 밖으로 나가면,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허둥지둥 자신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가립니다.
바, 방금 그건...그러니까, 분명히 '상'이었잖아요? 저의 유일무이한 신도니까요.
신도가 바란다면, '신'은 마땅히 응답해야 합니다.
...'상'도 그것의 연장선일 뿐이에요.
으으,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해주는데도 얼굴의 열기가 식지 않습니다.
차라리 다른 생각을 하는 게 좋겠어요. 상황을 피하듯이, 제단을 둘러봅니다.
비교적 아까보다 선명하게 방 안의 모습이 보입니다.
당신의 〔옥좌〕와 그것을 둘러싼 수많은 〔촛대〕, 깨끗한 〔제단〕의 모습과 아까 보았던 벽면의 〔벽화〕, KPC가 드나들었던 〔문〕이 있습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앉아있었던 옥좌, 그것에 시선을 둡니다. 최대한 당신의 생각을 안 해야겠어요.
...아니, 싫어하는 건 절대, 절대로 아니고요.
당신이 처음 눈을 떴고, 늘 앉아왔던 옥좌입니다.
당신의 신도가 가장 열심히 관리한 것인지 오래되어 보이지만 먼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 하루노 유키, 〔관찰력〕판정 ───〃⟡
CC<=80 관찰력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0 > 30 > 어려운 성공
옥좌 앞에 야마토가 차마 가져가지 못한 듯 보이는 향유 병이 보입니다.
그것에 주의를 기울이자, 조금 떨어진 곳에 〔천 조각〕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천 조각? 히데오카 님이 잃어버린 걸까요? 그것을 주워 살펴보려고 합니다.
살펴본다면 단순한 천 조각입니다만, 쥐어 관찰하면 안에 〔둥그런 물체〕가 잡힙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그것을 꺼내보려고 합니다. 신이란 호기심이 많은 편이니까요. ...다른 신을 만나보지 못했지만.
이건... 자색 빛으로 빛나는 돌, 아니…, 보석인가요?
생각해보니 이 보석은 신전의 방을 열 수 있는 열쇠 중 하나였죠.
하루노 '베드로' 유키히데오카 님이 돌아오시면, 돌려드려야겠어요. ......
그런데 이 보석, 꼭 누군가를 닮았네요.
주변을 둘러보다가, 하늘이 보지 못하게 보석을 손바닥으로 가리고 입술을 맞춘 뒤 급히 떼어냅니다.
......이상한 일이에요. 분명 당신 생각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말입니다.
결국 다른 것에 시선을 돌립니다. 촛대를 바라봐요.
드문드문, 몇 개의 촛불이 꺼져있습니다.
그을음 어린 촛농이 불 꺼진 초 아래에 굳어 고여 있습니다.
평소 당신은 손짓 한 번으로 이 촛대의 촛불을 끄고 켤 수 있었습니다.
어쩐지 방안이 조금 어둡고 스산하게 느껴지는 듯도 하군요.
하루노 '베드로' 유키평소처럼, 손짓해 촛대의 촛불을 켜보려 합니다.
당신은 작게 손짓을 하고,
...이상합니다.
불이 켜지지 않습니다.
그럴 리가요?
당신에게 이 정도쯤은 아무것도 아닌 일이 아니었나요?
이를 자각하자, 당신은 눈치채고야 맙니다.
당신의 안에서, 그 어떤 신의 권능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을.
하루노 '베드로' 유키"......"
그것을 깨닫고, 뒷걸음질 칩니다.
'신'이라면 꿈을 꿀 일이 없다.
신도인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가 말해주었죠.
신의 권능이 없는 신.
그것을 알고도, 당신은 내 곁에 남으려 할까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제단을 확인해 봅니다. 무언가 이상이 있는 게 분명해요.
방금 야마토가 기도를 올린 제단입니다.
방 안의 다른 것들과는 다르게 유난히 새것처럼 보입니다. 특별한 건 보이지 않습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조금 실망한 듯, 작게 한숨을 내쉽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벽을 따라 벽화에 시선이 향하네요.
아까 보았던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여전히 숭배받는 신의 표정은 모르겠으나 저것이 당신이라는 것은 알 수 있습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 지금 자신의 표정도, 어떠한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보고 싶지 않아요.
혹여, 당신이 올까 봐...문으로 향합니다.
야마토가 들어오고 나갔던 문입니다. 당신의 권능이라면 손짓만으로도 열 수 있었을 문입니다.
문 근처로 향하면 문 가운데 자색빛의 홈이 보입니다.
...하지만 당신도 예견했겠죠.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이대로, 꼭꼭 숨어버릴까요?
문을 잠그고, 어둠 속에 몸을 숨기면...찾을 수 없을 겁니다.
자색빛의 홈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방금 당신이 주운 보석의 크기와 홈의 크기가 같습니다.
보석을 여기 꽂으면 문이 열릴 것 같네요.
하루노 '베드로' 유키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분명 상황은 나아질 겁니다.
어쩌면, 신의 권능이 돌아올 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권능이 사라진 탓에 이성도 마비 되었던 걸까요?
당장, 곁에 있었을 인간을 보고 싶어요.
떨리는 손으로, 보석을 홈에 꽂아 넣습니다.
〓 𝗖𝗛𝗔𝗣𝗧𝗘𝗥 ───➤ 신전: 홀
보석을 홈에 끼우니 굳게 잠겼던 문이 열립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
문이 열리자, 그것을 박차듯 뛰어 나옵니다.
문을 지나 앞으로 나서니 어느 정도 크기를 자랑하는 홀이 보입니다.
당신은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는 자리의 단상 위로 나왔습니다.
분명 이곳에서 당신은 당신의 신도들을 내려다보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역시나 아무도 없습니다.
단상 양옆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입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
"히, 히데오카 님..."
어쩐지 조금, 물기가 젖은 목소리로 오른쪽 계단으로 내려가려 합니다.
계단을 내려가며 벽면을 돌아보니 그곳에는 당신을 본뜬 조각상들이 보입니다.
상당히 오래되었고 심지어 마모되어 부서진 흔적도 보입니다.
그래도 이것 역시 누군가 관리를 한 모양일까요.
먼지는 적습니다.
다시 한 칸 한 칸 계단을 내려가다, 중간쯤에 도달했을 때 발판이 덜걱이는 계단이 밟힙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덜걱, 거리면 순간 휘청거리며 몸의 균형을 잃습니다.
넘어지지는 않았네요.
계단 발판이 이어지는 곳에 인공적인 틈이 보입니다. 열어 볼 수 있을지도요.
하루노 '베드로' 유키...이런 틈이 있었다면, 분명 히데오카 님이 알아차렸을 텐데요.
미처 보지 못한 걸까요? 그도 인간이니까요.
허리를 숙여 그것을 열어봅니다.
열어 보니 이 안은 수납 공간이었나 봅니다.
청소할 때 쓰일 법한 도구들이 들어 있네요.
그리고 그 안에서 붉은색 돌을 발견합니다.
이번에도 보석 같습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그것을 챙깁니다.
여기도, 저기도...당신의 흔적이 가득한데, 어째서 보이지 않는 걸까요.
틈을 닫아둔 후, 계단을 마저 내려갑니다.
계단을 마저 내려가 아래에 도착해 보니 새삼 어둡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도 그럴 게, 촛불이 가득 있었던 당신의 방과는 다르게 이곳은 넓은 크기에 비해 촛불이 전부 꺼져 있기 때문입니다.
불을 가지러 갈까… 싶을 즈음, 홀 중앙 촛불이 켜져 있는 것이 보입니다.
…? 조금 이상하네요.
보통 촛불의 빛이 흰색인가요?
의아합니다만 어쩐지 저 빛이 낯설지 않습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떨리는 몸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습니다. 촛불을 따라 허공을 더듬습니다.
...
당신의 손끝이 빛을 향합니다.
촛대 위에 머무르던 빛은 당신을 기다렸다는 듯 당신의 손끝에 머물고, 이윽고 당신의 안으로 들어갑니다.
생각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빛은, 이 힘은, 당신의 힘.
신의 권능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너무나 미약한 힘이라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겨우 촛불을 몇 개 켤 수 있을 정도일까요.
〔당신은 지금부터 조사 구역의 촛불을 한두 개씩 밝힐 수 있습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신의 권능이 흘러 들어오면...동시에 시야가 물기로 흐려집니다.
안심했습니다. 동시에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이런 건, 아직 '신'이라고 불릴 수 없어서...빨리 찾고 싶어요.
뺨으로 흘러 내리는 눈물을 따라, 어깨를 달싹입니다.
숨을 한 번 삼키고, 허공에 손짓하며 촛불에 불을 밝힙니다.
촛불을 밝히자 그제야 주변이 제대로 보입니다.
마저 둘러보면 벽이나 바닥이 상당히 낡고 마모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조금 전에 보았던 조각상들과는 다르게 먼지가 심하게 앉은 장소도 보입니다.
넓은 홀이라 관리가 힘들어서일까요?
그 외에 눈에 띄는 것은 보이지 않지만 아까 당신이 내려온 단상 아래 벽면의 〔문〕과, 홀을 가로지른 반대편의 다른 곳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보입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역시, 혼자서 무리하고 있었던 걸까요.
당신의 손길이 닿은 곳, 닿지 않은 곳...그것들을 둘러봅니다.
...어딜 가야 만날 수 있을까요.
"...히, 히데오카 님...여기 계세요?"
조심스럽게 단상 아래 문을 열어보려고 하네요.
단상 아래의 문은 역시나 돌로 이루어진 문입니다.
이것 역시 아주 오래되었음이 느껴지고 마모된 패턴을 보아하니 화려한 무늬가 있었을 듯 보입니다.
여기는… 당신에게 바쳤던 제물들을 보관하는 장소였던 것이 희미하게 기억납니다.
다만 문은 열리지 않고, 보석을 끼울 구멍만 황금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여기도 보석을 끼우면 열릴까요? 계단에서 발견했던 붉은색 보석을 끼워봅니다.
이곳에 쓰는 보석이 아닌 것 같네요.
황금색 보석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히데오카 님, 어디 계시는 거예요..."
보석을 다시 챙기고, 통로를 따라 걷습니다.
떼는 걸음마다 무거워요.
〓 𝗖𝗛𝗔𝗣𝗧𝗘𝗥 ───➤ 신전: 회랑
길게 이어져 있는 통로는 드문드문 촛불이 켜져 있지만 조금은 어두운 느낌을 줍니다.
촛불을 하나씩 켜 가며 나아가다 보면, 벽면에 그림들이 새겨져 있는 것이 보입니다.
〔벽화〕는 어떤 이야기를 뜻하는 모습입니다.
당신은 이미 이것의 이야기를 알고 있었을 터입니다만, 어쩐지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하루노 '베드로' 유키히데오카 님이 계셨다면, 알려주셨을 텐데.
도저히 당신 생각을 멈출 수 없습니다.
고개를 몇 번 좌우로 젖고는, 벽화를 응시합니다. ...지금은 '신'인 자신이 힘내야 하니까요.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 가며 벽화를 바라봅니다.
어떤 신화에 관련된 이야기 같습니다.
첫 번째 벽화에는 미약한 빛에 신으로 보이는 형체가 공중을 날고 있는 그림이 보입니다.
걸음을 옮겨 두 번째 벽화를 바라보면, 땅에 역병이 돌고 있는 것인지 사람들이 죽어 가고 있습니다.
세 번째 벽화에서는 사람들이 하늘을 향해 기도를 하고 있음이 보입니다.
네 번째 벽화를 보자, 첫 번째 벽화에서 보았던 신의 빛이 더욱 커져 있습니다.
이후로 인간들의 병이 나은 모습이 보이고, 사람들이 신을 찬양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신의 빛은 강대하며 마치 영원할 듯이 이어져 있습니다.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당신의 신전에 새겨져 있는 당신의 이야기입니다.
기억이 날 듯도 합니다만 까마득히 멀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하루노 '베드로' 유키입술을 꾹, 다물고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애씁니다.
고개를 숙이면 바닥에 투둑, 소리와 함께 물방울이 떨어지네요.
...어째서 일까요, 이유를 모르겠어요.
'벌'이라도 받고 있는 걸까요?
그렇다면, 저는 누구에게 기도해야 하나요.
허공에 손짓하며 아주 작은 권능으로 촛불에 몇 개 더 불을 밝혀봅니다.
그렇게 촛불에 불을 더 밝히며 걷다 보면...
넓은 회랑에 도달했습니다.
그대로 길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만 회랑 중앙에 작은 〔정원〕이 보입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눈물이 흐르는 것을 내버려둔 채로, 자기도 모르게 홀린 듯 정원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아주 작은 정원입니다.
작은 꽃들이 잔뜩 피어 있습니다.
하얗고 파랗고...
꼭 당신이 생각나는 꽃이네요.
정원을 빙 둘러 3개의 벽면에 문이 보입니다. 〔정면〕의 문은 가장 거대하며 〔좌측〕과 〔우측〕에 있는 문은 그것에 비하면 아담한 크기입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보라색 꽃도 심어두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가장 거대한 정면의 문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아무런 홈도 파여 있지 않지만 아주 거대한 문입니다.
이곳은 신전의 출입구입니다.
열리지 않습니다.
힘으로는 쉬이 열리지 않을 텐데요.
하루노 '베드로' 유키문을 힘으로 열심히 싸우다가...결국 포기한 뒤 손짓해 봅니다.
여전히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자신의 '신전'으로 가는 문 하나 제대로 열지 못하다니, 눈꼬리가 추욱 내려갑니다.
결국 아담한 크기의 좌측 문으로 향해요.
붉은색 홈이 파여 있는 문입니다.
이곳은… 서고로 쓰이던 장소였던 것 같습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붉은색 홈을 보고, 무언가 떠올려요. 황급히 붉은 보석을 꺼내 끼워봅니다.
그러자 문이 열립니다.
〓 𝗖𝗛𝗔𝗣𝗧𝗘𝗥 ───➤ 신전: 서고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오래된 책 냄새가 코끝을 스칩니다.
약간의 향유 냄새도 나는 것 같습니다만…
그 냄새를 눈치채고 시선을 옮기면, 그곳에는 책을 읽고 있는 야마토가 보입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히데오카 님!"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걸음을 재촉해 곁으로 다가가요.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안경을 낀 채 무언가를 읽어내리다가, 인기척에 고개를 듭니다.
"유키님."
책을 덮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당신을 향해 손을 내밀어요.
"그러다가 넘어지면 어쩌시려고."
하루노 '베드로' 유키부드러운 당신의 목소리를 들으면, 당신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싶어집니다.
저, 저...역시 이상해요. 무서워요... 하고, 눈물을 터트리면서요.
하지만, '신'이 아닌가요.
당신의 건넨 손을 지나쳐, 그대로 달려가 품에 안깁니다.
"...히, 히데오카 님..."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유키님?"
당신이 품을 파고들면 당황하면서도 등을 쓸어줍니다.
"또 `꿈`이라도 꾸셨나요."
하루노 '베드로' 유키눈물을 꾹, 참으며 고개를 절레여요.
"......"
어떻게 말할 수 있겠어요.
당신의 신이, 더 이상 신이 아니노라고.
그렇게 되면, 더 이상은 웃어주지 않을까요?
한참동안, 말없이 당신을 끌어안고 있을 뿐입니다.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당신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한참을 토닥여줍니다.
"역시, 이 신전이 외로우셨던 모양이지요."
하루노 '베드로' 유키"...네, 네."
"...히데오카 님이 안 보이셔서..."
"...쓸쓸했어요."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그래서 운 흔적이 있었군요."
그 짧은 사이 당신의 얼굴에 남은 눈물자국을 봤었습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그 말에 화들짝, 놀랍니다. 어, 어떻게 아셨지...?
고개를 숙이고, 몰래 소매로 뺨을 닦습니다.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그러지 말라는 듯 당신의 턱을 들어 올려 엄지로 눈가를 가볍게 문지릅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결국, 고개를 들어 붉어진 눈가가 문질러집니다.
"...이, 이제는 괜찮아요. 히데오카 님을 찾았으니까요."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눈가를 번갈아가며 가볍게 입을 맞춥니다.
"이렇게 여려서야."
"당신의 신도가 저라서 다행입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눈가에 부드러운 감촉이 닿으면, 눈을 깜빡입니다.
몇 초 뒤에서야, 상황을 깨닫고 얼굴이 붉어지네요.
"죄, 죄송해요. 갑자기..."
중얼거리면서 몇 걸음 물러나요.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괜찮습니다."
"이 또한 당신을 보필하는 방법 중 하나니..."
그렇게 말하던 야마토는 갑자기 헛숨을 들이켜며 급하게 서고를 나섭니다.
그를 뒤쫓으면 그가 신전 관리인들의 방, 지금은 야마토의 방일 곳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그림자를 쫓듯이, 당신의 뒤를 쫓습니다. 이제야 겨우 만났는데...
문 앞에 안절부절, 서서 입을 엽니다.
"...히데오카 님? 왜 그러세요?"
...
하지만 문 안은 조용하고, 무슨 짓을 해도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아마, 짧은 시간동안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문을 두드리고, 찾고, 애원했겠죠.
문에 고개를 쿵, 기댑니다.
"......말씀하고 싶어지시면, 꼭 제게 와주세요."
"...늘 그랬듯이요."
결국, 발걸음을 돌려 서고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당신이 읽고 있었던 책이 궁금해졌거든요.
서고로 돌아오면 책상 위에만 촛불이 켜져 있어 어두운 느낌을 다시금 받습니다.
다른 촛대에 불을 붙이면 방이 밝아지겠습니다.
불을 밝히고 서고를 둘러보자 많은 〔책장〕이 보입니다. 원래 이곳의 중앙에는 여러 인간들이 회의를 나누던 큰 〔탁자〕가 있었는데 지금은 흔적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바닥으로는 제 역할을 수행하지도 못할 만큼 낡은 〔카펫〕이 깔려 있습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책은 좋아했습니다. 읽으면 다른 인간을, 다른 세계를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요.
책장 앞으로 발걸음을 옮겨 살펴봅니다.
많은 책이 꽂혀 있는 책장입니다.
❛❛ 하루노 유키, 〔관찰력〕판정 ───〃⟡
CC<=80 관찰력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2 > 42 > 보통 성공
책장들을 돌아다니다 보면, 빈 허공에 아까 보았던 흰색 작은 빛이 둥둥 떠 있음을 발견합니다.
자세히 보니 이번에는 하나가 아니군요. 여러 개가 모여 있습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책장 사이를 돌아다니다, 무심코 작은 빛에 손을 뻗습니다.
약간의 간절함을 담아서요.
...'신'에게 기도를 하는 인간들의 마음이 이러했을까요?
빛은 자연스럽게 당신의 안으로 들어갑니다.
당신은 이 빛이 당신의 힘이란 것은 알고 있지만 여전히 왜 신전 안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부터 당신이 하나하나 의식하지 않아도 공간에 머무를 때 그곳의 촛불이 저절로 밝혀집니다.〕
당신이 권능을 회수하고 그 위치에 있던 책장을 바라보면, 어쩐지 너무나 익숙하게 느껴지는 책이 하나 눈에 들어옵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천천히, 호흡을 고릅니다.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기분이에요.
고개를 기우뚱, 하고 익숙하게 느껴지는 책을 빼서 봅니다.
...책을 펼쳐서 이리저리 살펴보면 종이를 하나 발견합니다.
잉크가 아닌 불에 그을린 듯한 글씨로 적혀 있는 메모, 이것은…
분명 당신이 새겨 둔 글자입니다.
〔기억이 완전히 돌아오면 몸에 남은 권능을 떼어 낼 것, 가지고 있다면 소멸한다.〕
❛❛ 하루노 유키, 〔지능〕판정 ───〃⟡
CC<=80 지능(아이디어)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 > 2 > 대단한 성공
이것은 당신이 쓴 글자가 맞습니다.
잉크도 없이 종이에 문자를 새기는 것은 당신이 무언가를 적을 때 쓰던 방식이니까요.
이것을 썼을 때의 기억이 얼핏 나는 듯도 합니다만 여전히 머리에는 안개가 남아 있습니다.
글을 남긴 의도라면 자신에게 남긴 글이라는 것 정도일까요.
한 가지 감이 잡히는 것은 여태 보았던 작은 빛, 당신의 권능을 남긴 것은 자신이며 그것은 기억을 되찾았을 때 행해진 일이고 이것이 맞다면 당신이 기억을 잃었던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글자를 아무리 다시 읽어봐도, 자신의 글자입니다.
어째서? 왜? 대체 누가 소멸한다는 것일까요.
이것을 몇 번이나 반복해온 것일까요.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
당신이라면 정답을 알고 있을까요?
고개를 돌려, 많은 인간들이 앉았던 탁자로 시선을 옮깁니다.
지금은 누구도 없네요.
그가 책을 읽던 곳입니다. 위에는 깃펜과 그가 읽다 내려 둔 책, 〔수첩〕이 하나 보입니다. 책상 아래에 〔서랍〕이 있습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당신이 앉았을 곳에, 대신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꼭 당신이 곁에 있는 것만 같아서요.
...개인적인 내용은 보면 안되지만요. 당신은 나의 '신도'니까 한 번만 용서해주길 바라고 있어요.
신이 신도에게 용서를 구하다니, 제법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눈을 꾹, 감았다 뜨고 수첩을 살펴봅니다.
열어 보면 무언가의 수를 세듯 막대기가 그어져 있습니다.
오늘 체크한 것으로 보이는 잉크의 흔적이 보이는군요. 숫자를 세어 본다면 21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다른 흔적은 없을까요? 예를 들면, 글씨라던가요.
다른 흔적은 없습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히데오카 님의 글. 보고 싶었는데..."
조금 아쉬워 하며, 수첩을 내버려두고 서랍을 열어봅니다.
서랍 안에는 낡은 수첩이 여러 개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수첩 안에는 별다른 문자가 없고 무언가의 횟수를 기록하듯 펜으로 선이 그어져 있습니다.
첫 장부터 마지막까지 막대만이 그어져 있고 결국 수첩을 가득 채워 버린 모습입니다. 다른 수첩을 살펴도 똑같습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결국, 아무런 글자를 보지 못한 채 서랍을 닫습니다.
앉아 서고를 둘러보면, 낡은 카펫이 눈에 들어와요.
낡은 카펫의 모서리를 살펴보면 누군가 카펫을 치웠던 적이 있는지 여러 쓸린 흔적을 발견합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
몸을 일으켜, 카펫을 치워봅니다.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아마도.
낡디낡은 바닥의 모습이 보입니다.
바닥의 모양을 보아하니 무언가 네모난 틈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것을 인지하고 보니 손잡이처럼 보이는 작은 구멍이 보입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무언가 생각할 틈도 없이, 손을 뻗어 손잡이를 잡아당겨 봅니다.
안에는 낡아 부서질 듯한 책들이 보입니다. 도대체 얼마나 오래된 책인 걸까요? 책들을 살펴보는 중, 황금빛 돌이 눈에 들어옵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 책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렇게 낡은 책도 있었나요?
책이 부서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황금빛 돌을 꺼냅니다.
이 또한 어딘가의 문을 열 수 있는 보석인 듯 하네요.
하루노 '베드로' 유키...서고에 좀 더 있고 싶지만, 아직 석연치 않은 점이 많습니다.
서고에 나와, 당신이 머무는 문 앞에서 인기척을 살폈겠네요.
...
...
여전히 안에서 인기척은 없습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당신의 이름을 끝내 부르지는 못한 채, 발걸음을 돌립니다.
아까 미처 보지 못했던 우측 문에 다가가 봅니다.
우측 문은 파란색 홈이 파여 있는 문입니다. 이곳은… 신전 관리인들이 휴식하는 장소였던 것 같습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휴우,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홀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힐끔, 당신이 있을 문을 힐끔거리고 걸음을 옮겨요.
당신이 걸음을 내딛으면, 촛대의 불이 밝혀집니다.
어둑하던 통로도 당신의 걸음을 따라 빛으로 채워져 갑니다.
통로를 지나면 벽화의 이야기는 반대로 흘러갑니다.
많은 사람에게 숭배를 받아 강한 빛을 가진 당신의 모습에서 처음의 모습이 되기까지 그렇게 많은 걸음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다시금 홀에 도착하면 단상 아래에 창고로 향하는 문이 보입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단상 아래 벽면에 붙은 문에 다가가, 아까 발견했던 황금색 돌을 열심히 끼워봐요.
굳게 잠긴 문에 황금빛 돌을 끼워 넣으면 문이 저절로 열립니다.
열린 창고 안에는 단 하나의 불빛도 보이지 않는군요. 당신이 들어가야 안을 밝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문이 열리면, 입가에 미소가 띄워집니다. 망설임 없이 그곳으로 발을 뻗어요.
당신이 안으로 발을 딛자 창고에 있던 촛대에 불이 밝혀지며 방 안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다만, 안의 내용물은 소박하기 짝이 없는 모습입니다.
원래라면 당신에게 바쳐진 물건들, 보석으로 만들어진 장식품들과 화려한 조각, 금덩이, 온갖 사치스러운 물품들이 있어야 할 장소입니다.
하지만 안에 들어 있는 것들은 어디서 가져온 것인지 알 수 없는 불명의 골동품과, 특이하게 생긴 돌멩이, 투박한 장신구와 심지어는 말라 부서질 듯한 나뭇잎도 보입니다.
곧 이것이 야마토가 가져온 물건이라는 짐작이 듭니다.
언제부터 모았고 얼마나 신경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당신을 생각하며 가져왔을, 제물이라는 이름의 물건들이겠지요.
하루노 '베드로' 유키그것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습니다.
사실, 이런 것보다는...
"...제가 제일 필요한 건, 히데오카 님인데..."
짧지 않은 시간, 그곳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결국 몸을 돌립니다.
당신이 몸을 뒤돌리면...
야마토의 흔적들이 당신에게 하나의 힘, 당신을 향한 숭배의 마음으로서 당신의 기억에 덮여 있던 안개를 걷어 냅니다.
야마토의 제물을 받은 유키의 모든 기억이 돌아옵니다.
...
...
수억겁의 시간, 당신은 신으로서 존재해 왔습니다.
당신은 태초부터 존재했으나 완전한 존재였던 것은 아닙니다.
세계의 탄생과 함께 만들어졌으며, 인간의 믿음에서 강대한 힘을 얻어 진정한 신이 되었습니다.
그게 이 세계의 ‘신’의 존재이며 법칙이었습니다.
과거의 인간들에게는 신이 필요했습니다.
그들의 필요에 의해 당신은 절대적인 권능을 가진 위대한 자로서 군림했고, 당신에게는 그들을 내려다보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변하지 않을 존재이고 인간은 그렇지 못한 존재입니다.
인간들은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신의 존재를 잊어 갔고, 당신을 불신했으며, 심지어 증오하는 인간도 생겼습니다. 그렇게 하나둘 당신의 신전을 떠나고, 당신은 그만큼의 권능을 잃어 갑니다.
그런 당신의 곁을 유일하게 지킨 신도가 있었습니다.
마지막 신도, 야마토.
그는 당신의 곁에 남아 당신을 숭배하길 기꺼이 여겼습니다.
이유는… 글쎄요, 알 수 없었습니다.
당신에게 그의 감정은 너무나 생소한 것이었으니까.
단순히 감정만으로 자신에게 헌신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입니다.
잠시 그와 함께했던 날들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당신은 신격을 잃고 인간이 되어 '하운드'라는 존재로서 활동했던 적이 있습니다.
인간이 되는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은 당신을 '죽었다'고 판단했거든요.
그렇게 '하운드'가 된 당신은 야마토를 만났고, 그는 당신을 아꼈습니다.
야마토는 다시 한 번 상실을 경험하고 싶지 않아 당신이 영원하길 바랐습니다.
그 마음은 곧 하나의 숭배가 되었고, 야마토는 자연스레 당신의 '신도'가 되었죠.
그러나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인간은 영원한 존재가 아니며, 이 자가 늙어 죽으면 자신에겐 단 한 명의 신도도 남지 않게 될 것을.
그렇게 되면 당신은 영원한 소멸의 끝에 도달할 것입니다.
당연한 마지막을 받아들이려는 당신에게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고 맙니다.
어느 날부터 당신은 눈치챘습니다.
야마토, 그 존재가 더 이상 늙지 않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는 언제나의 모습으로 당신을 안아줬으며, 이끌어주었고, 경배했습니다.
10년, 20년, 30년이 지나도요.
의아함을 느낀 당신은 결국 야마토에게 원인을 묻기 위해 그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보았습니다.
살갗이 썩어 들어가고 수복하기를 반복하는 사람 형태의 덩어리를, 고통에 몸부림치는 인간을 말입니다.
그것은 분명 야마토였습니다.
그 광경을 본 당신은 바로 원인을 추론합니다.
그는 금기된 주술인 불사의 영역에 손을 대었고 불사의 몸이 되는 것에 성공했을 것입니다.
그것의 대가로 몸이 썩어 들어가는 지금에 이르렀겠지요.
당신은 처음 이 모습을 보았을 때, 그에게 무슨 말을 건네었나요?
하루노 '베드로' 유키......
아무 말도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요.
...당신은 이제 모든 기억을 되찾았습니다.
당신이 기억을 잃게 된 것이 당신을 향한 믿음을 가진 존재가 야마토 뿐이어서라는 것도, 기억을 잃었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것도, 그만큼의 세월이 흘렀다는 것과 야마토의 존재로 인해 당신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가 죽으면 당신은 영원히 소멸할 것이라는 사실까지요.
당신에게 돌아온 기억과 야마토의 제물로 인해 새로운 권능이 축적되었습니다.
그리고 느껴집니다.
지금이라면 야마토가 들어간 방의 문을 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보지 못했던 끝을 봐야겠지요.
당신이 기억이 돌아올 때마다 남겨 뒀던 당신의 나머지 권능은 야마토가 머무르는 방에 있을 것입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역시, 이럴 때 '신'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요?
웃어야 할까요? 울어야 할까요? 화내야 할까요?
"...저는 그때나, 지금이나..."
".....히데오카 님의 도움이 되지 못하네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닿지 않을 사과가 방 안에 울립니다.
"......역시, 이런 이야기는 직접 만나서 해야겠죠?"
늘 당신이 나를 만나러 와주었으니,
이번에는 나의 차례입니다.
망설임없이 걸음을 옮깁니다. 나의 신도, 아니...나의 파트너의 방으로.
왔던 길을 되돌아갑니다.
그의 방의 문은 여전히 잠겨 있지만 지금의 당신은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아마도 고통에 찬 자신의 모습을 숨기기 위해 문을 닫았겠지요.
이제 열쇠 따위가 없어도 당신의 힘으로 문을 열 수 있습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히, 히데오카 님."
"...저, 들어갈게요. 놀라지 마세요."
잠시 시간을 두고, 손을 뻗어 문을 열어봅니다.
문이 열리면 불이 꺼진 어두운 방이 보이고 어두운 방 안을 별처럼 수놓고 있는 하얀 빛, 당신의 권능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빛 아래로 지친 듯 숨을 헐떡이는 야마토가 보입니다.
문이 열리는 것을 느낀 야마토가 당황한 표정으로 당신을 올려다봅니다.
고통이 막 끝났던 참일까요.
그의 얼굴 한구석의 썩어 있는 살이 수복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갈라지는 목소리로 당신에게 말합니다.
"유키님."
하루노 '베드로' 유키"......시, 싫어요."
"...라고 말하면, 슬퍼하실까요?"
그의 방 안을 채운 별빛과도 같은 권능들이 이제 당신에게 되돌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알 수 있습니다.
당신의 권능, 저 별들 하나하나가 야마토의 믿음이라는 것을요.
억겁의 시간을, 수천수만 명의 몫까지 당신을 숭배한 야마토, 그의 믿음이 별이 되어 반짝이고 있습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네."
당신의 믿음이, 별자리가 되어 눈동자에 박힙니다.
그것을 한껏 눈에 담고...
천천히 눈을 감습니다.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당신이 눈을 감고 있는 동안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썩은 신체를 수복합니다.
구겨진 수단자락도 제대로 펴고,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주변을 정리해요.
그러고선 당신에게 천천히 다가갑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당신이 다가오는 인기척이 느껴지지만, 눈을 뜨지 않습니다.
늘 그랬듯이.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
유약한 성정을 가진 나의 `신`, 나의 `파트너`를 내려다 봅니다.
천천히 당신의 볼을 매만집니다.
"유키님, 늘 그렇듯 제 기도를 들어주실 수 있습니까."
하루노 '베드로' 유키볼을 매만지는 것에, 움찔하지만 눈을 뜨지 않았습니다.
"...네, 네. 말씀하세요."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아무 기도나 승낙하지 말랬는데도."
쓰게 웃어요.
"저는 이 삶이 지속되길 바랍니다."
"제 기도를 들어주시겠습니까."
하루노 '베드로' 유키"......한 가지만 여쭈어 봐도 될까요?"
"........."
당신의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묻고 싶었던 것.
"......많이 아프세요?"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
"그래."
"하지만..."
"너를 잃는다면 그게 더 아플 것 같구나."
하루노 '베드로' 유키"......저희가 처음 임무를 했던 날, 기억하세요?"
"저에게 죽지 말라고 말씀하셨죠."
"그때 하지 못했던 대답, 지금 할래요."
그것과 동시에, 천천히 눈을 뜹니다.
뺨을 따라 눈물자국이 길게 이어집니다.
"........죄송해요. 그 기도는, 못 들어드릴 것 같아요..."
하루노 '베드로' 유키"......아뇨, 아니에요. 그게 아니에요..."
"......저는, 히데오카 님이 아프지 않으셨으면 했어요."
"...그 뿐이에요. 저는..."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하지만 나는 더 이상 누군가를 잃고 싶지 않단다."
"상실이 내게 더 고통일 테니."
볼을 만지던 손은 곧 당신의 뒷목으로 향합니다.
당신은 나라는 신도를 가진 뒤 신격을 회복했으니...
이 목줄은 효과가 없어진 지 오래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목줄을 채워둔 건, 이걸 채워둔다면 아무것도 모르던 그 때처럼 살 수 있을까 해서.
"하지만 형제님은 선택할 수 있겠죠."
"저의 상실과 고통은 오로지 저의 것이니까요."
"저의 사정을 봐줄 필요는 없습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
뒷목에 손길이 닿으면, 그 손을 붙잡고 당신을 분명하게 바라봅니다.
이미 알아버린 이상, 더는 되돌릴 수 없어요. 익숙했던 목줄은 이제 갑갑하게 느껴집니다.
“⋯아니, 아니에요. 히데오카 님.”
“⋯히데오카 님이, 아프지 않으셨으면 해요.”
하얗게 반짝이는 밤하늘, 당신의 믿음.
“⋯⋯만약, 제가 눈을 감는다면.”
“또, 또 잊어버릴까요?”
“⋯⋯이렇게 아파하시는 모습도요?”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그렇게 되겠죠."
"하지만 평소와 같은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겁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그, 그럼⋯.”
“히데오카 님은, 평소와 같이 아프시는 거잖아요.”
“⋯⋯⋯.” 입술을 꾹 다물고 바라보다가⋯.
“⋯⋯저, 히, 히데오카 님. 안아도 되나요?”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당신의 질문에 헛웃음을 내뱉습니다.
"그러고 싶다면요."
어느새 당신을 대하는 말투는 신도가 신을 대하는 말투로 돌아왔습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당신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품에 뛰어들어 안습니다.
눈물을 참아보려고 하지만 당신이 아파했을 나날, 그걸 새까맣게 잊어버린 나. 그것들을 떠올리면⋯.
⋯⋯내가 너무, 약하게만 느껴져요.
나는 당신을 한 순간도 지켜낼 수 없는 걸까요.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당신을 가만히 토닥여줍니다.
"형제님, 유키 님."
하루노 '베드로' 유키“⋯네, 히데, 오카 님.” 훌쩍이는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습니다."
"지난한 시간, 당신의 곁을 지키는 동안요."
"몇 번이고 기억을 찾고, 또 다시 잊고."
"그게 수없이 많이 반복되었지만 당신을 보필하는 건 큰 즐거움이었어요."
"그러니 잊었다고 본인을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하루노 '베드로' 유키“⋯저와 함께하는 동안, 즐거우셨나요?”
“정말요?”
붉어진 눈가로 당신을 올려다봐요.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그럼."
"네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날도 모두 즐거웠단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
이기적이게도, 당신의 ‘즐거움’이 계속 되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아파하는 모습도 보고 싶지 않아요.
“⋯권, 권능으로, 히데오카 님을 치료 할 수는 없을까요?”
그것이 나 자신을 잃게 되는 일이더라도요.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유키 님의 권능으로 저를 치료하면 유키 님이 사라지게 될 지도 모르는데요."
하루노 '베드로' 유키“⋯⋯.”
“⋯⋯그, 그런 건 괜찮아요. 무섭지 않아요⋯.”
당신의 품에 안겼던 몸이 짧게 떨립니다.
그리고 한 걸음, 두 걸음.
물러나요.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쓰게 웃으며 당신을 풀어줍니다.
"이곳에서 혼자 살아가봤자 이미 망령에 불과한 것을."
"그럼에도 저 혼자만을 살리고 싶으신가요."
"저는 이미 인간에게 허락된 나이를 한참은 넘겼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저를 살린다고 해도 몇 년도 채 되지 않아 죽겠죠."
"그래도 그게 당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신도는 그저 신의 뜻을 따르겠다는 듯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입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목줄을 차고, ‘하운드’가 되어 처음 당신을 만났을 때를 떠올립니다.
⋯끝이 정해진 만남.
죽지 말라는 말에 대답하지 못한 것은, 그럴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무섭지 않았나요?
떠날까, 버려질까, 죽을까, 매순간 두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당신이 곁에 있어주었지요.
⋯⋯아, 그래요. 알겠습니다.
“⋯⋯저, 저는, 히데오카 님과 헤어지는 것이 무서워요.”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누구나 이별은 무서운 법이죠."
"저조차도 아직 해결하지 못한 부분이니까요."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첫만남 때부터 말했던 것 같은데."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하루노 '베드로' 유키“⋯히, 히데오카 님도 무서워 하시는 게 있네요.”
두 눈동자에 비춰지는 당신은, 늘⋯.
“⋯.”
신은 기도하고 싶다면, 어떤 신을 찾아야 하나요?
⋯아, 그래. 딱 하나 존재하잖아요.
천천히 허리를 숙여, 무릎을 꿇습니다.
밤하늘을 등지고 서있는 나의 신을 향해서.
기도합니다.
눈물자국과 함께, 기도문이 후두둑 떨어집니다.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
그런 당신을 내려다 보다가 자신의 두 손을 잡고 기도하는 자세를 취합니다.
당신과는 달리 그 자리에 꼿꼿하게 서서.
"두려움이 없다면 그건 인간이 아니니까요."
"...베드로 형제님."
"유키 님."
"유키, 바라는 것이 있니?"
하루노 '베드로' 유키다정한 목소리와 함께 눈을 감습니다.
바라는 것. 그것은 순순히 입이 떨어집니다.
“⋯살아가 주세요.”
“⋯⋯저 같은 건, 잊어버리시고. 행복하게⋯.”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
"...잔인한 소원을 비는구나."
"정작 내 소원은 들어주지도 않았으면서."
"그래... 모두가 그렇게 떠나갔지."
하루노 '베드로' 유키“⋯⋯죄송해요. 저는 이런 이기적인 ‘인간’이에요.”
“시, 실망하셨어요?”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조금은."
"그래도 나를 조금은 가엾게 여겨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러지 않는 네게 실망을 하지 않았다고는 못하겠구나."
하루노 '베드로' 유키“⋯⋯그, 그럼⋯소원 하나만 더 빌어도 될까요?”
“⋯가끔씩만, 제 생각을 해주세요.”
“⋯아주, 가끔씩만⋯.”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나의 신께서는 잔인한 소원들만 비는군요."
"듣고 싶지 않았던 소원들만......"
"......하지만 들어줄게."
"너의 신으로서."
"...네가 바란다면."
하루노 '베드로' 유키“⋯네, 당신의 신도로서.”
“⋯바랄게요.”
“아멘.”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맞잡은 손을 풀고 당신의 양 어깨에 손을 올립니다.
그리고 축성하듯 당신의 이마에 입을 맞춰요.
"신이 죽으면 어떻게 되려나..."
"하긴... 너는 신이 아닌 '인간'으로서 죽는 게 되니 천국과 지옥 중 한 곳을 가게 되려나."
"혹은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다시 한 번 내세에 태어나게 될까."
"어느 쪽을 바라, 유키?"
하루노 '베드로' 유키“⋯⋯저는.”
“⋯⋯신을 모시는 신도로서, 태어나고 싶어요.”
“⋯그때가 되면, 제가 히데오카 님을⋯.”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그렇다면 그때까지 버텨봐야겠지."
나의 신도는 끝까지 나를 괴롭게만 하는군요.
너의 말 하나로 나는 인간으로서 죽을 수도 없게 되었어.
너를 가끔 떠올리며 인간으로서 남은 이곳을 마무리하고 죽을 날을 기다리려고 했는데...
네가 날 다시 찾아줄 지도 모른다는 그 가능성 하나 때문에.
나는 기어코 신이 되겠구나.
이게 억겁의 시간을 끌어온 대가라면 어쩔 수 없지만.
...
...
야마토가 당신의 이마에서 입술을 떼면, 천천히 당신의 권능이 그에게 옮겨갑니다.
당신의 마지막 파트너이자, 당신의 마지막 신도이자, 당신의 마지막 신인 그는 당신의 바람을 이뤄주기 위해 스스로 신이 되고자 합니다.
이제 곧 당신에게 머무르는 신의 힘은 사라질 것이며,
그와 함께 당신은 이곳에서 사라지게 되겠죠.
수억의 시간 전, 당신이 향했어야 하는 장소로.
하루노 '베드로' 유키안녕히. 나의 파트너, 나의 신도. 그리고⋯나의 신.
당신은 서서히 가루가 되어 사라집니다.
문득 인간들이 만든 당신의 흔적이 떠오릅니다.
벽화였던가요.
이제는 숭배 받는 신이 무슨 표정을 지을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야마토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을 테죠.
하루노 '베드로' 유키사라지기 직전, 하얀색 눈동자가 당신의 얼굴에 향합니다.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야마토는 당신의 끝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웃으면서.
"슬픈 얼굴을 하고 작별하고 싶진 않아서."
"언젠가 또 만나자, 유키."
하루노 '베드로' 유키“⋯⋯.”
그것에는 어떻게 대답했던가요.
한 가지 분명한 건⋯.
하루노 ‘베드로’ 유키. 그 역시 웃었습니다.
...
...
그렇게 신전에는 단 하나의 인간...
아니, 신만이 남습니다.
이것은 누군가의 '신 이야기'.
𓊆✙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 생환
𓊆✙ 하루노 '베드로' 유키 소멸
히데오카 '요한' 야마토가 어떤 '신'이 되어 당신을 기다릴 지는...
지금의 당신은 알 수 없겠죠.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는 '믿음'을 얻어 권능을 부여잡고 있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는 것.
비록 그것이 세계의 ■■을 불러 일으킨다고 해도...
𝘊𝘈𝘓𝘓 𝘖𝘍 𝘊𝘛𝘏𝘜𝘓𝘜 7𝘛𝘏 𝘍𝘈𝘕𝘔𝘈𝘋𝘌 𝘚𝘊𝘌𝘕𝘈𝘙𝘐𝘖
신 이야기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