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도시, SF, 그리고……. 〓
완결내지 못한 이야기를 위한 시나리오입니다.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던가요?
⋅•⋅⊰∙∘☽༓☾∘∙⊱⋅•⋅
떠올릴 때마다 아픈 그리움이라면
더는 아프지 않은 몸으로 미련에게 보답해줍시다.
시련을 견디기에 아주 어렸던 자신과 당신을 위해서,
조금 더 어른인 내가 인내한다면......
𝗖𝗔𝗟𝗟 𝗢𝗙 𝗖𝗧𝗛𝗨𝗟𝗨 𝟳𝗧𝗛 𝗙𝗔𝗡𝗠𝗔𝗗𝗘 𝗦𝗖𝗘𝗡𝗔𝗥𝗜𝗢
𝙍𝙚𝙗𝙤𝙤𝙩𝙚𝙙 𝙁𝙡𝙖𝙨𝙝𝙗𝙖𝙘𝙠
𝙒. 행성상성운
𝗚𝗠𝗣𝗖 +.*.✧˖*°࿐ 𝗔𝗰𝗵𝗲𝗿𝗻𝗮𝗿 𝗙𝗮𝗹𝗹𝗼𝗶𝗿
𝗣𝗖 +.*.✧˖*°࿐ 𝗡𝗼𝘃𝗮 𝗖𝗹𝗮𝗿𝗸
◌ 𓂃𓋪 𓈒𓏸⋆☾·̩͙⋆ 𓏸𓈒𓋪𓂃◌
〓 𝗖𝗛𝗔𝗣𝗧𝗘𝗥 ───➤ 아케르나르 펠로어
귓가에 울리는 파도 소리, 찬 바람을 맞아 잘게 떨리는 손 끝.
흩날리는 따가운 머리칼에 간신히 눈을 뜨면……
언젠가 아주 그리워했던 당신의 가족이 있습니다.
안개 낀 창백한 하늘 아래에서 잔잔한 미소를 짓고 있는…
노바 클라크“아키.”
노바의 얼굴을 마주하면, 창백한 미소를 지어 보입니다.
아케르나르귀에 대면 쏴아아─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큰 소라입니다.
그걸 당신에게 건네줍니다.
노바 클라크바보 아키. 바다는 이미 우리 앞에 있는데⋯⋯.
그러나 소라를 귀에 가져가 댑니다.
당신이 소라를 귀에 가져다 대면, 바다의 소리가 보다 선명하게 들립니다.
아케르나르"집에 가져가면, 집에서도 바다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노바 클라크“이거, 나 가져도 돼?”
“아, 그런데⋯난 다음에 아키랑 또 직접 바다에 오고 싶어.”
아케르나르그런 당신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습니다.
"그럼 또 올까요, 바다에."
"그래도 이건 가지고 있어줬으면 좋겠어요."
"매일 바다에 오긴 힘드니 바다 생각이 날 땐 이걸로 대신할 수 있도록."
노바 클라크“응, 또 오자. 바다에.”
소금을 머금은 바닷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립니다. 그 속에서 장난스럽게 웃어요.
“이건 약속의 증표인거야.”
“알았지? 아키.”
아케르나르함께 웃습니다.
당신과 손을 잡고 해안가를 따라 걸어요.
얇은 샌들 아래로 따가운 모래가 들어와 발가락을 간지럽힙니다.
엉망이 된 작은 손을 바닷물에 씻어내기도 하고, 술래잡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노바 클라크그 시간의 끝, 노바 클라크의 얼굴에는 미소가 걸립니다.
나의 항성이자, 바다가 이곳에 있으니⋯⋯.
그렇게 아키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 다가오면,
다정한 목소리로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은사님이......
깜빡……
철로 된 신체는 느끼지 않을 부유감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 𝗖𝗛𝗔𝗣𝗧𝗘𝗥 ───➤ 후일담
당신은 잠에서 깹니다.
인간의 것을 닮게 설계된 눈꺼풀이 들리면, 곧 빛에 익숙해집니다.
아침의 도시는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바쁘게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이 평화가 익숙해졌음이 감사해질지도 모르겠네요.
노바 클라크“⋯⋯.” 오늘도 눈을 뜨면, 눈가를 따라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이건, 그러니까⋯그리움입니다. 다음 해로 넘어가기를 선택했지만 그 역시 나의 ‘아키’인걸요⋯.
혹여 ‘아키’가 볼까, 급하게 눈가를 소매로 감춥니다.
그 사건이 있고 일 년이 흘렀습니다.
당신의 곁에 있는 사람의 진실을 알게 된 지도요.
세계가 하나의 무대이고,
이 행성을 중심으로 기상천외한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 치고는 오늘까지도 너무나 평화롭습니다.
해는 자연스럽게 넘어갔고, 어느 순간 테러 또한 잠잠해졌으며…
세계는 일상으로 복귀했습니다.
노바 클라크그리고 나의 우주와 항성 역시, 내 곁에 있네요.
당신의 우주와 항성을 위해 침대에서 일어나 하루를 시작합시다.
노바 클라크익숙한 금속 몸체를 일으켜 밖으로 나가요. 늘 아키가 있는 그곳으로요.
아키는 늘 그렇듯 테라스에서 차를 마시고 있습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좋은 아침이에요, 노바."
잔잔한 미소와 함께 당신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입니다.
노바 클라크“좋은 아침, 아키이⋯.” 오늘도 우주를 탐험하는 연구원은 잠에 취해 있습니다.
발을 질질, 끌고 가서 아키를 끌어 안아요.
아케르나르 펠로어일정한 박자.
낮은 허밍음.
당신을 깨우려는 건지 오히려 다시 재우려는 건지 모를 나긋나긋함입니다.
노바 클라크“⋯⋯.” 어라, 점점 더 눈이 감겼을 지도요⋯.
그러나 잠을 깨기 위해 몇 번 고개를 절레입니다.
“오늘도 꿈을 꿨는데⋯.”
“아키가 바다를 줬어⋯.”
아케르나르 펠로어모든 기억을 되찾은 당신은 1년 간 꾸준히 꿈을 꿨습니다.
나의 '근원'이 되는 아케르나르에 대한 꿈이라고 합니다.
사실, 아직 이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나의 '근원'이지만 나의 '모든 것'은 아니니.
"즐거웠나요, 꿈에서?"
그래서 결국 늘 같은 걸 묻습니다.
즐겁고 행복했냐고.
노바 클라크모든 기억을 되찾은 나는 1년 간 꾸준히 꿈을 꿉니다.
나의 ‘아키’가 되어준 아케르나르에 대한 꿈.
나의 우주가 되어준, 나의 항성⋯.
그 꿈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쪽이 '아키‘를 불안하게 할 것 같아서요.
“응, 즐거웠어.”
아케르나르 펠로어"또 바다에 가야겠네요."
그 날 이후 숨김없이 모든 것을 털어놓는 당신이 고맙고 사랑스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게 되는 것이에요.
내가 불안해 하지 않도록 말해주는 이에게 질투가 난다고 말할 수는 없잖아요.
아케르나르 펠로어당신은 내게 어른스럽다고 하지만 나는 이런 아주 사소한 일에도 질투를 하고 속상해합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그래도 오늘은 다른 걸 하러 가는 거, 잊지 않았죠?"
예약하지 않은 탓에 케이크를 먹지 못했던 작년의 크리스마스를 교훈 삼아,
올해는 무려 예약을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받은 케이크는 꽝이었죠.
장식만 예뻤을 뿐 맛은 별로였습니다.
아케르나르는 그것이 뭇내 아쉬웠는지 생일 케이크는 평점이 좋은 곳으로 예약해뒀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그 케이크를 픽업하러 가는 날입니다.
물론, 이 말은 내일이 생일이라는 뜻이죠.
노바 클라크“응, 안 잊었어.”
끄응, 떨어지기 싫다는 듯 당신의 품에 기대있다가⋯겨우 몸을 물립니다.
노바 클라크등이 꾹꾹 밀립니다.
“알겠어⋯.”
결국 깔끔하게 세수를 하고, 외출복으로 갈아입어요.
이번에 새로 장만한 멋진 점퍼와 바지입니다.
“아키, 어때?”
아케르나르 펠로어"어울려요."
"또 사진을 찍으러 가야겠는데요?"
노바 클라크⋯문득 거실에 걸려있는 사진을 봅니다.
마지막 컷은⋯당신도 노바 클라크도 잘 알다시피, 볼에 입맞춤을 한 사진이네요.
“아, 아키도 다 됐어?” 급하게 말을 돌립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이미 한참 전부터 준비를 마친 상태입니다.
아이보리색 스웨터에 검은색 장치마.
아케르나르 펠로어게다가 그 일 이후로 어째서인지 건강도 조금 좋아져, 휠체어를 타지 않아도 두어 시간은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오늘도 휠체어에 타지 않고 서서 당신에게 손을 내밉니다.
노바 클라크당연하게도, 그 손을 잡습니다.
별의 궤도 안에 들어가요.
“응.”
오늘 날씨는 아주 좋습니다.
물론 연말이니 춥긴 하지만 따뜻하게 입었으면 적당히 시원하다는 감상이 들 정도로요.
둘은 먼저 베이커리로 향합니다.
이번 생일 케이크는 무슨 맛으로 골랐나요?
노바 클라크생크림 케이크. 그 중에서도 딸기가 꽃처럼 얹어져 아름다운 케이크를 골랐네요.
아케르나르는 심미적인 것을 좋아하니 분명 만족할 겁니다.
케이크를 픽업하고 나서는 별다른 일정이 계획 되어 있지 않습니다.
네컷사진을 찍으러 가도 좋고, 신년 운세를 묻기 위해 타로 카페에 가도 좋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치워져 소원을 트리에 적는 건 할 수 없지만,
하늘로 날려보낼 풍등에 소원을 적는 행사가 있다고도 합니다.
노바 클라크“아키.”
아키를 잡고 있지 않은 다른 손으로 포토부스를 가르켜요.
아케르나르 펠로어당신이 가리킨 곳을 보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포즈는 생각해둔 게 있나요?"
포토부스로 향하면서 아까 집에서 당신이 하려고 했던 말을 묻습니다.
노바 클라크choice 물론이지. ⋯물론이지!
(choice 물론이지. ⋯물론이지!) > ⋯물론이지!
노바 클라크“⋯⋯.”
사실 포토부스를 이렇게 빨리 마주칠 지는 몰랐는데⋯.
“⋯물론이지!”
아케르나르 펠로어"그럼 올해도 노바만 믿을게요."
기대하는 눈치......
포토부스로 함께 들어갑니다.
노바 클라크함께 포토부스 안으로 들어가면, 짐을 놓는 곳에 망가지지 않도록 조심히 케이크를 둬요.
기계 앞에서 프레임을 고민하고 있으면⋯.
“아키, 이거 어때?”
노바 클라크⋯바다 프레임입니다. 일전에 ‘아케르나르 펠로어’와 함께 갔던 그 바다와 닮았습니다.
노바 클라크바다 프레임을 고르고, 몇 걸음 뒤로 물러나요. 한 걸음, 한 걸음. 생각에 잠깁니다.
“⋯첫 번째 포즈는 이걸로 하자.” 브이.
노바 클라크아키의 옆에서 브이, 를 하고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입니다.
노바 클라크손에 들고 있는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자, 찰칵. 소리가 납니다.
작년보다는 훨씬 계획적인 사진이네요!
아케르나르 펠로어포즈를 충분히 정할 시간을 주는 게 마음에 듭니다.
"다음 포즈는요?"
노바 클라크“⋯⋯이건 어때?” 양손으로 고양이 귀를 만들어, 머리에 올려 놓습니다. 혼자 고양이 귀를 하고 있는 모습에 제법 웃겨요.
아케르나르 펠로어"그럼... 서로 고양이 귀를 만들어줄까요."
노바 클라크“이렇게?”
아키에게 고양이 귀 하나를 만들어요.
아케르나르 펠로어"네, 그렇게요."
눈을 휘어 웃으면서 저도 당신의 머리에 손을 올려 고양이 귀를 만듭니다.
노바 클라크⋯그런데 노바 클라크, 하나 놓치고 있는 게 하나 있지 않나요?
리모컨 버튼은 어떻게 누를 거죠?
노바 클라크눈을 깜빡이는 사이, 찰칵. 소리가 나며 사진이 찍힙니다.
⋯눈을 감은 순간 찍힌 것 같은데⋯.
아케르나르 펠로어다시 한 번 포즈 준비 시간이 주어지자,
이번에는 아무 말 없이 당신의 뒤로 갑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당신의 부름에도 대답 없이 손을 허리로.
뒤에서 껴안는 자세가 됩니다.
노바 클라크익숙한 형태의 온기입니다. 아키가 제대로 보일까? 싶은 의문이 고개를 들지만, 따스하니 그걸로도 괜찮지 않을까요⋯.
그러다 그것과는 별개로,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몸을 어떻게 두어야 할 지 한참 고민하다가⋯당신의 새끼 손가락을 살며시 붙잡아요.
찰칵.
노바 클라크벌써 안정감 있게 세 장이나 찍었네요. 마지막 사진입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사진이 찍히는 사이 발 뒷꿈치를 살짝 들었습니다.
이러면 좀 더 잘 보이겠죠.
노바 클라크두 번째 사진을 찍을 때의 아키, 만족스러워 보였죠. 브이, 보다 훨씬 참신한 포즈를 생각해야 합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뒤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채로 묻습니다.
노바 클라크아키의 목소리에도 대답하지 않고, 한참을 생각에 잠깁니다. 그 시간동안 시간을 빠르게 줄어들어요.
“아, 아키. 이건 어⋯⋯.”
고개를 돌리면, 당신은 생각보다 높게, 그리고 가까이 있었네요.
입술이 스쳤나요? 아니면 닿았나요?
아케르나르 펠로어고개를 들고 당신을 올려다 보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무언가 생각에 잠긴 모습에 기웃...
앞으로 얼굴을 내밀려던 찰나였겠네요.
입술이 닿습니다.
노바 클라크⋯⋯.
찰칵.
소리가 들렸던 건 착각일까요?
“⋯⋯??”
아케르나르 펠로어눈에 살짝 커지며 그 상태로 멈춰 있습니다.
깜빡깜빡......
노바 클라크“⋯⋯.”
그대로 멈춰있는 건 노바 클라크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적 속에⋯.
“미, 미안! 아키. 입술이 말랑하네⋯. 아니, 그러니까. 싫었다는 뜻이 아니야. 그렇다고 좋다는 건⋯아니, 아키가 싫은 게 아니야!” 몸을 물리며 빠르게 말을 이어요.
노바 클라크“사, 사진 다 찍혔겠다!” 휙, 고개를 앞으로 돌립니다. 귓가가 딸기 생크림 케이크처럼 붉어집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좋다는 것도 아니라는 건가요?" 사진이 인쇄되는 소리가 들립니다.
백허그 하던 팔을 풀고 사진을 가지러 갑니다.
노바 클라크“⋯자, 잠깐만. 아키!” 멍하니 제자리에 서있다가, 아키에게 다가가요. 리모컨을 돌려놓습니다.
“⋯⋯.”
긍정과 부정, 둘 중 하나를 고르자면⋯⋯역시 긍정입니다. 말랑말랑⋯.
“바, 바보 아키.” 투덜거리며 사진이 인쇄 되는 걸 바라봐요.
아케르나르 펠로어"제가 왜 바보인데요."
"작년에도 올해도 황급하게 움직였다가 뽀뽀한 건 노바인데."
노바 클라크“⋯⋯.” 팔랑팔랑⋯말랑말랑⋯.
아니, 우리 방금 뽀뽀했다고!
노바 클라크“모, 몰라. 아키는 바보야!” 냉큼 사진을 받습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저는 노바가 좋은데."
"그리고 노바 입술도 말랑말랑했어요."
노바 클라크바, 바보. 바보⋯⋯. 어쩌면 자신을 향한 단어일지도 모르겠어요.
아케르나르 펠로어그러더니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냅니다.
립밤입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뚜껑을 뽑고 노바 입술을 살살 발라줘요.
괘씸해......
노바 클라크차마 작게 떨리지도 못한 채, 굳은 채로 립밤이 발라지다가⋯.
볼에 꾹.
눈을 깜빡, 하면서 덩그러니 부스에 남겨졌습니다.
“⋯⋯.”
노바 클라크“나, 나도 아키 좋아해!!”
얼굴이 화악, 달아오르며 당신을 쫓아갑니다. 바보, 바보 아키. 그리고 바보 노바.
노바 클라크사진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주변을 기웃거려요.
“아키, 운세 보러 가보자.”
“이번에도 잘 맞을 지 모르잖아.”
아케르나르 펠로어노바를 버려두고... 신년 분위기를 구경하고 있던 중입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그러다가 노바의 말에 잠시 고민을.
"운세가 그렇게 나와서 저희가 그런 일을 겪은 건 아니겠죠..."
"보러가요."
노바 클라크“그럴 리가 없잖아.”
“이번에도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아키를⋯⋯.”
“⋯⋯.”
“아키, 나 지켜줄 거지?”
아케르나르 펠로어"......"
"내가 아키를...?"
말을 끝까지 잇지 않는 당신을 봅니다.
노바 클라크“⋯⋯.”
“내가⋯아니.”
“나‘도’, 아키를 지켜 줄 거야.”
아케르나르 펠로어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여요.
당신의 뺨을 문질...
"저는 언제나 노바를 지켜줬으니까요."
"그러니 앞으로도 그렇게 할 거예요."
노바 클라크아키는 아키. 노바는 노바. 그리고⋯눈앞에 있는 건 나의 아키.
“⋯나는 언제나 ‘아케르나르 펠로어’를 지켜주었으니까.”
“그러니 앞으로도 그렇게 할 거야.”
“⋯그럼 가볼까, 아키.”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어요.
아케르나르 펠로어"...노바가 그러고 싶으면 그렇게 해요."
손을 잡습니다.
당신을 붙잡고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은 여전하지만.
노바 클라크나의 아케르나르. 나의 아키⋯⋯. 방금 그 말을 당신이 들었다면 슬퍼했을까요?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언제나 ‘아키’와 함께할 것입니다.
맞잡은 손에 힘을 줍니다.
밝은 분위기의 천막 안으로 들어가면,
수정구슬과 타로 카드를 앞에 둔 롬인이 여러분을 반깁니다.
노바 클라크익숙한 얼굴인가요? 안녕하세요. 인사하며 들어갑니다.
이번에는 다른 얼굴입니다.
"무엇을 보러 오셨나요, 신사 분들."
유려한 말투로 여러분을 환영한 뒤, 타로 카드를 슥 펼칩니다.
노바 클라크“저랑 아키의 신년 운세를 보고 싶어요.” 저번과 달리 조금 기대된다는 눈빛입니다.
"좋습니다, 그럼 카드를 세 장 뽑아보시겠어요?"
"총 78장이랍니다."
"손이 가는 카드를 꺼내어 제게 주시면 돼요."
노바 클라크테이블에 놓여진 카드를 신중하게 보다가, 적당히 카드 세 장을 골라 잡아서 건네요.
"보자... 첫 번째 카드는 올해의 전반적인 운세를 뜻하는 카드랍니다. 「운명의 수레바퀴」 카드네요."
"큰 변화나 전환점을 맞이할 것 같아요."
"예상 못한 기회가 두 신사 분 중 한 분께 찾아올 겁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게 중요해요."
노바 클라크“⋯⋯.” 노바 클라크. 과학. 특히 식물학을 연구하는 연구원입니다. 그러니 이런 운세는 잘 믿지 않았지만⋯.
그동안 많은 일을 겪어서일까요. 제법 집중해서 듣고 있습니다.
"살면서 몇 안 되는 기회일 테니까요."
이어서 롬인은 두 번째 카드를 뒤집습니다.
"이건 신년의 인간관계에 해당하는 카드입니다."
"「컵 2」네요."
"균형이 잡힌 관계를 유지하는 걸 추천드려요."
"한쪽만 감정을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맞춰가며 안정감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러더니 롬인은 세 번째 카드를 뒤집기 전, 본인이 카드 두 장을 더 뽑아봅니다.
"보자... 이왕 두 분이서 들어오셨으니 덧붙여 설명드리자면..."
"들어오는 인연이 어떤 관계인지 물어본 결과「소드의 여왕」가, 그리고 그 인연과 어떤 장애물이 있을지 물어보니 「달」이 나왔습니다."
"두 분 중 한 분이 이성적이고 선을 긋는 타입인가 보죠?"
노바 클라크그 말에 아키를 바라봅니다.
⋯아키가 선을 긋는 타입인가? 고개를 기우뚱해요.
"이 「달」카드는 '확신의 부족'이라는 카드예요."
"상대의 진심을 알지 못해 전전긍긍하거나, 불안해하거나, 오해하게 된다는 카드죠."
"두 분이서 균형 잡히고 안정된 관계가 되려면 심리적 흔들림이 없도록 대화를 많이 하셔야겠어요."
노바 클라크“⋯⋯.” 이번 운세는 맞는 것 같으면서도,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아리송한 느낌과 함께 이야기를 듣습니다.
롬인은 후후, 웃고 마지막 카드를 뒤집습니다.
"마지막 카드는 한 해의 조언에 해당하는 카드랍니다."
"「마법사」카드가 나왔네요."
"이 카드는 '이미 필요한 건 당신에게 다 있다'는 뜻이에요."
"기회를 잡기 위한 준비는 모두 되어 있습니다."
"인연을 유지하기 위한 준비도."
"그러니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능동적으로 움직이기만 하면 될 거예요."
"운명이 당신에게 찾아가길 기다리지 않고."
"자, 신사분들, 결과는 마음에 드시나요?"
아케르나르 펠로어땋은 머리를 만지작거리다가 당신의 질문에는 고개를 젓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아는 것도 좋지 않으니까요."
아케르나르 펠로어"운세를 봐주셔서 감사해요."
베일을 쓴 롬인에게도 감사인사를 합니다.
노바 클라크저번처럼, 아키와 같이 마주 감사인사를 전하고 전해요.
노바 클라크여전히 어리둥절한 채로 천막 밖으로 나옵니다.
“어때?”
아케르나르 펠로어인연에 대한 부분이요, 라고 말하면 당신이 불안해 할 테니까요.
"비밀이에요."
노바 클라크롬인이 말했죠. 운명이 찾아오길 기다리지 않고,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요.
“말해 줘. 알고 싶어.”
아케르나르 펠로어이런 주제로 계속 말하고 싶지 않은데......
당신이 물어보면 어쩔 수 없이 답을 합니다.
노바 클라크잠시 머릿속에 당신의 목소리가 지나가요.
‘내가 믿지 못할 지도 몰라요.’
‘당신에게서 몇 번이고 확인 받고 싶어할 거예요.’
‘몇 번이고.’
“⋯⋯.”
“아키.”
“난 아키와 함께 있어서 행복해.”
“몇 번이고.”
노바 클라크“몇 번이고.”
느리게 웃음을 흘리며 아키를 꼬옥, 끌어안습니다.
노바 클라크우리는 아마도, 계속 불안할 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이 ‘살아있다는 것’이 아닐까.
노바 클라크“⋯아키, 나 소원 적고 싶은 게 생겼어.”
“풍등에 소원 적기, 가보자.”
아케르나르 펠로어당신의 품에 얼굴을 묻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요즘 따라 어린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 같아서 부끄러워요."
작게 속삭이고 팔을 풉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
당신의 볼을 가볍게 꼬집고 풍등에 소원을 적는 부스로 향합니다.
노바 클라크아, 아야야. 왜!?
뺨을 문지르고 아키를 따라가요.
풍등에 소원을 적는 부스에 도착하면, 이미 많은 이들이 소원을 적고 있습니다.
아기자기한 풍등이네요. 밤이 아닌데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적고 풍등을 띄워 올리고 있습니다.
아키가 풍등 하나를 사서 매직 두 개와 함께 돌아옵니다.
노바 클라크마침 적당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아둔 참입니다. 옆자리를 톡톡 두드려요.
아케르나르 펠로어당신의 옆에 앉습니다.
"그러고 보니 크리스마스 트리에 소원을 달 때는 그 소원을 서로에게 알려주지 않았었죠..."
아케르나르 펠로어이번에는 풍등을 하나만 구입했으니 서로의 소원을 볼 수 밖에 없지만요.
아케르나르 펠로어매직을 손으로 돌리며 잠시 고민합니다.
"저는 언제나 바라는 게 하나 뿐이었는 걸요."
노바 클라크“⋯⋯.” 잠시 당신의 소원을 떠올려요.
“그럼, 아키를 위한 소원을 적어줘.”
아케르나르 펠로어"둘의 차이가 뭔지 모르겠어요."
당신의 행복을 바라는 것이 나를 위한 소원인데.
아케르나르 펠로어"머리카락을 흔드는 산들바람."
"뜨겁지 않지만 따뜻한 햇빛."
아케르나르 펠로어"좋아하는 차."
"그것들을 앞에 두고 테라스에 앉아서..."
"당신을 기다릴 때."
아케르나르 펠로어"제일, 이라기에는 수많은 행복한 순간 중 하나지만요."
노바 클라크“⋯.” 당신의 말에 부드럽게 입꼬리를 올려 웃습니다.
“⋯그럼, 그걸 적어도 되잖아.”
“나는⋯⋯.”
망설임 없이 남은 매직으로 소원을 써내려가요.
노바 클라크머리카락에 닿는 부드러운 이불 자락.
시끄럽지만 조용한 새의 울음 소리.
좋아하는 집.
그것들을 두고 테라스로 걸어가⋯
아키를 안아줄 때.
노바 클라크내일도, 모레도, 내년에도⋯.
안아줄 수 있기를.
부드럽게 문장이 끝을 맺습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
당신이 소원을 쓰는 걸 지켜봅니다.
노바 클라크“자, 잠깐! 소원을 보면 안 되지!”
뒤늦게 가립니다. 물론 늦었지만요.
아케르나르 펠로어"그럼 제 소원은 이렇게 적어야겠어요."
"내년의 노바는 소원을 비밀로 할 수 있기를."
"...이라고."
노바 클라크“⋯⋯.”
“그, 그런 건 소원으로 하지 않아도 해낼 수 있다고!”
⋯내년에는 민첩하게 움직여야겠다고 마음 먹습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그럼 다행히도 소원을 다른 걸로 적을 수 있겠네요."
풍등을 가볍게 끌어와 당신의 마침표 뒤에 이야기를 잇습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그렇게 우리의 이야기가 오랫동안 쓰일 수 있기를.」
아케르나르 펠로어유려한 필기체로 그렇게 쓰고는...
"이제 풍등을 날려 보내 볼까요?"
노바 클라크“⋯⋯.” 두 눈동자에 당신의 글씨가 담깁니다.
노바 클라크그것을 각인하듯⋯⋯.
이윽고 시선을 떼고 고개를 끄덕여요.
두 사람은 함께 진행요원에게 가 풍등에 불을 붙이고,
동시에 손을 놓습니다.
그러자 풍등은 천천히 하늘로 향합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
"원래 다른 소원을 쓸까 했어요."
"당신이 우주로 향할 수 있기를... 같은 걸요."
아케르나르 펠로어저 멀리 사라져가는 풍등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기적이라 결국 당신을 중력으로 묶어놨으니... 저 풍등이라도 우주에 닿기를."
노바 클라크풍등이 위로, 위로, 하늘로, 우주로 날아가는 것을 봅니다.
노바 클라크풍등이 우주선을 얻어 타고, 멸망의 별을 거쳐, 또 다른 별을 여행하러 갈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아키.”
노바 클라크“내 비밀을 하나 알려줄게.”
아주 조심스럽게, 아키의 귓가에 속삭여요.
“⋯⋯나는 사실, 이미 은하수를 여행하고 있는 히치하이커야⋯.”
눈을 살짝 접어 환하게 웃습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귓가를 간지럽히는 목소리에 목이 움츠러듭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이어 당신의 말을 듣고...
어떠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낍니다.
이건... 벅찬 감정이네요.
아케르나르 펠로어입 밖으로 나온 문장은 가벼운 농이지만.
"그럼 여행자 씨,"
아케르나르 펠로어"집으로 돌아가기 전, 생일 선물은 사셨나요?"
노바 클라크“당연하지. 아키의 생일이잖아.” 조금 우쭐.합니다.
“아키만의 산타가 되어주어야 하니까.”
아케르나르 펠로어"그럼 나중에 서로의 머리맡에 두고 자요."
"내일 일어나자마자 뜯어볼 수 있게."
노바 클라크당신의 말에 부드럽게 웃음을 흘립니다.
⋯아, 만약 우리의 이야기를 써내리게 된다면⋯
오랫동안 쓰일 수 있기를.
아케르나르 펠로어그 손을 잡습니다.
"그럼 선물을 장식하러 집으로 돌아갈까요."
우리의 HOME으로.
〓 𝗖𝗛𝗔𝗣𝗧𝗘𝗥 ───➤ 플래시백 신드롬
그렇게 집으로 향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아키의 옷자락을 잡습니다.
홀린 듯 멍하니 그를 바라보는 얼굴은 어쩐지, 슬픔에 잠겨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노바 클라크‘제임스’라는 이름에 미처 돌아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가, 뒤늦게 봐요.
아케르나르 펠로어한편 이쪽은 모르는 사람인지 당황스러운 눈으로 행인을 보다가 이내 노바에게 어떻게 해야할까요, 같은 시선을 보냅니다.
노바 클라크“⋯아키. 아는 사람이야?” 이름을 불러 ‘제임스’가 아님을 내비쳐요.
그렇게 낯선 이름을 한참 부르던 행인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서 말실수 했다는 듯 입을 가립니다.
???"아……. 죄송해요. 사람을… 사람을 착각해서."
그가 잡고 있던 아키의 옷자락을 놓습니다.
당신은 그의 눈길에 깃들어있던 아픔으로 눈치챕니다.
아. 그는 '회상'을 겪고 있습니다.
노바 클라크“⋯⋯.” 입을 달싹입니다. 누구보다 그 간절함을 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대로 아키를 내어주기는 싫습니다.
노바 클라크“⋯⋯괜찮아요. 착각하실 수 있죠.”
아키의 손을 단단히 붙잡아요.
???"어쩐지 그리운 기분이 들어서…… 죄송합니다."
노바의 반응에 한 번 더 사과한 행인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돌아갑니다.
노바 클라크말없이 아키를 잡은 손가락을 만지작거려요.
행인의 아픔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그걸 위로할 정도로 좋은 위인은 되지 못하나봐요.
...
...
사라지는 행인의 중얼거림이 들려옵니다.
"어디에 있는 거야."
"혼자 두지 않겠다고 약속 해줬잖아……"
...
집으로 다시 돌아가볼까요.
아케르나르 펠로어눈을 살짝 크게 뜨고 있다가 수긍합니다.
"조금은요."
"당신과 같은 과정을 겪는 중인가봐요."
"그 일은 완전히 해결된 줄로만 알았는데......"
노바 클라크이미 행인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봐요.
이건, 자신과 같은 인간을 돕지 못한 죄책감일까요?
아키를 잃을까 걱정하는 두려움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돌아가자.”
“빨리 아키랑 케이크 먹고 싶어.”
그렇게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케이크를 나눠 먹고, 아키가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어느덧 잠에 들 시간이 되었네요.
아키가 포장한 선물을 들고 옵니다.
노바 클라크마찬가지로, 녹색으로 포장한 선물을 가져옵니다. 사이즈는 적당하네요.
노바 클라크어떤 선물인지 궁금하지만, 지금은 참아야겠죠.
노바 클라크“⋯아키.” 힐끔, 당신의 눈치를 봅니다.
“그으, 오늘은 같이 잘래?”
“아니, 물론 나는 어른이니까. 스스로도 잘 잘 수 있지만! 물론 아키랑 같이 자면 아키도 의지가 되겠지. 그런데 아키가 선물을 뜯자마자의 반응이 궁금하니까⋯.”
구구절절 덧붙입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
예상하지 못했는지 얼굴이 조금 빨개집니다.
"...좋아요."
아케르나르 펠로어당신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서 고개를 끄덕여요.
"노바의 반응도 궁금했으니까......"
노바 클라크당신의 대답에 활짝 웃습니다. “진짜지?” 아키와 함께 밤을 보내는 건 오랜만입니다.
“나, 이불 가져올게.” 혹시 당신이 무를까, 급하게 방에 들어갑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황급히 들어가는 당신을 보고 푸핫 웃어버립니다.
그렇게 좋을까요?
어쨌든 당신이 좋아하는 걸 보니까 저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아케르나르 펠로어이쪽도 방으로 들어가 이불과 베개를 가지고 나옵니다.
노바 클라크당신이 이불과 베개를 가지고 나오면, 이쪽은 어느새 거실에 이불을 깔고 있네요.
두 사람은 거실에 푹신한 이불을 깔고, 그 위에 눕습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바로 누웠다가...
옆으로 몸을 돌립니다.
"생일날 제일 먼저 보는 게 노바의 얼굴이겠네요."
노바 클라크천장을 바라보고 있다가, 고개를 돌려 아키를 봅니다.
“⋯그건 원래 그랬잖아.”
장난스럽게 웃어요.
“잘 자, 아키.” 나의 별.
내일을 기대하며,
눈을 감습니다.
〓 𝗖𝗛𝗔𝗣𝗧𝗘𝗥 ───➤ 완전한 작별
...
...
시린 바람이 뺨에 닿습니다.
기억 속 깊은 곳에 잠들어있던 향수가, 준비되지 않은 당신에게 훅 다가옵니다.
당신은 이곳이 어디인지 압니다.
작은 손으로 하늘을 가르며 상냥함을 알려주었던, 따뜻한 기억 속.
당신과 아키가 함께했던 병원 정원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당신은 환자복을 입고 있지 않습니다.
팔에 거슬리는 링거 줄도, 혀끝에 남는 약의 쓴맛도 없습니다.
아프지 않은 몸인 인공 인간 그대로의 당신은 야경 위에 서 있습니다.
곧이어 앳된 목소리가 들립니다.
당신 기억 속의 아키입니다.
시간을 거슬러 당신을 위해 죽었던 어린 아키와 미래에 존재하는 당신이 만납니다.
아키가 이렇게 작았던가요?
뭐든 믿고 의지할 수 있을 만큼 컸던 것 같은데요.
적어도 당신에게 아키는 유일한 보호자였고, 어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다시 보니……
너무나 약하고, 무르고, 어리숙하고, ……
어떻게 이런, 어린아이가 그런 것들을.
아케르나르 펠로어"...어른이 되었네요."
"건강해진 것도 같고."
"다행이에요."
잔잔한 미소와 함께 당신을 맞이합니다.
노바 클라크그런 당신의 앞에 뛰어오듯 섭니다.
그리고⋯⋯.
팔을 벌려 끌어안아요. 그 작은 생명을.
노바 클라크“생일 케이크를 같이 먹기도 하고.”
“선물도 나눠 가지기로 했어.”
“⋯⋯저기, 아키.”
“⋯⋯.”
“내가 미워?”
아케르나르 펠로어추임새를 넣으며 당신의 말을 경청하다가 고개를 기울입니다.
"노바가 왜 미워요?"
노바 클라크“⋯⋯아키를 만나러, 안 갔잖아⋯.”
“그리고, 내가 아키를 지켜주겠다는 소원을 빌어서⋯.”
“⋯⋯아프잖아.”
아케르나르 펠로어"음......"
"저는 이미 과거의 존재인 걸요."
아케르나르 펠로어"그러니 저를 선택했다면 오히려 화를 냈을 거예요."
아케르나르 펠로어"'지금' 당신을 위해 헌신하는 이는 현재의 아케르나르 아니던가요."
아케르나르 펠로어"저는 당신을 온전히 지킨 것으로 만족해요."
아케르나르 펠로어"...그리고 소원에 대해서는."
"원망하지 않아요."
"노바의 잘못이 아니니까."
노바 클라크“⋯⋯.” 이런 건 배워본 적 없어서, 어떻게 말해야 할 지 모르겠어.
“⋯⋯.”
노바 클라크“고마워.”
“⋯⋯⋯.”
“사랑해.”
아키를 끌어안은 팔에 조심스럽게, 아주 소중한 것을 대하듯 힘을 줍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하하, 알고 있어요." 짧고 빠르게 쏟아져 흐르는 당신의 감정.
길고 화련한 수식이 들어간 문장보다 더 깊게 와닿습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저는..."
"기뻐요."
"당신이 더이상 아프지 않다는 것도,"
아케르나르 펠로어그 결과 자신이 아프게 되었더라도, 당신의 마음이 사랑스럽습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저도 보고 싶었어요."
"많이.. 사랑하고 있고."
노바 클라크“⋯응.”
“⋯응⋯.”
어쩐지 눈물이 나올 것만 같습니다.
어깨에 얼굴을 묻고 표정을 숨기려고 해요.
아케르나르 펠로어한참이나 큰 당신을 제 품에 끌어안고 있습니다.
몸이 자라도 여전히 자신에게는 이렇게나 어린아이 같은데.
아케르나르 펠로어"...꿈을 이루지 못해서 아쉽지는 않나요?"
"새로운 별을 찾겠다는 꿈이요."
노바 클라크“⋯새로운 별은 찾지 못했지만, 빛나는 별을 찾았어.”
“엄청, 반짝반짝하고⋯.”
“⋯따뜻해.”
노바 클라크“⋯여행자들은 모두, 고향을 마음에 담고 있어.”
“⋯⋯그러니까, 나는, 그냥⋯.”
노바 클라크쏟아지는 감정, 생각, 논리회로로도 생각하기 어려운 논제.
노바 클라크⋯본능적으로, 어떠한 것을 깨닫습니다.
“⋯갈 거야?”
아케르나르 펠로어"...노바의 고향인가요, 제가?"
"많이 기뻐요."
"...노바 클라크."
"나의 소중한 장미."
아케르나르 펠로어"맞아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동화라서 몇 번이나 읽어줬으니까."
"어린왕자는 자신의 별을 떠나 수많은 모험을 했었죠."
아케르나르 펠로어"그리고 그 여행이 끝난 뒤 다시 자신의 별로 향했고요."
"저는 노바가 어린왕자처럼 다양한 여행을, 모험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힘들 때는 언제나 당신의 별에서 쉬고."
"......여기서 말하는 당신의 별은, 당신의 아키에게 기대라는 뜻이에요."
"이제 더이상 나를 고향 삼지 말고."
노바 클라크“⋯⋯어린왕자도, 고향으로 돌아가잖아.”
“나도 첫 번째 별을 그리워 하는 것 뿐인데.”
“⋯⋯.”
노바 클라크“아키. 아키도 나의 아키잖아.”
나는 욕심쟁이라서, 어느 하나 고를 수 없습니다.
전부 가지고 있고 싶어요.
아케르나르 펠로어"그러다가 양 쪽 다 화를 내면 어쩌려고 그래요."
머리 슥슥슥
노바 클라크“⋯⋯!!!”
그, 그건 곤란한데⋯⋯.
“⋯⋯아키는, 내가 그랬으면 좋겠어?”
“더 이상 아키를, 고향 삼지 말고.”
“그렇게.”
아케르나르 펠로어장난스레 말하면 웃습니다.
"그냥, 저를 너무 그리워하지 말라는 뜻이었어요."
노바 클라크“⋯⋯응.” 그 대답을 듣고 나서야, 겨우 웃습니다.
노바 클라크“⋯⋯.”
“⋯⋯긴 여행이라, 앞으로 보기 힘들겠지?”
아케르나르 펠로어"네, 저는 과거의 잔재."
"퇴장할 인물은 퇴장해야겠죠."
노바 클라크그래요, 직감 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어째서 눈물이 나오려 하는 것일까요.
⋯하지만 터트리지 않습니다.
나의 첫 번째 별을 위해서.
노바 클라크천천히, 안고 있던 몸을 뒤로 물립니다.
그리고⋯활짝 웃어 보입니다.
가지 마. 미안해. 잘못했어. 싫어. 무서워. ⋯⋯.
“⋯⋯아키.”
“나랑 있어서, 아키도 행복했어?”
아케르나르 펠로어"그럼요."
"저도 충분히 행복했어요."
"당신은 제 유일한 ....니까."
노바 클라크모든 두려움을 누르고, 활짝 웃어보입니다. 나의 별에게.
안녕, 나의 아키.
안녕, 나의 별.
노바 클라크“내가 우주선을 움직이는 비행사가 될 테니까.”
“아키는 나의 지도가 되어줘.”
“그리고 다시 한 번, 함께 하자.”
아케르나르 펠로어"그리고, 당신의 이야기가 오래도록 남기를."
"저의 별에게."
노바 클라크“그리고, 네 이야기가 오래도록 함께 하기를.”
바람,
하늘,
미래만큼은 밝지 않은 도시의 빛.
사람이 만든 것.
그리고 사람이 남긴 것.
사람이기에 죽을 수 있었고……
사람이기에 그리울 수 있었던 것.
그는 어느 때보다 진심으로 행복한 웃음을 짓습니다.
그렇게 당신은 꿈에서 깨어납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
하늘.
어둠이 앉으면 그보다 빛날 야경.
인간이 만들지 않았으나,
인간이 남긴 것.
기계음은 당신의 몸체에 이상이 없으며, 적당량의 수면 시간을 건조히 울립니다.
노바 클라크‘과거’의 꿈을 꾸었을 때는 늘 울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네요.
노바 클라크오히려 웃고 있었을까요.
가슴 한 켠이 가득찬 감각이 듭니다.
그럴 리가 없는데도, 우습게도요.
그리고⋯고개를 돌려 ‘아키’가 있을 자리를 봐요.
아키는 고요히 잠들어 있습니다.
평온한 모습.
그를 깨우나요?
노바 클라크⋯네. 하지만 나중에요.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함께할래요.
창문을 닫아둔 탓에 바람이 머리카락을 간질이는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흰 커튼을 통과해 들어오는 햇빛이 그를 좀 더 투명하게 만듭니다.
당신이 시간을 잃고 한참이나 그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의 닫힌 눈꺼풀 너머 눈동자가 움직이더니,
곧 눈꺼풀을 들고 눈을 뜹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잠시간 멍하니 상황을 파악하다가...
잔잔한 미소와 함께 화답합니다.
"...좋은 아침, 노바."
"생일 축하해요."
노바 클라크“⋯⋯.”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우리는 모두 별의 아이. 태어난 별을 그리워 합니다.
노바 클라크⋯하지만, 괜찮아요. 나는 새로운 별과 함께하니까.
노바 클라크아마 앞으로도, 오랫동안.
“⋯선물, 열어봐야지.”
아케르나르 펠로어고개를 끄덕이면서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제 머리맡에 놓여 있던 선물상자를 끌어옵니다.
노바 클라크곧이어 자신도 선물상자를 끌어와요. 꼭 크리스마스를 기다린 아이 같아진 것 같아 조금 설렙니다.
부스럭,
포장지가 벗겨지고, 선물이 등장합니다.
안에 들어있는 건....
조개와 소라, 그리고 모래가 담긴 유리병입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소품가게의 진열장에서 발견했는데..."
"노바에게 주고 싶었어요."
노바 클라크“⋯⋯.”
한참 동안 상자 안을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유리병을 쓰다듬어요.
노바 클라크여기는 바다가 아닙니다. 하지만⋯바다의 향기와 바람을 느낄 수 있어요.
“⋯⋯응, 너무 기뻐. 고마워. 아키.”
아케르나르 펠로어"바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을."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자연을."
아케르나르 펠로어"노바에게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으니까요."
아케르나르 펠로어당신을 토닥이던 팔을 풀고,
조심스럽게 선물 상자를 풀어봅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건 무엇일까요.
노바 클라크당신의 상자에 담긴 것은 하나.
⋯이건, 장난감인가요? 새파란 우주와 바다가 그려져 있는 모형입니다. 그리고 모형 밑을 보면, 오르골이 달려있네요.
오르골을 돌려보면,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우주의 별과 바다꽃이 반짝입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반짝이는 꽃, 아름다운 선율, 그리고 우주와 바다.
"...마음에 들어요."
조심스럽게 오르골을 돌리고 또 돌려요.
노바 클라크아키의 목소리에 조금 뿌듯해졌습니다. 장난스럽게 웃으며 함께 오르골을 봐요.
투두둑, 쏟아지는 음표가 꼭 유성우 같습니다.
커다랗게 덮쳐오는 반짝임이 꼭 파도 같습니다.
두 사람은 오르골에서 나오는 선율을 들으며 차를 마십니다.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고,
어제 남겨뒀던 케이크도 마저 먹습니다.
작년과는 달리 평화로운 올해의 생일.
날씨 또한 여러분을 축복하듯 밝고 쾌청합니다.
떠올릴 때마다 아픈 그리움이라면,
더는 아프지 않은 몸으로 미련에게 작별인사를 합시다.
떠올려도 더이상 아프지 않을 수 있도록.
모난 돌이 아니라 조약돌이 되도록.
아케르나르 펠로어 생환
노바 클라크 생환
그리고, 아케르나르 펠로어 로스트.
생환 보상: 생의 끝까지 당신을 염려했던 영혼을 안심시켜, 좋은 곳으로 보내주었습니다. 건강한 모습의 당신을 보는 건 최고의 선물이었을 겁니다.
𝙍𝙚𝙗𝙤𝙤𝙩𝙚𝙙 𝙁𝙡𝙖𝙨𝙝𝙗𝙖𝙘𝙠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