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관 〓
낮보다 밤이 밝은 도시.
혈관처럼 복잡하고 좁거나 넓게 나누어진 건물의 모든 것은 제 개성만을 뽐내느라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치장했습니다.
컴퓨터 기술으로 이루어진 공공의 것들과 편의 시설, 오늘도 소란스러운 소음이 어딘가의 무법지대에서 펼쳐지지만……
그것은 먼 곳의 이야기, 탐사자와 KPC의 ‘도시’는 중심부로 그런 무질서함을 찾아보기 힘들죠.
우린 아주 평범한 소시민입니다.
아, 중요한 거.
우리가 아는 ‘인간’이 번식성을 잃어 멸종한지 수 세기가 지났습니다.
그거 있잖아요.
살아 숨쉬며 기능하고 동작하는 피가 흐르는 유기체.
역사 속에만 존재하는 사람, 생물체 ‘인간’.
언젠가부터 어떤 천벌을 받듯 새 생명이 만들어지지 않게 되었으며, 그들은 의문 모를 멸종을 앞두고도 인류 역사가 이어지길 바라였고, 과학자들은 ‘인공 인간’이라는 것을 개발했습니다.
보편화 된 이후 생물 인간은 멸종했고 지금은 인공 인간들만이 사회를 이루고 있죠.
〓 인공 인간 〓
안드로이드지만 피와 살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만 빼면 원래의 인간과 다름이 없습니다.
과학자들이 ‘인간다움’을 강조해 개발했기 때문입니다.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예술을 즐기며 서로 갈등, 화합하고 감정을 교류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니 종교를 믿고, 정신질환에 고통받기도 하며, 아픔을 느끼는 비효율을 낭만으로 가지고 있죠.
우린 우리를 ‘신인류’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목뒤 내장수납공간에 뇌를 대신하는 기관인 ‘칩’이 있습니다.
해당 칩에 감정, 성격, 기억이 모두 이식되어 있어 본체가 부서져도 이를 새로운 본체에 삽입하면 죽지 않습니다.
심지어 칩이 직접적으로 손상된다고 해도 복구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우리 인공 인간은 사고사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칩은 80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폐기되며 장례 의식을 치르는데, 이를 자연사라 칭하며 죽는 법은 이것밖에 없습니다.
인공 인간은 국가에서 매년 특정한 수만큼 개발합니다.
태어난 인공 인간은 이전 인류와 같은 학습 방식을 지니고, 생체 데이터를 기반하여 어린이부터 성인, 노년까지 외형도 성장합니다.
부모 없는 존재에게 사는 법을 가르치는 것은 국가입니다.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 시절을 지나 국가가 설립한 교육 기관에서 약 12년의 학습을 완료하면 성숙한 인간으로 인정받아 사회에 나갈 수 있게 됩니다.
이때 학교에서 보인 재능이나 적성, 관심사 등에 기반해 직업, 학업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 국가 〓
단일 국가입니다.
인간이 멸종한 이후 자연 또한 숨을 잃거나 과도하게 성장해 컴퓨터 기술과 공존하기 힘들게 되었고, 지구라는 이 행성의 아주 일부에만 인간이 거주하게 되었습니다.
인구 수는 약 3억 2천만 정도로 적으나 그만큼 사용하는 면적 또한 좁기에 소시민으로서 생활하는 데에 있어서 구인류와 큰 차이는 없습니다.
복지 체계가 잘 되어 있습니다.
대부분 삶의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
〓 도시 〓
우리의 무대는 중심부.
법률, 행정 등 중요한 것들을 한 번에 처리하는 관리 본부 건물을 중심으로 인프라가 최고로 발전했습니다.
바다나 산 등이 외곽에 있기야 하지만 여행 목적이 아니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기 힘듭니다.
이 얽히고설킨 도시를 벗어나는 것부터 일이니까요.
더욱 벗어나거나 어디 깊은 곳은 불법 행위로 시끄럽다는데, 그건 뒷세계의 사정이고 우린 나흘 일하고 사흘 휴식하며 사회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법과 윤리는 학생 때 기본적으로 배우는 거잖아요.
그렇게 살면 안 되죠.
사람이 살아가는 형태 또한 각양각색입니다.
탄생이 인공적으로 이루어지는 현재이기에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있고, 다양한 개인 삶의 형태가 있습니다.
〓 우리들 〓
당연하게도 인공 인간입니다.
우리는 자의로든 타의로든 늘 붙어 지냈습니다.
친한 친우, 혹은…… 우린 피가 흐르지 않아 혈연이란 개념이 없지만, 잘 쓰지 않는 말로 한다면 가족 같은 존재네요.
〓 … 그리고 또한, 아케르나르 〓
당신의 친우, 어쩌면 가족.
같은 날에 운명할 아키.
…… 아키는 선천적으로 몸이 약합니다.
복잡한 코드와 기계 장치로 된 몸은 남보다 잦은 오류를 일으키며 살아왔고, 눈에 보이는 그 증상은 옛 인류의 질병과 유사합니다.
각혈, 기절, 발작 등……
당신은 그런 아키의 평생을 옆에 있었습니다.
〓 그리고 시간은 흐르고 흘러, 〓
우리는 성인이 되었습니다.
왼쪽 손목엔 통신용 장치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서로에게 연락 및 통화가 가능합니다.
연말이라 칭하기는 애매한 12월 초.
일 년을 마무리하는 움직임들로 모두 바쁩니다.
흐릿한 하늘에 비추는 수많은 도시의 색.
나의 망향이 앞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면 우린 다음 해로 넘어갈 수 있을까요.
◌ 𓂃𓋪 𓈒𓏸⋆☾·̩͙⋆ 𓏸𓈒𓋪𓂃◌
‘인간’이 번식성을 잃어 멸종한 지 수 세기가 지났습니다.
비효율을 낭만으로 살아가는 사회에서 금속 몸체인 우리는 돌아갈 곳도 없는데 왜 향수를 느끼는 걸까요.
나의 망향이 앞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면 우린 다음 해로 넘어갈 수 있을까요......
𝗖𝗔𝗟𝗟 𝗢𝗙 𝗖𝗧𝗛𝗨𝗟𝗨 𝟳𝗧𝗛 𝗙𝗔𝗡𝗠𝗔𝗗𝗘 𝗦𝗖𝗘𝗡𝗔𝗥𝗜𝗢
𝙁𝙡𝙖𝙨𝙝𝙗𝙖𝙘𝙠 𝙎𝙮𝙣𝙙𝙧𝙤𝙢𝙚
𝙒. 행성상성운
𝗚𝗠𝗣𝗖 +.*.✧˖*°࿐ 𝗔𝗰𝗵𝗲𝗿𝗻𝗮𝗿 𝗙𝗮𝗹𝗹𝗼𝗶𝗿
𝗣𝗖 +.*.✧˖*°࿐ 𝗡𝗼𝘃𝗮 𝗖𝗹𝗮𝗿𝗸
◌ 𓂃𓋪 𓈒𓏸⋆☾·̩͙⋆ 𓏸𓈒𓋪𓂃◌
〓 𝗖𝗛𝗔𝗣𝗧𝗘𝗥 00 ───➤ 도입
별보다 밝은 네온 사인,
반복적으로 재생되는 홀로그램 광고,
수많은 인파와 그 사이사이 짧은 횡단보도들.
당신은 교통 소음과 빠른 비트의 음악들이 겹겹이 쌓여 소란스러운 이 도시를 가로지릅니다.
많지도 적지도 않았던 오늘의 일과를 마누리하고, 약속 장소로 향하는 길이에요.
약 10분 뒤면 아키와의 약속 시간입니다.
노바 클라크평소처럼 도시를 가로질러 걸어갑니다. 늘 그랬듯이요.
아키는 당신의 가장 가까운 친우입니다.
아니, 어쩌면 가족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노바 클라크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합니다. 늦지는 않았지만,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가족이란 단어가 거의 쓰이지 않는 시대라지만 아키는 당신의 형제와 다름 없습니다.
당신은 발걸음을 재촉해 약속 장소에 도착합니다.
아키는 칩의 검진을 받고 오기로 했습니다.
검진은 모든 인공인간들이 주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게 맞지만,
아키는 유독 태생부터 병약해서 보통의 인간들보다 자주 받습니다.
그를 기다리면서 주변을 살피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당장 시선에 닿는 것은 〔도시의 풍경〕, 〔하늘〕, 〔꽃집〕입니다.
노바 클라크쓰이지 않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 먼지를 치우고 발견하게 되는 것은 꼭 보물찾기를 할 때와 같습니다.
노바 클라크그런 비효율을, 우리는 '인간'답다고 말하는걸까요.
그런 생각을 하며, 자연스럽게 도시의 풍경에 눈을 돌립니다.
건물 외벽에 붙은 수많은 전광판들이 형형색색 빛나고 있습니다.
저 멀리 새로운 기종의 스마트폰 광고가 홀로그램으로 크게 펼쳐져 재생되고 있어요.
고층의 건물들 사이사이로 작은 상가들도 보입니다.
얽힌 좁고 넓은 골목 사이사이로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다닙니다.
노바 클라크어지러운 도시가 눈동자에 담깁니다.
회로처럼 복잡한 도시가 때론 마음에 들기도, 때론 싫기도 하네요.
노바 클라크고개를 들어 하늘을 봅니다. 잠시 도시에서 숨을 돌려요.
지상에서 하늘로, 시선을 올립니다.
빛나고 있는 지상과 달리, 하늘은 도시 빛에 가려져 별도 비추지 못합니다.
오히려 지상의 빛에 저녁인데도 아주 밝아요.
드론 몇 개가 정해진 경로로 운전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옛날 인간들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꿈꿨다던데, 과학은 그것보다 더 가치있는 일에 발전하느라 바퀴는 아직도 땅을 딛고 구르고 있네요.
노바 클라크노바 클라크. 새로운 별, 새로운 항성을 뜻하는 이름.
이름에 걸맞게, 노바는 늘 별을 보고 싶어했습니다.
노바 클라크...네온사인으로 가득한 도시는, 노바의 소원을 이루어주지 못했지만요.
말버릇처럼 항상 하는 말.
아키, 나는 우주에 갈 거야.
노바 클라크문득 정신을 차리자, 꽃 향기가 기분 좋게 스며듭니다.
자연스럽게 향기를 따라 꽃집에 시선이 가네요.
당신의 말에 아키는 언제나 미소를 지어줬습니다.
이루기 힘든 목표라는 걸 알아 격려의 말은 잘 나오지 않았지만요.
꽃집의 간판은 다른 가게보다 네온의 빛이 약합니다.
그 밑으로는 생기도는 예쁜 꽃다발들이 진열되어 있어요.
그러나─ 식물, 생물, 살아 숨을 쉬는 것……
그건 모두 역사에만 존재하는 것이죠.
여기에 진열되어 있는 꽃들은 모두 나일론 따위로 마들어진 인공입니다.
그럼에도 진짜 같은 모습에, 선물용으로 잘 나가는 것 같네요.
노바 클라크식물, 생명, 살아 숨을 쉬는 것. 그것들은 꼭 네온 사인처럼 더 빛나 보이는 단어입니다.
노바 클라크자연스럽게 꽃다발에 시선을 두네요. ...건네주면, 아키는 분명 웃어주겠죠?
노바 클라크꽃다발을 보다가...문득 한 곳에 멈춥니다.
은방울꽃을 중심으로, 안개꽃이 장식되어 있는 꽃다발.
보자마자 아키가 떠올랐어요.
노바 클라크"이거, 하나 사고 싶은데요."
망설임 없이 꽃집 주인에게 말을 겁니다.
∘₊✧ 노바, 〔재력〕 판정 ✧₊∘
(1D100<=1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1 > 81 > 실패
cc<=50 재력
(1D100<=5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3 > 13 > 어려운 성공
그러자 주인은 가장 좋은 걸 골랐다면서 안목을 칭찬해주며 꽃다발을 계산해줍니다.
당신이 꽃다발을 계산하고 나면, 때마침 아키가 다가오는 것이 보여요.
노바 클라크분명 아키가 좋아하겠지? ...생각하며 등을 돌리자마자 아키가 보이네요.
노바 클라크"아키!"
무뚝뚝했던 표정에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노바 클라크아키를 닮은 하얀색 꽃다발을 들고, 발걸음을 재촉해요.
아케르나르 펠로어늘 그렇듯 잔잔한 웃음을 띄면서 당신에게로 다가갑니다.
"많이 기다리셨어요?"
노바 클라크"아니, 별로."
"이거, 아키에게 주는 선물이야."
노바 클라크어째서인지 이쪽이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꽃다발을 건네요.
아케르나르 펠로어"...정말 예뻐요."
마음에 드는 듯 볼에는 홍조가 옅게 퍼집니다.
"감사합니다, 노바."
노바 클라크상상했던 것처럼, 좋아해주는 아키.
절로 기분이 좋아져서, 살짝 웃었습니다.
다음에는 또 어떤 꽃다발을 사줄까,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어요.
아케르나르 펠로어미리 예약해둔 레스토랑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지난 번에 같이 샀던 홀로그램 꽃병에 꽂아두면 되겠어요."
"거실에 둘까요?"
노바 클라크"응, 잘 보이게."
아키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걸어요.
레스토랑으로 향하는 동안, 아키는 흘러가듯 검진 결과를 말합니다.
상태는 지난 번과 비슷하다고.
작은 오류들을 고쳤으며, 당장은 큰 문제 없지만 언제나 돌발 상황에 주의하라는 소견을 들었다면서요.
노바 클라크평소처럼 검진 결과를 듣습니다. 평소와 같은 검진, 평소와 같은 결과.
"괜찮아, 내가 아키를 지켜줄 테니까."
평소와 같은 위로.
어느새 도착한 레스토랑.
둘은 직원에 안내에 따라 통유리 옆 자리에 앉습니다.
멀리서 보면 비슷한 색으로 빛나는 도시입니다.
야경이 아름답네요.
메뉴판을 보고 각자 음식을 주문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먹음직스러운 디시가 나옵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당신의 위로에 언제나처럼 '노바를 믿고 있어요', 라는 답을 했습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정갈한 태도로 음식을 먹다가, "스타브 씨가 1월 2일에 장례를 치른다고 해요."
"그 분에게 많은 것을 배웠어서 기분이 이상하네요..."
장례.
80년의 수명이 다 되어 칩의 작동이 정지될 사람을 마지막으로 배웅하는 의식.
칩은 본체만 갈아끼우면 의식도, 성격도, 기억도 문제 없는 대신 수명이 엄격하죠.
물론 당신들에게는 아직 먼 이야기겠지만.
노바 클라크"...스타브 씨가...그렇게 됐구나." 식사를 하던 손길을 잠시 멈춥니다.
장례, 아직은 먼 이야기.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
그럼에도 기분이 묘해져요.
'슬프다'는 감정도 있지만, 그게 주는 아닌 것 같아요.
이번 감정을 알기 위해서는 다시 사전을 찾아야겠습니다.
"아키, 슬퍼?"
아케르나르 펠로어당신의 물음에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다시는 볼 수 없게 되는 거니까요."
"죽을 날을 아는 건 축복일까요, 저주일까요..."
노바 클라크당신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겨요.
축복일까요, 저주일까요?
눈앞의 소중한 친우이자 가족인 아키를 예를 들어 생각해보려해도...
아키의 장례에는, 나의 장례 역시 진행되겠죠.
"...축복, 아닐까."
만약, 함께 사라질 날을 알게 된다면...
아키와 잔뜩...
아케르나르 펠로어"노바는 이별할 날이 다가오는 게 무섭지 않나요?"
노바 클라크"이별보다는, 만남을 생각할래."
"아키와 함께 보낼 수 있는 날이잖아."
...그렇게 말하면서도, 식사를 하는 손이 느려집니다.
만약 정말로, 자신의 장례가 다가온다면...
기쁘면서도 무서울 것 같아요.
어쩌면 마지막 날에는, 울어버릴지도 몰라요.
아케르나르 펠로어언제까지 함께 할 수 있다는 걸 아는 거라고 바꿔 생각한다면...
아케르나르 펠로어나쁘지 않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제 선택이 아닌 타의로 죽고 싶지는 않지만요.
아케르나르 펠로어디저트로 나온 샤베트를 깨작거리다가 스푼을 내려 놓습니다.
노바 클라크배부르다는 아키를 보고... 이내 자신도 몇 스푼 더 먹고 내려 놓습니다.
...항상 깔끔하게 비우는 평소와 달리, 조금 남겼네요.
아케르나르 펠로어고개를 기울이면서, "저한테 맞출 필요 없는데."
아케르나르 펠로어"저는 노바가 먹는 걸 구경하는 것도 즐거우니까요."
노바 클라크고개를 절레여요. "나도 배불러."
약간의 슬픔, 약간의 울렁거림, 약간의... ...어떠한 감정을 삼킨 탓일까요.
평소보다 빠르게 포만감이 듭니다.
이제 집으로 향합시다.
연말이라 분위기가 참 좋아요.
홀로그램으로 된 것들 가운데에 요즘은 보기 귀한 나무가 장식되어 있습니다.
아주 옛날의 전구로 장식된 아날로그적인 트리입니다.
양옆으로 캐롤 소리가 들립니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
오랜 역사의 멜로디입니다.
기계처럼 생각하면 신을 믿는 것이 말이 안 되지만,
인간을 흉내내고 인간으로 존재하는 우리는 수많은 비효율로 세상을 살아가죠.
우리는 우울, 슬픔, 분함을 느낍니다.
비록 생물 종인 ‘인간’이라는 존재가 역사 속에서 사라진들 우리도 형태만 바뀌었을 뿐인 인간이에요.
서로 갈등하고, 불편을 겪고, 화합하고,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우리는 인간입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당신의 손을 잡고 가볍게 흔들며 주변을 구경합니다.
노바 클라크'인간'답다는 건 무엇일까요. '인간'이 없어진 지금, 그걸 명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맞잡은 손의 온기 역시, '인간'다울까요.
"벌써 연말이네."
노바 클라크"새해에는, 별을 볼 거야."
어쩌면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먼 옛날에도 말했던 소원.
그럼에도 웃으며 말합니다.
노바 클라크"응."
"아키는 어때? 새로운 목표가 생겼어?"
노바 클라크그래도 손을 놓지는 않고, 여전히 함께 집으로 갑니다.
노바 클라크바보가 아니니, 집 정도는 잘 찾아갈 수 있어요.
아키와 함께 집으로 돌아옵니다.
이제 씻고 자도록 할까요.
도시의 빛이 너무 강해 커튼을 치지 않으면 눈을 붙이기 힘듭니다.
침대에 누우면 피곤이 쏟아집니다.
당신은 잠들기 전 어떤 생각을 마지막으로 했나요?
노바 클라크꿈뻑...꿈뻑... 방에 들어오기 전 잘 자, 아키. 인사를 하며 침대에 누었습니다.
자기 전 생각을 하는 편은 아니지만, 오늘 나누었던 대화 때문인지 머리가 어지럽네요.
하지만... 결국에는 종점입니다.
내일도 아키와 함께할 거라는 것.
이변이 없다면, 남은 모든 날 동안 아키와 함께......
◌ 𓂃𓋪 𓈒𓏸⋆☾·̩͙⋆ 𓏸𓈒𓋪𓂃◌
〓 𝗖𝗛𝗔𝗣𝗧𝗘𝗥 01 ───➤ 일상
나른한 몸을 일으킵니다.
커튼을 다시 올리면 푸른 하늘이 펼쳐집니다.
아무리 고층 건물들이 솟는다고 해도 하늘 끝까지 닿진 않았으니까요.
아직 인류가 바벨탑을 만들지 못한 것이 당신에게는 다행일 지, 아쉬움일 지.
노바 클라크물론, 다행이에요. 노바 클라크는 자연물을 좋아하는 연구원이었으니까.
푸른 하늘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당신이 거실로 나오면 짧은 기계음들과 함께 집 안의 시스템이 가동됩니다.
당신의 이름과 현재 상태를 읊고, 모닝 커피를 자동으로 내려줍니다.
〔노바 클라크 / 현재 몸체 이상 없음, 수면 시간 8시간 27분, 오늘 일정… 〕
찻잔을 들고 미리 거실에 앉아있던 아키가 눈웃음 짓습니다.
오늘은 휴일이니 둘이 시간을 보내기로 했죠.
노바 클라크부스스한 머리로, 하품을 하며 아키에게 다가가요.
노바 클라크잠을 자고 일어난 뒤, 유독 취약해지는 신인류가 있습니다.
바로 노바 클라크.
몸도, 마음도 물렁해져요.
아키에게 다가가 품에 끌어안습니다.
"좋은 아치이임..."
노바 클라크긴 머리카락이 사락, 당신의 어깨에 닿습니다.
"아니야, 오늘은 아키랑 보내기로 했으니까..."
아쉽다는 듯이 아키를 겨우 놓아주고, 끄응 기지개를 켜요.
아케르나르 펠로어머리카락에 목덜미가 간지러운 듯 움츠러듭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당신이 커피를 가지고 오면 다시 옆에 앉아 보라는 듯이 소파의 옆자리를 가볍게 두드려요.
노바 클라크당연하게 당신 옆에 앉아요.
몸에 긴장을 풀고 스르륵, 눕듯이 앉아요.
옆에 딱, 달라붙은채로요.
아케르나르 펠로어"이러면 머리를 못 묶어드리는데."
곤란한 듯이 당신의 머리카락을 만지작...
노바 클라크"조금마안..."
기분 좋은 푸른 하늘, 향긋한 커피 향기.
노바 클라크곁에는 생을 함께 하는 친우이자 가족인 아키.
노바 클라크잠시 지금의 세상을 누립니다.
"오늘은 집에서 영화를 봐도 좋을 것 같아."
라고 중얼거렸던 것 같기도 해요.
아케르나르 펠로어어쩔 수 없이 이쪽도 몸에서 힘을 풀고 당신에게 기댑니다.
노바 클라크아키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고전영화, SF영화를 좋아하지만...대부분의 영화는 아키와 보았는 걸요.
"바다를 볼까?"
아케르나르 펠로어당신이 저를 생각해준 걸 알아 사르륵 웃습니다.
노바 클라크익숙하게 간식거리를 챙겨 다시 당신 옆에 앉습니다. 포근포근한 담요도 챙겨서 같이 덮어요.
항상 앞부분만 알고 있는 영화.
노바 클라크이번에는 반드시 잠들지 않겠다고 다짐하여 집중합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대부분을 당신에게 맞추는 아키지만, 이 영화만큼은 당신에게 꼭 다 보여주고 말겠다는 듯 벌써 5번째 시도입니다.
노바 클라크아키가 좋아하는 영화. 물론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그런 마음가짐과는 반대로, 몸은 조금씩 긴장이 풀려요.
따뜻한 공기, 영화 속 파도소리...
...눈가를 열심히 손등으로 부비적거립니다.
영화의 나레이션을 들으며, 당신은 졸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그 둘 사이에, 하늘과 바다 사이에 온갖 바람이 있었다. 또 온갖 밤과 온갖 달이 있었다.」
「당신의 시선은 언제나 반지름이다.」
「원주는 대단히 크다. 사실 원들이 겹쳐있다. 조난객이 되는 것은 춤추듯 겹쳐지는 원들 사이에 붙들리는 것이다.」
「당신은 한 원의 중심이며, 당신 위에서 두 개의 원이 휘휘 돌아간다.」
「군중같은 태양에 시달린다. 군중이 시끄럽게 밀려들면 당신은 귀를 막아버리고 싶다. 눈을 감고 싶고, 숨고싶다.」
「외로움을 조용히 일깨워주는 달에 당신은 시달린다. 당신은 외로움에서 벗어나려고 눈을 크게 뜬다.」
「 고개를 들면, 때로 태양의 폭풍 중심에서, 고요의 바다 한가운데서 누군가 당신처럼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지 않을까 궁금해진다.」
「그 사람도 점에 갇혀서,두려움과 분노,광기,무력함,냉담으로 발버둥치고 있을까.」
그렇게...
...
깜빡.
눈을 한 번 깜빡였을 뿐인데, 영화는 이미 끝나 있습니다.
노바 클라크... ...천천히 눈을 깜빡입니다.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겠어요.
노바 클라크으으, 이번에는 정말로 보고 싶었는데!
몇 번 발을 휘적입니다.
그리고는 아키를 슬쩍.
어라, 아키도 답지 않게 졸아버린 걸까요?
당신의 어깨에 기댄 아키는 눈을 감고 고요히 있습니다.
노바 클라크...영화가 끝나 검은색 화면이 나오는 것을 가만히 둬요.
지금은 이대로 괜찮지 않을까요.
아키의 머리카락 끝을 조심히 만지작거립니다.
우주를 닮은, 반짝이는 머리카락.
머리카락 끝을 조심히 만지고 있노라면...
평소라면 작은 인기척에도 깨어났을 아키가, 여전히 눈을 감고 있어요.
노바 클라크...깊게 잠든 걸까요? 고개를 들어 아키의 안색을 살펴요.
아키의 안색은 창백합니다.
당신은 알아챕니다.
이것은 오류입니다.
아키를 자세히 살펴보면 몸이 굳어 있습니다.
태생부터 병약하던 아키.
몸이 기계장치로 되어 있는 우리는 오류를 질병이라 부릅니다.
남들보다 잦은 오류와 바이러스에 시달리는 아키는 늘상 기침을 달고 살거나, 고통에 신음하거나, 가끔은 발작하기도 했죠.
지금도 그런 경우입니다.
당신은 이런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할지 아주 잘 압니다.
아키의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서 옆에 있었으니까요.
목뒤에서 칩을 빼내어 병원에 다녀오면 됩니다.
하지만, 익히 안다고 해서 익숙해지는 건 아닌지라.
∘₊✧ 노바, 〔이성〕 판정 ✧₊∘
cc<=40 이성
(1D100<=4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3 > 33 > 보통 성공
∘₊✧ 노바, 이성 감소 없음 ✧₊∘
노바 클라크...가슴 속 무언가가 쿵, 내려 앉는 기분이었지만 곧 정신을 차립니다.
언제부터?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내가 잠들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런 생각은 잠시 뒤로 미뤄요.
자신은 노바, 아키의 친우이자 가족.
노바가 아키를 지켜주어야 하니까요.
"아키, 잠시만..."
조심스러운 손길로 머리카락을 걷어내고 목 뒤의 칩을 빼냅니다.
노바 클라크...긴장감과 조급함에 몇 번 손이 미끄러졌지만, 무사히 빼냈어요.
방에서 작은 케이스를 찾아 그 안에 칩을 넣습니다.
서둘러 옷가지를 챙기고 나가려다가...
담요를 아키에게 제대로 덮어줘요.
노바 클라크창문을 꼼꼼하게 잠그고...밖으로 나섭니다.
늘 그랬듯이, 불안함과 조급함. ...두려움을 함께 안고서요.
아키의 칩은 언뜻 푸른 빛을 띠는 검은색 칩이죠.
그 칩을 조심히 케이스에 넣고, 병원으로 향합니다.
당신이 찾아간 곳은 시에서 가장 큰 대학병원입니다.
네온이 반짝이는 화려한 도시와는 다르게 정갈하고 깔끔한, 기하학적인 모양의 건물 몇 개가 이어져 있습니다.
휴일이라 사람이 많네요.
아주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합니다.
당신처럼 누군가의 칩만 가져온 사람도 있습니다.
칩의 검진과 치료를 위해서는 A관으로 가야 합니다.
진료 접수를 하고 잠시 기다리면 이름을 부릅니다.
노바 클라크미처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서성이다가 이름이 불리자 급하게 안으로 들어갑니다.
진료실.
당신과 같은 사람인 의사가 눈웃음을 지으며 묻습니다.
"칩을 가지고 오신 거죠?"
"원인을 파악할 때까지 잠깐 기다려주세요."
"여기 넣어 주시면 진단과 치료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는 복잡하게 생긴 기계 장치의 입구를 가리킵니다.
노바 클라크"아, 네."
소중하게 가방에 넣고 온 케이스를 꺼내서... 기계 장치 입구에 아키의 칩을 넣어요.
...평소처럼, 늘 그랬듯이 진료가 다 끝나면 웃어주겠죠.
조금씩 마음을 가라앉힙니다.
이후 의사는 정보를 확인하더니 기기를 작동시키고, 무언가를 입력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삐삐 거리는 소음이 몇 번 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가 당신에게 다시 칩을 건넵니다.
"다 됐어요. 본체에 다시 꽂으시면 됩니다."
"검진은 잘 끝내신 것 같은데, 돌발 이상이 생겼네요."
노바 클라크칩을 소중하게 받아 케이스에 넣습니다.
그러다 멈칫. "네?"
"칩 내장정보들이 충돌하여 순간 과부하를 일으켰어요. 이런 일이 꽤 자주 있죠?"
"펠로어 님 같은 분들이 드물게 있어요."
"다른 사람보다 정보나 기억, 성격 등의 처리가 복잡하면 연산도 느려지고, 그것이 신체의 이상으로 나타나니까 약이랄 게 없죠."
"벌어진 후 이런 식으로 ‘치료’하는 수밖에는……"
...모두 아는 정보입니다.
당신이 가장 잘 알죠.
어린 아키가 갑자기 숨을 못 쉬었을 때나,
학교에서 쓰러졌을 때,
몸이 타는 것 같다며 당신을 붙잡고 식은땀을 흘렸을 때......
그 외의 수많은 오류.
생생합니다.
아키는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요.
그리고 당신은 그런 아키 곁에서 평생을 지켜봐야 하는 걸까요.
노바 클라크...아키의 곁을 평생 지키는 것.
사실, 그건 노바에게 당연한 일입니다. 그럴 것이고, 그러고 싶어요.
하지만 아키는, 정말 괜찮을까요?
식은땀을 흘리고, 쓰러지고, 숨이 막히고...
...아키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해요.
아키... 그 이름을 조용히 중얼거려요.
노바 클라크의사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진료실을 나옵니다.
병원에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발걸음이 빠르게 해 집으로 향해요.
지금, 아키의 미소가 절실했으니까요.
아키에게 가 다시 칩을 장착하면 얼마 뒤 눈을 꿈뻑 뜨며 깨어납니다.
한 번에 픽, 하고 꺼졌던 터라 본인도 영문을 모르는 것 같네요.
설명을 해 줍시다.
노바 클라크아키에게 제대로 이야기 해주어야 합니다. 이쪽이 무려 연상이니까요. 하지만...
아케르나르 펠로어당신의 표정을 보다가, "노바?" 하고 걱정해요.
노바 클라크당신을 끌어안고, 고개를 숙입니다.
한참을 안고 있다가...겨우 입을 열어요.
"아키가, 잠시 오류가 났었어."
"지금은 괜찮아. 내가 병원에 다녀왔거든."
아케르나르 펠로어당신의 설명에 아무 말 없이 등을 쓸어줍니다.
"걱정을 끼쳤네요, 미안해요."
노바 클라크얌전히 손길을 받아들여요. 사실, 미안하다는 말보다는...
"...아키는 괜찮아?"
아케르나르 펠로어"그럼요, 노바가 칩을 들고 치료하러 가줬잖아요?"
노바 클라크"그거 말고."
잠시 머뭇여요. ...제일 힘든 건, 아키 본인일 테니까요.
당신을 안은 팔에 아프지 않게 힘을 줘요. 이번에는 위로의 마음을 담아.
아케르나르 펠로어끝나지 않은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등을 감싸고 있던 손을 풀어, 당신의 머리를 감쌉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당신의 머리카락 사이사이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빗어내립니다.
"하지만 전 정말 괜찮은 걸요."
대단한 비밀을 말하는 것처럼 속삭여요.
노바 클라크얌전히 당신의 손길을 받다가...이내 고개를 들어요.
"...응, 다행이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세게 안아주고 놓아줘요.
노바 클라크'다음에', 또, 내가 지켜줄게. 라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이왕이면, 아키가 아프지 않았으면 하니까요.
노바 클라크아키 없이 혼자 칩을 들고 달려가는 건...역시 무서운 일이니까요.
혼란스러웠던 하루가 갑니다.
해가 지기 시작하고 있어요.
도시의 빛이 아무리 강해도 이 시간의 태양 빛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밤이 오면 또다시 도시의 시간으로 돌아오겠죠.
노바 클라크먼 옛날, 어떤 인간들은 이 시간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하던가요.
노바는 이 시간을 좋아했습니다.
이 시간이라면 인간과 신인류가 구분되지 않을 테니까요.
노바 클라크"...저녁은 뭘 먹을까? 나 따뜻한 걸 먹고 싶어."
노바 클라크"응, 아키가 끓여주는 양파 스프 먹고 싶어."
아케르나르 펠로어그럼 오랜만에 실력 발휘를 해봐야겠다고 웃으면서 일어나 주방으로 들어갑니다.
노바 클라크그런 아키의 뒷모습을 보다가...
따라가서 귀찮게 기웃거려요.
그렇게 다시금 평화를 찾은 하루가 저뭅니다.
〓 𝗖𝗛𝗔𝗣𝗧𝗘𝗥 02 ───➤ 귀향길
〔길가에서 벌어진 테러로 인해 본체에 피해를 당한 17명의 부상자와 칩이 손상된 두 명의…〕
오늘도 부스스하게 눈을 뜨면 아키가 틀어두었는지 뉴스에서 소식이 들려옵니다.
...테러?
노바 클라크오늘도 아키에게 안기듯 다가갑니다.
눈을 꿈뻑이며 뉴스를 봐요.
"...아키도 조심해."
아케르나르 펠로어익숙하게 아침인사를 하면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네, 노바도요."
"저희랑 먼 지역이긴 한데 꽤 큰 테러가 일어났네요..."
"폭탄 같은 걸 터트렸다니."
본체는 바꾸면 되고, 칩의 손상은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고치면 됩니다.
어차피 우리는 외부의 원인으로 죽지 않으니 속보는 아니에요.
그러나 고통은 동일하게 느끼고, 악의성이란 무시할 수 없으니 범죄자들은 처벌받아야겠죠.
그래요.
그 일이 있고 일주일이 또 지나 휴일이 왔습니다.
아키도 그동안 아무 일 없이 건강했고요.
특별할 일 없는 일상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아키와 놀러 가기로 했었죠.
밤에 가까운 곳에서 축제가 열린다고 합니다.
노바 클라크크리스마스이고, 연말이니 설레이는 건 어쩔 수 없는 걸까요. 부지런히 짐과 옷가지를 챙깁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네, 노바는요?" 그리고 손에는 같은 디자인의 목도리 두 개가 들려 있어요.
아케르나르 펠로어"추울 테니까요."
하늘색 목도리와 분홍색 목도리.
노바 클라크아키가 내민 목도리를 고민하며 보다가...
"나, 이게 좋아."
하늘색 목도리를 고릅니다. 아키의 머리카락 끝과 같은 색깔이요.
아케르나르 펠로어그럴 줄 알았다면서 하늘색 목도리를 당신에게 둘러줍니다.
노바 클라크두 개의 목도리니까, 남은 하나는 자신의 것임을 알고 있었는데도...굳이 물었어요.
이상하게 아키의 앞에서는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지니까요.
마찬가지로, 아키에게 분홍색 목도리를 단단히 둘러줍니다.
추위에 단단히 대비하고 나가면 거리에는 이미 다양한 사람들이 나와 있습니다.
어린아이들부터 노인들까지 정겹게 웃으며 축제를 즐기고 있어요.
우린 문화라고 할 것이 남아있지 않으니 이전 인류의 것을 미숙하게 따라 할 뿐이지만요…
즐거우면 된 것이 아닐까요?
준비되어있는 몇 가지 놀거리들이 있습니다.
〔사격〕, 〔트리〕, 〔운세〕, 〔포토존〕에 갈 수 있습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음..."
"노바, 사격 잘해요?"
제 나이대처럼 보이게 하는 반짝이는 눈빛.
노바 클라크해본 적은 없는데... 머뭇이다가 아키의 눈빛을 보고 눈을 깜빡입니다.
"...오늘부터 잘하게 될 걸?"
노바 클라크그래요, 즐거우면 된 일 아닌가요. 반짝이는 눈빛의 아키와 함께 사격존에 향합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노바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면서 산뜻한 발걸음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사격장에는 여러 인형들과 소품들이 쌓여있습니다.
주인이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총을 쥐는 법과, 발사하는 법을 가볍게 알려줍니다.
그럼 노바, 준비 됐나요?
노바 클라크열심히 설명을 듣습니다. 아키한테 잘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니까요!
∘₊✧ 노바, 〔사격(권총)〕 판정 ✧₊∘
cc<=20 사격(권총)
(1D100<=2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2 > 82 > 실패
1D10
(1D10) > 5
5발은 그래도 과녁을 맞췄지만, 나머지는 어림도 없습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하지만 당신의 결과에 상관없이 웃으면서 좋아합니다.
노바 클라크반짝이는 눈빛으로 바라봤으니까요, 분명 즐거워할겁니다.
총을 아키에게 건네줍니다.
∘₊✧ 아키, 〔사격(권총)〕 판정 ✧₊∘
CC<=20 사격(권총)
(1D100<=2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4 > 44 > 실패
아케르나르 펠로어당신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지만 꽤나 뿌듯해하는 모습입니다.
"과녁판, 들고 갈까요?"
노바 클라크"아키, 멋졌어!"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어쩐지 뿌듯한 마음이 들어요.
아케르나르 펠로어사격장 주인에게 인사하면서 나옵니다.
기분이 좋아졌는지 콧노래를 흥얼거려요.
노바 클라크"...한 번 더 할까?"
그런 아키를 힐끔 봐요.
아케르나르 펠로어"괜찮아요, 이미 충분히 즐거웠으니까."
당신의 과녁판도 팔랑거리면서 들고 있어요.
노바 클라크아키의 기분이 좋아져서일까요, 자신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우리, 트리 보러 가자."
아케르나르 펠로어"그럴까요." 좋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연말을 맞아 놓은 트리입니다.
물론 진짜 나무는 아니지만…
까끌한 잎 사이사이 모두가 자신의 소원을 달아두었습니다.
종이와 끈으로 된 것들이 조명과 함께 빛나네요.
두 사람도 하나 달까요?
노바 클라크트리에 소원 달기, 이런 것에 빠질 수야 없죠.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테이블 위에 있는 종이와 펜을 찾아 가져옵니다.
노바 클라크"아키, 같이 소원 달자."
종이와 펜을 하나씩 건넵니다.
아키의 소원이 궁금하지만...
"...뒤돌고 있을까?"
아케르나르 펠로어"괜찮아요, 오늘은 비밀이 아니니까."
"노바는 뭘 적을 건가요?"
종이와 펜을 건네 받고는 슥슥, 막힘없이 소원을 씁니다.
노바 클라크"아키 소원은?"
...저번의 일을 기억하고 있는지, 먼저 묻는 모습입니다.
이번에도 바보가 될 수는 없으니까요!
아케르나르 펠로어"흐음~"
당신이 반문해오면 알려줄까 말까하는 표정을 짓습니다.
장난기 어린 표정이에요.
아케르나르 펠로어당신이 한 번 보채고 나서야 웃으면서 고개를 숙여보라고 손짓합니다.
노바 클라크두근두근. 기대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입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귓가에 속삭입니다.
"당신이 언제나 행복하기를."
노바 클라크그 말을 들으면 눈을 깜빡이다가...
눈을 살짝 접어 환하게 웃습니다.
"소원은, 아키를 위한 걸 빌어야지."
그럼에도 기뻐보입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함께 있어준다고 했잖아요, 그러니 노바가 행복해야 저도 행복하지 않을까요?"
노바 클라크그 말에 잠시 고민하다가...
"그럼 나도 나를 위한 소원을 빌래."
쪼그려 앉아 당신이 볼 수 있는 위치에서 종이에 글자를 적어갑니다.
'아키도 언제나 행복하기를.'
가지런한 글씨가 종이에 나열됩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당신이 종이에 소원을 쓰는 동안 여기도 단정한 글씨로 소원을 써내려갑니다.
'노바가 언제나 행복하기를.'
아케르나르 펠로어제 손이 닿는 낮은 위치의 나뭇가지에 소원을 달아요.
노바 클라크종이에 소원을 다 적자, 뿌듯하게 일어납니다.
마찬가지로, 아키의 근처에 소원을 달아요.
아케르나르 펠로어땅에서 가장 가까운 소원. 하늘 위에 있을 신을 믿지 않으나 우리가 딛고 서 있는 대지에 서린 힘을 믿기에.
노바 클라크하늘의 목소리보다는 대지의 목소리가 더 닿기 좋은 위치.
그것만으로도 괜찮지 않을까요. 때때로 손을 뻗으면 금새 소원을 찾아 읽을 수 있을 테니까요.
노바 클라크리본 모양으로 묶인 소원을 말없이 바라보다가...
"갈까? 나, 운세도 보고 싶어."
아케르나르 펠로어"......" 제 소원과 나란히 달린 당신의 종이를 바라봅니다.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당신의 배려와 애정을 느끼고는 해요.
휴대폰을 꺼내 종이가 나란히 매달린 걸 찍고,
노바 클라크"어쩌면 소원에 관해서도 적혀 있을 지도 몰라."
신이니, 운세니...그런 걸 믿지는 않는 편이지만요.
하지만 간절히 바라는 소원이 있다면 가끔씩은, 괜찮지 않을까요.
그것이 인간이니까요.
서로의 행복을 바라며 운세 쪽으로 향합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이런 곳에 오는 점술가들은 좋은 이야기를 해주니까요.
일주일 전의 일로 노바가 아직 신경을 쓰고 있을 지도 모르니 운세를 한 번 보러 가는 것도 좋겠죠.
아케르나르 펠로어진지하게 믿지 않아도 덕담은 기분이 좋아지는 법이니까.
신년 운세를 봐주는 막사로 들어가면, 무거운 분위기의 누군가가 수정 구슬을 만지며 웃고 있습니다.
어두운 천막 내부, 주인은 수정을 마구 매만지며 당신과 아키의 눈을 마주 봅니다.
노바 클라크"안, 안녕하세요." 조금 멈칫였지만 티내지 않고 인사합니다.
"어서 와요, 앞에 앉으면 된답니다."
주인은 손짓을 하며 두 사람을 앉힙니다.
한참이나 묘한 손놀림으로 수정을 만지던 주인은 당신에게 퍼뜩 말을 건네요.
"기묘하네요."
"다음 해의 당신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안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아주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겁니다."
"당신을 지켜주는 사람이 있어요."
노바 클라크"...저를요?"
...오히려 반대 아닌가? 어리둥절합니다.
수상한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노바 클라크그야, 노바 자신은 아키를 지켜주는 역할이니까요!
속으로는 운세가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더니 아키를 보고는,
"이쪽도 재밌네요."
"소원을 빌었다면 이루어지길 응원하겠습니다."
"언젠가 선택할 때가 올 거예요."
...라고 말합니다.
노바 클라크고개를 기우뚱. ...역시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아케르나르 펠로어역시나 의미를 잘 모르겠는지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감사를 표합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운세의 결과에 상관없이 대가는 내야 한다고 배웠어요.
노바 클라크마찬가지로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뜻은 잘 모르겠지만요.
노바 클라크약간은 어리둥절하게 아키와 함께 나와요.
"어때?"
아케르나르 펠로어"으음..."
"응원을 들었으니 좋은 거라고 생각할래요."
아케르나르 펠로어"노바도 지켜주는 사람이 있다니 운세가 좋게 나온 거 아닐까요?"
노바 클라크"나는 아키를 지켜줄 정도로 강한데?"
조금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해요.
아케르나르 펠로어그런 당신을 올려다 보다가 볼을 문질러줍니다.
"하지만 누구나 기댈 사람은 필요하니까요."
노바 클라크기댈 사람이라...
자신은 항상 지켜주어야 하는 위치였기에,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시선이 자연스럽게 아키에게 향해요.
"... ...사진 찍으러 갈까?"
아케르나르 펠로어"신경써서 입고 나오길 잘했네요."
마지막으로 당신의 볼을 꾹, 누른 다음 휠체어에 편하게 앉습니다.
노바 클라크조금 풀어진 목도리를 고쳐서 매줍니다. 늘 그렇듯 귀여운 리본 모양으로요.
노바 클라크"응, 가자." 목도리를 고쳐 매주고, 포토존으로 발걸음을 옮겨요.
˗ˋˏ✄————————— 2026.02.20
𝘐𝘴 𝘪𝘵 𝘱𝘰𝘴𝘴𝘪𝘣𝘭𝘦 𝘵𝘰 𝘮𝘪𝘴𝘴 𝘢 𝘱𝘭𝘢𝘤𝘦 𝘺𝘰𝘶'𝘷𝘦 𝘯𝘦𝘷𝘦𝘳 𝘣𝘦𝘦𝘯?
𝘛𝘰 𝘮𝘰𝘶𝘳𝘯 𝘢 𝘵𝘪𝘮𝘦 𝘺𝘰𝘶 𝘯𝘦𝘷𝘦𝘳 𝘭𝘪𝘷𝘦𝘥?
잘 만들어둔 포토존입니다.
친구 사이로 보이는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며 웃고 있습니다.
우리도 사진을 찍어볼까요?
근처엔 머리띠나 파티 안경 같이 귀여운 소품들도 많습니다.
노바 클라크자연스럽게, 포토존 옆 귀여운 소품들에 시선이 갑니다.
파랑새의 깃털을 가져다 만든 것만 같은, 파란 깃털이 달린 핀을 집어요.
아케르나르 펠로어사진을 찍는 걸 즐기진 않는 터라 약간 어색한 채로 노바에게 행선지를 맡기고 있어요.
노바 클라크"이거, 잘 어울릴 것 같은데?" 핀을 아키의 옆머리에 대봐요.
아케르나르 펠로어"그런가요?" 군말없이 당신이 꽂아주는 걸 받아들이고는, 털이 복실복실하게 달린 머리띠를 건넵니다.
노바 클라크"응?" 털이 복실복실하게 달린 머리띠를 받아요.
"나, 쓰라고?"
노바 클라크아키의 말에, 눈을 가늘게 뜨고 봐요. 난 아키를 지켜주는 멋진 사람인데...아키는 가끔 이렇게 본다니까요.
노바 클라크...하지만, 노바 클라크. 아키의 선물?을 거절할 수 있을리 없죠.
아케르나르 펠로어"응, 좋아요."
노바랑 같이 찍는 거니까...
싫다고 하지 않습니다.
노바 클라크그 말에 살며시 웃습니다. 그야, 아키가 노바를 알고 있듯이...노바도 아키를 알고 있으니까요.
노바 클라크"저기, 가보자." 조금은 가벼운 목소리로 포토부스로 발걸음을 옮겨요.
포토부스로 들어가보면, 무려 무료입니다.
프레임을 고르고 사진을 찍어볼까요.
한 장에 총 4개의 사진이 들어가는 것 같군요.
노바 클라크어떤 게 좋을까, 생각하며 화면을 눌러 프레임을 살펴요.
야경, 우주, 바다... ...여러가지 프레임이 있습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흠..."
삑, 삑, 뒤로 가기를 누르면서 프레임을 구경합니다.
CHOICE[귀여운거, 예쁜거]
(choice[귀여운거,예쁜거]) > 귀여운거
아케르나르 펠로어고민하다가 뭉게구름이 그려진 파란 하늘 컨셉의 프레임을 골라요.
노바 클라크"좋아." 아키의 선택에 프레임을 결정하고, 사진을 찍기 위해 몇 걸음 물러나요.
노바 클라크그리고 자연스럽게, 아키의 옆에 가서 포즈를 잡아요. 손으로 반쪽 하트를 만들었습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고개를 갸우뚱하다가 반쪽 하트를 만들어 하나로 합체.
노바 클라크아키가 갸우뚱 하는 사이, 실수로 들고 있던 리모컨 버튼을 눌러 사진을 찍었습니다.
찰칵.
노바 클라크"어떤 포즈가 좋아?" 그러는 사이에도, 카운트는 흘러갑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어쩐지 조금 조급해집니다.
"아는 포즈 없어요?"
노바 클라크뭐가 있었지?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3...2...1... 숫자는 착실하게 줄어들어요.
노바 클라크아, 그래. 그게 있었어요. 무언가 말하려고 고개를 든 순간...
...노바가 하나 예상하지 못한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아키가 생각보다 더 가까이 있었다는 것.
노바 클라크둘은...촬영 시간이 끝났다는 것.
이윽고 찰칵! 소리가 났을 때...
아키의 뺨에 입술이 닿아있었습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무슨 말을 할 지 궁금해 당신 쪽으로 고개를 돌리던 참이었습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그 탓에 생각보다 꾹, 닿은 입술에...
그대로 얼어붙습니다.
노바 클라크... ...그대로 멈춘 건 노바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바 클라크...평소 똑똑했던 노바지만, 상황파악이 느려졌어요.
곧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고...
"미, 미안!" 황급히 몸을 뒤로 물려요.
와중에 뺨과 닿았던 입술을 만지작...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볼에 옅은 홍조를 띈 건 아키도 마찬가지입니다.
입술이 닿았던 볼을 만지작...
아케르나르 펠로어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노바, 입술이 말랑하네요."
노바 클라크이런 경우는 처음이어서,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우물쭈물 하고 있다가...
"바, 바보 아키!" 더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 같아요.
노바 클라크"나, 나는 찍힌 사진 볼래."
...급하게 기계 앞에서 사진이 나오는 걸 기다려요.
귓볼이 조금 붉은 것 같기도...
아케르나르 펠로어휠체어를 가볍게 움직여 노바의 옆에서 같이 사진을 기다립니다.
"사진들, 기대돼요."
노바 클라크"...응." 모처럼 아키랑 찍은 사진이니까요.
곧 우웅, 거리는 소리를 내며 사진이 출력됩니다.
아키가 갸웃거리는 컷, 둘이서 하나의 하트를 만든 컷, 옆구리가 찔려 화면에서 흔들리는 노바의 컷, 그리고...
사이좋게? 아키의 뺨에 입술이 닿은 노바의 컷.
노바 클라크...사진 크기와 화질이 좋아서인지, 선명하게 보입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출력된 사진을 구경합니다.
"......부끄러워요."
사진 파일을 당신 왼쪽 손목의 통신기에 저장할 수도 있습니다. 사진 찍을 때의 영상도 같이요.
노바 클라크"... ..."
"응."
부끄럽지만, 아키와 함께한 추억이니까요.
왼쪽 손목의 통신기에 사진 파일과 영상을 저장합니다.
사진과 영상을 저장하고 포토부스를 나오면, 어느새 시간이 꽤 지났습니다.
하늘이 어둑해지기 시작하며 도시의 빛들이 점점 커집니다.
아키와 당신이 있는 거리가 한산해진 것이 의아한 찰나,
어디선가 사람들의 환호 소리가 들립니다.
노바 클라크자연스럽게 그곳에 시선이 가요. 무슨 일이지?
아. 축제에 이런 것도 준비되어 있었군요!
하늘에 아주 큰 홀로그램이 투영됩니다.
어디 먼 건물에 화려한 색의 그래픽이 매핑 되기도 하고요.
그 뒤로는 불꽃이 크게 퍼집니다.
공중에서 녹아내리는 빛이 물결에 비추어져 한순간 이곳은 우주가 되었다가 가라앉습니다.
당신이 언제나 그리던 그 모습이네요.
노바 클라크하늘에 펼쳐진 우주. 단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장소와, 시간을 그리워 하는 어느 독특한 신인류.
노바 클라크화려한 색의 불꽃의 빛으로 그늘진 얼굴에 웃음이 가득 번집니다.
노바 클라크꼭 좋아하는 걸 가진 어린아이처럼, 두 눈동자에 하늘을 담아요.
그를 이어 축제용 드론은 물고기 떼가 되어 공기를 헤엄치기도 합니다.
잔잔한 음악에 맞추어 이 세계를 도화지로 쓰듯 가상의 것들이 그림을 입힙니다.
그 빛을 고스란히 눈에 담은 아키가 말합니다.
노바 클라크"응, 그렇네."
"예쁘다, 아키!"
활짝 웃으며 대답해요.
하지만 무엇보다...
우주와 바다가 공존하는 이 순간.
영혼을 나누어가진 아키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기뻐서...
아케르나르 펠로어결코 만날 수 없는 우주와 바다가 한 곳에 모이는 모습은...
우리도 언제나 함께 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아케르나르 펠로어당신에게 머리를 기대고 한참이나 하늘을 바라봅니다.
노바 클라크아키가 기대면, 자신도 자연스럽게 기대요.
"우리, 내년에도 또 오자."
아케르나르 펠로어"네, 그때도 같이 사진을 찍고 불꽃놀이를 봐요."
펑, 퍼엉—
큰 소리를 내며 불꽃은 터지고, 드론은 하늘을 날아다니며 반짝이는 것들을 수놓습니다.
도시 빛에 지지 않는 저 색들이 피날레를 장식하기 위해 아주 높이 날아들고,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 소리가 고조될 때......
퍼엉.
불꽃이 터지는 소리와는 다른 폭발음이 들립니다.
잠깐, 폭발음……?
현장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됩니다.
뒤에서 조잡하게 얽힌 기계를 든 사람들이 몰려와 시민에게 마구 발포합니다.
노바 클라크불꽃이 터지는 것과는 이질적인 폭발음. 반사적으로 아키를 끌어안습니다.
무언가 깨지는 소리, 둔탁하게 떨어지는 소리, 비명 소리, 찌르고 뚫리며 뜯어지는 소리…
그 안에서 누군가가 소리칩니다.
"테러다!!!"
아케르나르 펠로어당신의 옷자락을 붙잡고 주변을 두리번거립니다.
"여기에 가만히 있다가는 표적이 될 거예요..."
노바 클라크아키를 끌어안은 팔이 조금 떨립니다.
아침에 보았던 뉴스가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요.
아케르나르 펠로어당신의 등을 조심스럽게 쓸어줍니다.
"노바, 괜찮아요?"
노바 클라크아키를 바라보면, 시선이 닿아요.
...정신 차리자. 아키를 지켜줘야 해.
"...응. 괜찮아."
아키를 끌어안은 팔을 풀고, 아키의 손을 잡고 반대편으로 달립니다.
근처에 몸을 숨길 곳이 있을까요? 주변을 둘러봐요.
∘₊✧ 노바, 〔민첩〕 판정 ✧₊∘
cc<=30 민첩
(1D100<=3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4 > 14 > 어려운 성공
몸을 숨길 곳을 찾으며 뛰어 도망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어 숨을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더군다나 사람들이 도망가며 화구을 넘어뜨리기라도 했는지 종이 따위로 된 조화가 불에 타오르고, 싸구려 재질으로 만들어진 조형물이 녹아내립니다.
그 아비규환을 가로질러 드디어 빠져나오나 싶었을 때......
당신이 미처 보지 못한 테러리스트가 당신의 머리를 내리칩니다.
아키가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노바 클라크윽...!?
시야가 흔들려요. 아키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립니다.
곧 당신은 찢어질 듯한 아픔을 느낍니다.
빠직, 두꺼운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의식이 멀어집니다.
노바 클라크...아키, 아키는 괜찮을까? 멀리 도망가야 할 텐데.
〓 𝗖𝗛𝗔𝗣𝗧𝗘𝗥 3 ───➤ 플래시백 하나
…… 당신은 눈을 뜹니다.
이상하게 시선이 낮습니다.
동시에 아주 생경한 감각을 느낍니다.
가령 부드러운 피부라거나,
흉통에 울려 퍼지는 규칙적인 진동,
온 몸의 구석구석을 가로지르는 관들과 그걸 통해 순환하는 뜨거운 액체.
배에 가득한 꾸물거리고 구겨진 고기껍데기 같은 것들.
…… 거북합니다.
금속보다 무르거나 강한 것이 신체를 구성하고 있는 기분입니다.
∘₊✧ 노바, 〔이성〕 판정 ✧₊∘
cc<=40 이성
(1D100<=4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7 > 87 > 실패
᙮ᕽ᙮ 노바, 이성 1D3 감소 ᙮ᕽ᙮
노바 클라크...평소와는 다른 감각. 자신의 몸을 손으로 만져가며 확인합니다.
이상해, 무서워.
심지어는 그 손조차 평소와 다르네요.
왜인지 물기 가득한 눈으로 시선을 내리면 아주 작은 손이 보입니다.
그제서야 알 수 있습니다.
당신은 지금 작은 사람입니다.
그것도, 기계의 몸이 아닌.
아래에 피가 흐르는 가죽으로 이루어진 것은 학생 때 역사책에서나 보았는데요.
혼란스러운 것도 잠시, 당신 앞에 아주 낯선 사람이 보입니다.
당신보다는 아니지만 어린 아이가 말을 겁니다.
그런데 어쩐지, 낯선 만큼 익숙한.
그립고, 아프고, 아끼는…
노바 클라크... ...
입을 열어, 이름을 부르려고 해봅니다.
당신의 성대가 꿀렁거리며 소리를 내뱉습니다.
단순히 입력하고 출력하는 것이 아닌, 열었다 닫으며 아주 정교하게 움직이며...
그의 이름을 부를 수 있습니다.
노바 클라크"... ...아키..."
"나, 이상해..."
아케르나르"왜 그래요, 노바. 어디 아픈 곳 있어요?"
육신肉身이라는 것의 괴로운 감각이 어느 정도 적응되면 주위를 살필 수 있습니다.
생명이 가득한 것.
마찬가지로 역사에서만 봤던 푸른 정원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꽃에 앉는 작은 나비들, 무성한 나무, 투명하고 높은 하늘……
눈에 닿는 것 부터 살펴봅시다.
당장 앞에 〔펼쳐진 꽃밭〕, 〔당신이 비추어지는 유리창〕, 〔웃고 있는 아케르나르〕가 보입니다.
노바 클라크...노바 클라크. 늘 생명의 흔적을, 인간의 흔적을 찾아가던 어떤 신인류.
눈앞에 보이는 것은, 명백히 책에서 보았던 생명입니다.
그런데...어째서 이토록 두렵고 무서운가요.
노바 클라크숨을 쉬는 것은 이토록 이질적인 건가요?
시선은 웃고 있는 아키에게 닿습니다.
아케르나르입니다.
머리색은 좀 다르지만, 눈은 여전한 듯 하고.
느낄 수 있어요.
그러나 묘하게 어긋남이 느껴집니다.
아케르나르는 아케르나르인데,
당신이 아는 그와는 너무 낯선...
미묘한 이 감정은 무엇이죠.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무엇을 느끼고 있는 걸까요?
......그리움?
하지만 이 아케르나르는 처음 보는 걸요.
노바 클라크나의 아케르나르.
혼란스럽습니다, 무섭습니다.
지금 당장 '나의 아키'가 보고 싶어요.
노바 클라크눈물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꾹, 참고서 유리창에 시선이 닿습니다.
누군가의 집인지, 버려진 건물인지 모를 것이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습니다.
검은 유리창에 비추어지는 당신의 모습은,
예상했을 지도 모르지만, 어린아이입니다.
동시에 아주 미묘합니다.
기억하는 본인의 어린 시절 그대로의 모습인데도 그래요.
‘생명력이 감돈다’는 말이 무엇인지 와닿을 정도로 인간입니다.
우리가 아는 그 인간이요.
공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오래전에 멸종한…….
노바 클라크그토록 보고 싶었던 인간을 찾아내었으니까요!
'아케르나르'와 함께 인간을 찾지 않았나요!
... ...왜, 전혀 하나도 기쁘지 않을까요?
노바 클라크'나의 아키'가 아니라면, 나는 '아키의 노바 클라크'가 맞을까요?
노바 클라크...펼쳐진 꽃밭에 시선을 둡니다. 어쩌면 회피, 어쩌면...
어떤 신인류를 찾기 위해서요.
그래요, 아키는 꽃을 좋아했으니 꽃밭에서 꽃을 구경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꽃밭으로 눈을 돌리면 물을 머금고 성장하는 ‘생물’ 꽃이 보입니다.
도시에서 아주 멀리 떠나야만 볼 수 있는 귀한 것들이 무수히 펼쳐져 있습니다.
아케르나르가 그 중 하나를 따서 들고 있던 것에 엮으며 무언가 만들고 있던 참이었어요.
당신의 머리색을 닮은 꽃이네요.
아케르나르"물론 좋아하죠? 그보다는 노바를 닮은 백합을 더 좋아하지만."
아케르나르"그래도 화관에 백합을 넣을 수는 없으니까요."
"자, 다 됐다."
노바 클라크다정한 목소리, 다정한 시선...
'나의 아키'이면서, '나의 아키'가 아닙니다.
노바 클라크완성된 화관은 머리에 올려집니다.
...혼자서 뚝, 하고 우주에 떨어진 것 같습니다.
노바 클라크홀로 떨어진 성운이 되어...
무엇 하나 알 수 없는 채로.
아케르나르"오늘 따라 멍하네요. 역시 아직 열이 덜 내렸나?"
아케르나르"이만 집으로 가요. 은사님이 걱정하실 거예요."
나긋나긋한 목소리.
부드러운 눈웃음을 하며 당신에게 손을 내밉니다.
그러고 보니...
이 아케르나르는 휠체어를 타고 있지 않네요.
아케르나르아키도 집 안에 있을 때는 휠체어를 타지 않는 편이지만.
노바 클라크의식이 멀어지기 전, 하고 싶었던 말.
그리고...평소에도 아키에게 해주었던 말.
'나의 아키'가 아닌 것을 알면서도 물어요.
아케르나르"저야 언제나 괜찮죠."
"걱정해야 하는 건 노바인데."
그를 따라나서기 위해 일어나면,
휘청…...
처음 겪는 어지러움에 시야가 뒤틀립니다.
영문 모른 채로 숨을 고르고 있으면 아케르나르가 무어라 말합니다.
귀울림에 자세히는 듣지 못했지만, 당신을 걱정하고 있는 것 같아요.
…… 그립고 이상한 감각입니다.
가슴에 무언가가 뜨겁게 차오르는 것 같은 기분.
정말 소중한......
단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것들에 잠식당하고 나면 그 꿈같은 감각을 마지막으로……
〓 𝗖𝗛𝗔𝗣𝗧𝗘𝗥 4 ───➤ 몽중상심
당신은 깨어납니다.
우리 집의 높은 천장과 걱정스러운 아키의 얼굴이 시야에 담깁니다.
지독하게 따뜻한 꿈을 꾼 것 같아요.
노바 클라크...누워서 눈을 깜빡이다 보면... 눈물이 툭, 따라 떨어집니다.
"...아키..."
아직 더운 감촉이 피부에 남아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야 볼이 이렇게 뜨거운데……
당신은 자신이 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슬픈 꿈이었을까요? 애절한 꿈이었나?
우린 돌아갈 고향도 없는데 왜 향수를 느끼는 걸까요.
가슴이 사무치도록 서럽지만…… 동시에 안정을 느낍니다.
᙮ᕽ᙮ 노바, 이성 1D2 회복 ᙮ᕽ᙮
아케르나르 펠로어침대로 올라와 누워 있는 당신을 반쯤 일으켜 안아줍니다.
"무슨 꿈을 꿨길래..."
"악몽이기라도 했어요?"
노바 클라크"..."
아키의 품에 안기자, 겨우 참았던 감정이 터트립니다.
볼을 따라 눈물이 뚝, 뚝. 떨어져요.
"...아니."
아주 무섭지만, 또 그립고, 슬펐던...어떤 꿈.
아케르나르 펠로어규칙적인 박자로 당신의 등을 토닥입니다.
"저는 당신이 죽을 때까지 옆에 있을 거예요."
아케르나르 펠로어"그러니까 제가 보고 싶을 때는, 단지 눈을 뜨기만 하면 돼요."
아케르나르 펠로어"그러니까 꿈에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네?"
어떤 꿈을 꿨는지는 모르겠지만, 일어나자마자 울면서 저를 찾는 걸 보면 오류가 잦은 제가 80년을 채 살지 못하고 폐기처분 되는 꿈이라도 꾼 거겠죠.
아케르나르 펠로어혹은 방랑벽이 있는 제가 기어코 노바를 떠나버렸거나.
아케르나르 펠로어어느 쪽이든 실현 가능성이 있는 꿈이라... 그의 불안함을 이해합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당신의 머리 사이사이 손가락을 끼워 쓸어내려요.
노바 클라크"...약속해."
"나를 떠나지 않겠다고."
"곁에 있겠다고."
"눈을 뜨면...웃어주겠다고."
아케르나르 펠로어"정말 남은 일생을 저와 함께 보내시려구요?"
노바 클라크"응."
...하지만 알고 있습니다. 왜 모르겠나요. '나의 아키'는...더 먼 곳으로 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건, 그냥 어리광입니다.
눈을 떴을 때 있어주지 않았던...아키를 향한 어리광.
노바 클라크"...미안. 약속은 잊어줘."
"...아키는, 괜찮아?"
아케르나르 펠로어"......"
당신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춥니다.
"그럴게요."
"약속해드릴게요, 노바."
아케르나르 펠로어괜찮냐는 물음에는, "그럼요. 저는 언제나 괜찮답니다."
노바 클라크...그 말에 시선을 내려요. 아키는 휠체어를 타고 있을까요? '평소처럼'?
아케르나르 펠로어지금은 침대로 올라와 있지만 침대 바로 옆에는 휠체어가 있습니다.
노바 클라크"다음에는...바다를 보러 갈까."
"아주 멀지만...재미있을 거야."
아케르나르 펠로어"그만큼 시간을 길게 뺄 수 있어요?"
"저는 좋지만요."
당신이 진정한 듯 하면 다시 침대에서 내려와 휠체어에 앉아요.
노바 클라크"시간은...괜찮아." 아마도요.
익숙하지만, 동시에 낯선 신체 감각.
묘하게 오른팔 관절이 삐걱대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러고 보니 도망치면서 사람들에게 꽤 부딪혔죠.
가만 보면 아키의 본체도 아주 안녕한 상태는 아닌 것 같습니다.
평소라면 일어나서 몇 시간은 컨디션이 좋다며 휠체어를 타고 다니지 않는데.
아케르나르 펠로어"...노바가 테러리스트에게 머리를 맞고 기절한 뒤에 곧바로 경찰이 테러리스트를 제압했어요."
"다행히 칩에는 손상이 없어서 금이 간 부품만 급하게 바꿔 끼웠는데... 재부팅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는 거예요."
"잠에 든 것 같아서 깨우진 않았어요."
"몸은 괜찮나요, 노바? 머리 부근의 부품만 교체한 거라..."
노바 클라크"...응, 괜찮아."
오른팔의 문제는 말하지 않습니다.
"미안, 아키를 혼자 뒀네."
노바 클라크...상대가 의식이 없을 때의 두려움. 그것을 매우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아케르나르 펠로어괜찮다는 듯이 웃어줍니다.
"그래도 병원에 한 번 가볼까요?"
"본체 점검도 할 겸."
노바 클라크"...응."
옷장에서 적당한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방에서 나와요.
여러모로 정신이 없었던 탓에, 머리카락이 부스스거려요.
당신이 거실로 나오면 늘 그렇듯 짧은 기계음들과 함께 집 안의 시스템이 가동됩니다.
〔노바 클라크 / 몸체 관절 이상, 수면 시간 13시간 31분, 오늘 일정 없음. 〕
아키가 가볍게 일정을 수정합니다.
〔오늘 일정: 몸체 이상 치료.〕
이후 둘은 집을 나와 병원으로 향합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병원으로 가는 무인 승용차 안에서 당신의 머리를 싹싹 빗어주고 땋아주기까지 합니다.
빠르게 병원은 평일치고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우리가 필요한 건 몸체의 점검과 치료이기 때문에 저번에 향했던 곳과는 다른 방향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이번에는 C관으로 향해야 하네요.
진료 접수 후 잠시 기다리면 안내 음성이 나옵니다.
"클라크님, 펠로어님. 진료실로 들어오세요."
노바 클라크싹싹 빗어지고 땋아진 머리카락으로, 진료실에 들어가요.
진료실에 들어가면 각자 하얀 베드 위에 눕습니다.
움직이지 말라는 의사의 목소리와 동시에 곧 몸 위로 푸른색 레이저가 켜지고 당신을 위아래로 훑습니다.
왼쪽 귀에서 규칙적인 삐 소리가 들리고, 다리가 저립니다.
판정이 끝나면 레이저가 꺼지고 두 사람은 베드에서 일어납니다.
노바 클라크왼쪽 귀를 손바닥으로 꾹 누르며 일어나요. 이상한 기분.
이후에는 곧바로 줄이 없는 헤드셋을 착용합니다.
짧은 단어들이나 동물의 울음 소리, 차가운 기계의 신호 소리 등이 크고 작게 입력됩니다.
당신은 소리가 입력될 때마다 어떤 소리를 들었는지 얘기합니다.
∘₊✧ 노바, 〔듣기〕 판정 ✧₊∘
cc<=50 듣기
(1D100<=5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8 > 98 > 실패
간혹 금이 가거나 깨져 있는 부분이 많은 것 같네요.
기능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금속 재생 연고나 약을 당분간 꼭 챙겨야겠어요.
∘₊✧ 아케르나르, 〔듣기〕 판정 ✧₊∘
CC<=60 듣기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2 > 12 > 대단한 성공
아키는 얼마 전에 부품 교체를 해서 그런지 새것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아무 이상 없이 기능합니다.
별다른 세부 검사도, 치료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잘된 일이네요!
그 다음으로는 의사가 두꺼운 주사를 가져와 팔에 꽂아넣습니다.
손가락 하나만 한 두께인데도 아픔은 없습니다.
투입된 것은 약물이 아닌 기다란 줄로 된 관입니다.
곧 그 관을 타고 불투명한 푸른색 액체가 빠져나옵니다.
옆 모니터로 흐르면 의사는 주사와 관을 뺍니다.
당신의 ‘혈액’에 대한 검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노바, 〔1D6〕 판정 ✧₊∘
"혈액"이 탁합니다. 기능하는 데에는 문제 없으니 신경쓰인다면 약국에서 금속 재생 연고를 사 바르면 금방 나을 것 같네요.
∘₊✧ 아케르나르, 〔1D6〕 판정 ✧₊∘
아키도 마찬가지로 "혈액"이 약간 탁하네요. 노바와 같이 금속 재생 연고를 사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검은 벽에 기대어 꼿꼿이 서면, 조명이 꺼집니다.
동시에 당신의 흉통 피부가 투명해지며 그 안의 기구들을 모두 비춥니다.
기곗덩어리로 된 것들이 째깍거리며 돌아가거나 맞물리고 있습니다.
의사는 그 앞에서 무언가를 입력하고 캡쳐하더니 조명을 다시 킵니다.
∘₊✧ 노바, 〔건강〕 판정 ✧₊∘
cc<=50 건강
(1D100<=5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1 > 11 > 어려운 성공
오, 겉이 아니라 안은 새것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아무 이상 없이 기능합니다.
별다른 세부 검사도, 치료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 아케르나르, 〔건강〕 판정 ✧₊∘
CC<=40 건강
(1D100<=4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4 > 94 > 실패
이런, 주요 기능을 하는 부분이나 관절에 이상이 있습니다.
기능해야 할 것이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어요.
의사는 아주 간단한 검사로 이상 부위를 이리저리 만지더니 진단명을 내리고 응급 처치를 합니다.
노바 클라크...평소 본체에 문제가 있었던 적이 드물기에, 어색하게 처치를 받습니다.
힐끔, 아키가 괜찮나 살피는 것도 잊지 않고요.
당분간 금속 재생 연고나 약을 꼬박 챙겨 먹어야겠지만 그래도 생명에는 이상이 없으니 다행입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익숙한 듯이 얌전히 처치를 받고 있습니다.
당신의 시선을 느끼면 고개를 돌려 갸우뚱 하다가 웃어줘요.
그렇게 모든 처치가 끝나고, 의사가 말합니다.
"펠로어님, 저번에 A관에서 치료한 칩 이상에 대해 전해 드릴 것을 받아서요."
"클라크님은 잠시 자리를 비켜 주시겠나요?"
노바 클라크"저, 저도 같이 들으면 안되나요? 제가 보호자예요." 급하게 말합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으음..." 썩 내키지 않는 표정이에요.
그래도 지금 제 '보호자'처럼 구는 건 노바니까... 괜찮다는 듯 의사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네요.
두 사람이 자리에 다시 앉으면, 의사는 아키가 오랫동안 입원 치료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전합니다.
정밀 검사는 이후 A관에서 진행해야 하지만, 전달받은 문서 내용대로라면 앞으로 오류 발생 빈도가 점점 늘어날 거라고요.
칩이 작동을 멈추기 전까지 평생을 오류가 발생하고 치료하는 데에 써야 할지도 모른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경우… 저희는 선택권을 드립니다. 윤리적인 문제로 말이 많지만, 알 권리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의사가 여러 파일과 사진을 보여 줍니다.
허공에 긴 텍스트 문서와 누구나 알아볼 수 있도록 쉽게 그려진 픽토그램 등이 떠오릅니다.
"칩은 80년의 수명이 다하기 전까지 수리만 하면 계속해서 작동할 수 있으나……"
"질병이나 여러 문제로 원하시는 환자분께는 조기정지처리를 해 드릴 수 있어요."
"이전 인류의 언어론 ‘안락사’의 개념이죠."
"고통의 삶을 80년간 지속할 필요 없다는 의견을 수용한 정부가 지원하는 절차예요. 여기 보시면 사례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강요는 아닙니다. 형식적으로나마 환자분께 선택지를 드리는 거라서요. …"
노바 클라크말없이 텍스트 문서와 픽토그램을 바라봅니다.
무릎에 올린 손이 조금 떨렸어요.
아케르나르 펠로어설명이 끝나면 의사 선생님에게 인사를 합니다.
"감사합니다."
"...노바, 휠체어 좀 끌어줄래요?"
노바 클라크겨우 감사인사를 전하고, 아키의 휠체어를 끌어줘요.
시선은 아키에게 닿습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이 병원 근처의 공원에 가봤나요?"
바람이 불어오면 머리카락이 살랑입니다.
노바 클라크아키가 땋아준 머리카락이 따라 가볍게 흔들려요.
"...아니."
아케르나르 펠로어"거기서 산책 좀 하다 들어갈까요?"
산뜻한 말투입니다.
노바 클라크발끝을 따라오는 그림자가 무겁습니다. 직, 직. 소리내며 걸어요.
공원으로 가는 동안 한 마디도 하지 않습니다.
노바 클라크누군가의 웃음소리, 무인 승용차의 기곗소리...
...그런 것들이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당신이 말을 건네지 않으면 아키도 입을 열지 않습니다.
하지만 생각이 많아서라기보다는...
당신의 생각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에 가깝겠네요.
아케르나르 펠로어이 시대의 공원은 강과 나무조차도 인공물입니다.
하지만 찾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죠.
휠체어는 풀밭에 들어오기 전 세워두고,
강이 잘 보이는 풀밭으로 당신을 이끕니다.
노바 클라크당연히, 아키를 따라가요.
늘 그랬으니까요.
"..."
"무섭지 않아?"
아케르나르 펠로어"슬프다고는 할 수 있겠네요."
"정확히는 죽음 그 자체보다는..."
"죽음으로 흘러가는 길이 평탄하지 않을 거라는 점이."
노바 클라크"나는...아키의 곁에 있을 거야."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노바 클라크최대한 담담하게 물었지만, 입술 끝이 떨립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그 말에 당신을 쳐다봅니다.
"고민하고 있어요."
노바 클라크...사실, 노바 클라크는. 어른이지 못한 어른입니다.
노바 클라크마음 같아서는 울면서 소리치고 싶어요. 가지 말라고, 곁에 있어달라고, 약속을 지키라면서요.
하지만, 그 또한 욕심입니다.
만약...바다를 보러 갔다면, 아키는 덜 아플 수 있었을까요?
머리카락이 휘날려 표정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손에 온기가 닿습니다.
"혼자라면 지금처럼 살겠다고 단숨에 얘기했겠죠."
"하지만 제 곁에는 노바가 있으니까..."
아케르나르 펠로어"그렇다고 하면 다른 곳으로 가기라도 하시게요?" 의중을 알아내려는 듯 눈을 마주칩니다.
노바 클라크"그래." 천천히 고개를 들면...
...참고 있는 듯, 눈에 감정이 고여있습니다.
"그럴 거야."
아케르나르 펠로어"......" 당신의 눈에서 차마 흘러내리지 못하는 눈물을 엄지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훔칩니다.
"날 찾지도 않고?"
노바 클라크"...찾는 것도?"
"그럼, 아키가 보고 싶으면..."
"난 어떻게 해?"
아케르나르 펠로어"족쇄가 되고 싶지 않아서 당신을 보내는 건데, 계속 제 생사를 확인하면 그게 족쇄나 다름 없잖아요."
아케르나르 펠로어머리를 쓰다듬어줍니다.
"옆에 있을게요, 노바."
아케르나르 펠로어"당신이 바라는 대로 옆에 있겠다고 했어요."
노바 클라크"...내가 곁에 없으면, 산다고 말했잖아."
내 곁에 있으면서, 살아줄 거야?
아케르나르 펠로어"하지만 노바는 제가 없으면 안될 것 같으니까."
노바 클라크아키는, 내가 없어도 괜찮아?
아키는, 나 없이 하늘을 봐도 괜찮아?
나 없이 우주를 봐도 괜찮아?
나는 안 되는데...
노바 클라크"... ..."
"...아까 했던 약속 말고, 다른 약속 해 줘."
노바 클라크"우리가 비록, '인간'처럼 말하고, 숨쉬고, 움직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해."
아케르나르 펠로어"인공 인간이라는 건 정말 신기해요."
"구인류는 안드로이드가 감정과 감각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했죠."
아케르나르 펠로어"또한 본인들의 기억이 다른 곳으로 이식된다고 무조건 같은 존재로 여기지도 않았구요."
"그런데 인공 인간은 그 두 가지를 모두 해버렸으니."
아케르나르 펠로어"우리가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 결정적인 요소는 무엇일까요?"
아케르나르 펠로어"제 몸이 계속해서 부서져 완전히 새로운 몸으로 갈아타야 한다면, 그건 당신이 익히 아는 '아케르나르 펠로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케르나르 펠로어차분하고 담담하게 당신의 볼을 문지르면서 말합니다.
"당신이 말한 '포기'의 기준이 궁금해요."
"이 몸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을 때?"
"혹은 제 정신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을 때?"
"아니면 제 3의 기준도 있겠죠."
노바 클라크"...아키, 꿈을 꿨어."
"인간이 되는 꿈."
"나의 숨, 바람, 꽃, 그리고 아키... 모든 것이 살아있었어."
노바 클라크"...인간이라는 건, 대단한 조건이 필요하지 않았어."
"...그냥, 살아있었어. 그 자리에."
"그것이 생명이야."
노바 클라크"...아키. 우리는 지금, 여기에 있어."
"나는 너의 노바, 너는 나의 아키."
노바 클라크"그것을 결코 잊지 않아."
"...포기. 그건..."
아케르나르 펠로어"하지만 우리는 살아있는 생명이 아닌 걸요."
볼을 만지던 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줍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제가 행복하지 않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당신이 상처받게 될 텐데도."
"그 꿈 속에서의 당신은 행복했나요, 노바?"
노바 클라크"..."
아니. 무서웠어. 아키, 네가 보고 싶었어. 네가 곁에 있어주었으면 했어.
이렇게 말하면, 너는 또다시 떠나지 못하겠지.
"...그래."
"행복했어."
아케르나르 펠로어"꿈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하얀 숄에 풀물이 드는 것도 개의치 않고 앉습니다.
"노바가 바라던 만남 아닌가요. 비록 그게 꿈이었을 지라도."
노바 클라크"...맞아."
아키의 옆에 앉습니다. 늘 그랬듯이.
무섭고, 그립고, 따뜻한 것...
노바 클라크하지만 아키, 네가 없었어.
"...눈을 뜨니, 아이처럼 변해있었어."
"혈액이 몸을 통과하고, 신체 일부가 말랑하게 변했지."
노바 클라크"...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
"나는, 그런 감각을 겪어본 적 없었지만...바로 알 수 있었어."
아케르나르 펠로어쿡쿡 웃습니다.
"어린 시절의 노바는 정말 귀여웠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지만요."
"인간인 당신은 무엇이 다르던가요?"
노바 클라크웃음소리가 들리자, 진지하다고... 부끄러운듯 조용히 중얼거려요.
"눈동자가 조금 달라졌던 것 같아. 그것 말고는..."
"...없어. 나는 꿈에서도, 그리고 지금 여기서도 살아있으니."
인간은, 단지 존재한다.
노바 클라크는, 존재한다.
노바 클라크...감히, 어느 누가 구분 지을 수 있겠는가.
그저 존재하는 것을.
˗ˋˏ✄————————— 2026.02.27
𝘐 𝘸𝘰𝘯𝘥𝘦𝘳, 𝘪𝘧 𝘐 𝘤𝘰𝘮𝘦 𝘵𝘰 𝘺𝘰𝘶, 𝘢𝘵 𝘯𝘪𝘨𝘩𝘵 - 𝘪𝘯 𝘥𝘳𝘦𝘢𝘮𝘴, 𝘪𝘯 𝘵𝘩𝘦 𝘥𝘢𝘺 - 𝘢𝘴 𝘮𝘦𝘮𝘰𝘳𝘪𝘦𝘴.
아케르나르 펠로어"그렇다면 인간과 우리는 차이가 없으려나요."
"우리의 신체를 구성하는 요소가 우리를 정의내리지 않는다면."
"그저 경험이 우리를 정의내리는 걸까요?"
노바 클라크“⋯기억은 하루를 만들고, 하루는 경험을 만들고, 경험은 나를 만들어 내.”
“결코 단순한 게 아니야. 아키와 내가 만난 것처럼.” 코끝을 작게 훌쩍입니다.
노바 클라크“⋯아키는? 아키는, 인간과 우리가 다른 점이 뭐라고 생각해?”
아케르나르 펠로어"인간과 우리는..." 되돌아온 질문에 눈을 깜빡이며 고민합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망각할 수 있느냐 없느냐도 중요한 차이점이겠죠."
아케르나르 펠로어"인간은 기억을 자연스레 잊을 수 있다고 알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기억을 선택해 소거하는 게 아닌 이상 영원히 가지고 있죠."
"기억과 경험이 우리를 만들어내는 거라면, 그 기억과 경험을 잊느냐, 잊지 못하느냐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답니다."
노바 클라크“⋯아키. 영원한 기억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아케르나르 펠로어"......" 당신의 땋은 머리카락을 만지며 중얼거립니다.
"저주라고 생각해요, 저는."
아주 비밀스러운 말을 하듯이 속삭여 말했어요.
아케르나르 펠로어"...마땅히 잊고 싶은 기억은 없어요."
"저는 눈을 뜨자마자 노바와 함께 했고, 노바와 함께 한 모든 순간은 즐거웠으니까."
아케르나르 펠로어"그러나 사라지기에 아름다운 것들이 있죠."
"10년 전의 '아키'와 현재의 '아키', 그리고 10년 후의 '아키'가 변함없이 똑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그건...... 축적되기만 하는 기계 같으니까."
노바 클라크이상한 일이지, 아키. 인간은 눈물, 분노, 감정, 망각. 번거로운 것들을 가지고 있어.
그건 도리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걸까.
노바 클라크“아키, 만약⋯⋯‘인간’이 되면 어떨 것 같아? 그러니까⋯.”
“숨도 쉬고, 망각도 하면서⋯⋯건강한 몸으로 걸을 수 있다면 말이야.”
아케르나르 펠로어"......기쁠 것 같아요. 물론 저 혼자 '인간'이 되는 건 바라지 않지만요."
"당신은요, 노바?"
노바 클라크있지, 아키⋯인간이 되는 일은 많이 무서웠어.
‘나의 아키’도 곁에 없었으니까.
“⋯⋯잘 모르겠어.” 확신, 신념. 단단함으로 뭉쳐있던 노바 클라크. 물음표를 입에 담습니다.
노바 클라크그토록 인간을 찾고 싶어했는데. 역시 많이 무서웠나봐.
아케르나르 펠로어불확실한 대답에도 그저 다독여줄 뿐입니다.
"그럴 수 있어요. 우리는 경험하지 못한 것에 확답을 내릴 수 없으니까."
"그래도 우리가 어떤 존재든..."
"함께 있고 싶네요."
"설령 들풀과 흙이라 하더라도." 웃으면서 농을 칩니다.
노바 클라크사실 알고 있습니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어리광을 부린 것이요.
사실은, 아키가 더 불안할 텐데⋯⋯.
“응, 나도.” 목소리에 힘주어 대답합니다.
“설령 하늘과 구름이라 하더라도.” 병원에서 나온 후, 겨우 웃어보입니다.
벌써 하늘이 어둑합니다.
저 멀리 빛나는 우리의 도시가 보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이 솟은 건물이요.
도시 중앙에 있는 관리본부.
범죄에 대한 재판을 하거나, 도시를 이루는 과학 체계들을 끊임 없이 굴러가게 하는 이 사회의 심장부죠.
각종 복지 제도를 지원하기도 합니다.
안락사에 관한 법률도 저 안에서 제정 되었을 것이며, 테러리스트들의 처벌도 저 곳에서 이루어질 겁니다.
언젠가 당신도 이전에 필요한 서류 파일을 내려받느라 1층에 들른 적이 있었죠.
아케르나르 펠로어저 멀리 보이는 인공물을 바라보다가 당신의 손을 잡습니다.
"그럼, 돌아갈까요. 우리의 집으로."
노바 클라크“응, 우리의 집으로.” 맞잡은 손에 아프지 않게 힘을 줍니다.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것처럼요.
왔던 길을 천천히 되돌아갑니다.
그때 뒤에서 큰 빛과 뜨거움이 느껴집니다.
화륵 하는 소리와 함께 건물 하나가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아래에서 마구 튀어나오고 있고, 그 가운데에 무기를 든 서너명의 사람이 소리치고 있습니다.
아, 또 테러인가요.
언론은 그들이 왜 테러를 하는가에 대하여 보도한 적 없습니다.
어떤 이유를 붙이든 건물에 불을 내고 사람들을 폭행하는 것이 정당화 될 수는 없겠지만.
아케르나르 펠로어조금은 불안한 듯 당신을 잡은 손이 조금 거세집니다.
노바 클라크“아키!” 불타오르는 건물에, 황급히 안색을 살핍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전 괜찮아요, 파편이 날라오지도 않았고."
"다른 길로 우회해서 가는 게 좋겠어요, 노바..."
노바 클라크“응, 빨리 돌아가자.” 고개를 끄덕이고 걸음을 재촉합니다.
아키가 말한 것처럼, 평소와는 다른 길로요.
우리는 앞만 보고 집으로 향합니다.
그러나 분명 불길은 당신의 뒤에 있는데 어째 눈이 부신 기분입니다.
너무 눈이 부셔서,
아플 정도로 부셔서,
머리가 아리고,
끔찍한 단말마가 들린 것도 같은데—
〓 𝗖𝗛𝗔𝗣𝗧𝗘𝗥 5 ───➤ 플래시백 둘
......
까마득한 한순간의 어지러움과 함께 눈앞 풍경이 바뀝니다.
감각 중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것은 청각. 다량의 물이 부딪히며 시원한 소음을 냅니다.
녹음되어 틀어지거나 기계의 파동으로 치는 인공적인 파도가 아니라, 바람이 불어 물과 물이 충돌하는 소리.
도시에서 벗어나 저 멀리 외곽으로 나아가야 들을 수 있는 소리……
이곳은 바다입니다.
노바 클라크“아키, 아키?” 바다에 놀랄 틈도 없이, 황급히 주변을 살핍니다. 어떻게 된 일이죠?
그러자 당신의 곁에 있던 아키가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노바 클라크“아키! 괜, 괜찮아? 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키는?” 허겁지겁 당신의 몸을 살핍니다.
⋯⋯아, 그런데 어딘가 위화감이⋯.
아케르나르낯설고도 익숙한 그 모습.
휠체어를 타지 않고 짤막한 바지를 입은 채 모래사장에 앉아 있는, 그는 아케르나르입니다.
노바 클라크“⋯⋯.” 아, 그래요. 금세 위화감을 찾아냅니다.
노바 클라크감정을 가지고, 망각도 하는 ‘인간’이 된 아키입니다.
그러나 ‘나의 아키’는 아니에요.
아케르나르이상한 질문을 다한다는 듯이 눈을 깜빡이다가 미소 짓습니다.
"그럼요, 노바와 함께잖아요?"
아케르나르"...이상한 생각하는 건 아니죠? 저는 노바의 곁에 있는 게 좋다니까요."
그러고 보니...
이상하게도 몸이 축 처지는 것만 같습니다.
인간이 되서 생긴 변화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걸까요?
᙮ᕽ᙮ 파편: 하나 ᙮ᕽ᙮
〔핸드아웃을 공개합니다.〕
〓 파편: 하나 〓
이건 단순한 꿈이나 신기루가 아닙니다. 생생한 오감과 마음속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아플 정도의 향수가 직감을 깨웁니다. 당신은 여기서 어떠한 것을 깨닫습니다.
과거일지 미래일지 모르는 이곳의 그는 나의 소중한 사람입니다. 철없이 어린 지금이기에 즐거운 추억이 대다수지만 슬픔까지 의지할 수 있는 나의 가장 소중한 친우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나는 날 때부터 몸이 아팠습니다. 자유로이 세상을 다닐 수 있는 신체가 아니에요. 그는 그런 나와 늘 함께 해 주었습니다.
내가 아는 아키와 눈앞의 그가 같은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파도 앞에서 웃으며 손을 내미는 그는…… 내게 너무나도 소중한, 평생을 함께한 사람입니다. 고기로 된 혀에 느껴지는 뒷맛이 쓰린 것은 기분 탓일까요.
노바 클라크있지, 아키. ‘인간'은 어디서부터, 어디로 갈까?
별의 아이들이 별이 되고 싶은 건, 당연한 걸까?
노바 클라크분명 ‘나의 아키’는 아니지만⋯⋯‘아키’가 소중하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아케르나르"...다행이다."
"노바가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케르나르"저는 제가 좋아서 노바의 옆에 있는 거니까."
반짝거리는 스파클라를 들어 당신에게 하나 나눠줍니다.
노바 클라크“⋯나도 아키를 지켜줄 만큼 강하거든.” 결국 참지 못하고 대꾸해요. 손은 얌전히 스파클라를 받았네요.
아케르나르쿡쿡, 웃으면서 스파클라를 봅니다.
길다란 막대 끝에서 불꽃이 여러 갈래로 튀며 빛납니다.
노바 클라크눈동자에 불꽃이 비치자, 마치 별을 담은 듯 반짝거립니다.
아케르나르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스파클라를 이리저리 흔들며 돌아요.
노바 클라크어째서일까, 조금 웃음이 나와요. 자신도 일어나 흔들어보려 합니다.
덥고 건조한 바람의 감촉이 얇은 옷을 스치고 지납니다.
신발 안으로 들어온 모래의 까끌함이 생생합니다.
바람이 불고,
두 사람의 머리카락이 가볍게 흔들립니다.
아케르나르"봐요, 스파클라를 들고 이렇게 뛰어가면...... 잔상이 남아요."
아케르나르당신을 보고 있던 아키가 가볍게 달려 나갑니다.
노바 클라크당신의 이름을 부르려 크게 숨을 들이키면,
소금이 섞인 바다 향기를 삼킵니다.
노바 클라크별빛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 별빛이 담긴 아키의 얼굴이 보여요.
우주, 바다, 그리고 아키.
그러던 찰나...
떨려오는 근육,
점점 차오르는 숨……
가슴에 찌릿한 격통이 넘어옵니다.
노바 클라크“⋯⋯.”
“아키⋯⋯.” 몸이 휘청입니다.
있지, 아키.
아키도 이런 기분이었어?
저 멀리 가던 아키가 당황한 얼굴로 당신의 낯을 살핍니다.
저 멀리서 익숙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두 사람의 은사님입니다.
"얘들아, 집에 돌아가야지!"
걱정하는 아키의 손에 이끌려 차에 타면 급히 피로감이 몰려와요.
이런 해방감도 참 오랜만입니다.
요즘 병실에만 있느라 지루했죠.
아키가 해주는 학교의 이야기도, 몇 번을 읽은 소설책도 재미 없어지던 참이었습니다.
…잠깐, 그랬나요?
기억이 이상하게 섞여 들어갑니다.
아니, 아니죠.
당신은 방금까지 아키와 금속 몸체의 검진을 마치고……
노바 클라크이러다가 너를 전부 잊어버리면, 나는 어쩌지?
붕 뜬 감각의 동시에 든 여러 생각을 멈추는 건 당신 옆 아키의 목소리입니다.
어린 그가 간지러운 웃음을 짓습니다.
노바 클라크“⋯⋯.” 그래요. 노바는 아키의 저 웃음, 웃음을 참으로 좋아했습니다.
“응, 즐거웠어.”
어느새 차는 고속도로를 지나고 있습니다.
어둡고 한산한 도로 위 따뜻한 빛의 가로등만 박자에 맞추듯 스쳐 지나갑니다.
아케르나르"......당신 대신 제가 아플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마음껏 뛰어놀아 쌓인 피로감일까요, 아니면 원인 모를 이 상황에 혼란한 머리 때문일까요.
졸음이 몰려옵니다.
창에 기대면 차량의 잔떨림이 어린 몸을 스칩니다.
노바 클라크“⋯아키.” 그런 건 보기 싫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계속 곁에 있어줘.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졸음에 밀려 겨우 한 마디 합니다.
“함께라서 재미있었어.”
아키가 당신을 잡고 본인 쪽으로 기대게 합니다.
그의 어깨에 기대자 스르르 눈이 감깁니다.
포근한 감각.
분명히 처음 오는 곳인데, 있어야 할 곳같이 느껴집니다.
조용한 고속도로 위 백색소음처럼 낮은 차량 소음만 들립니다.
"얘들아, 휴게소 들릴까? 뭐 먹고 싶은 거 있......"
"어머, 둘 다 자고 있네."
…얇은 종이가 물에 녹아 흩어지는 듯한 감각과 동시에, 당신의 작은 몸은 안락한 잠에 빠집니다.
탐사자, 현재 상태가 업데이트 됩니다.
이성수치 상태와 관련 없이 〔시나리오 전용 광기 ‘플래시백 신드롬’을 강제 활성화〕합니다.
! 광기: 플래시백 신드롬
찢어지도록 시린 고통은 한 방향을 향합니다. 출처 모를 그리움을 느낍니다. 당장 나의 고향은 이곳인데 이 아플 정도의 망향은 무엇인가요. 아주 중요한 당신의 일부를 잊고 있는 기분입니다.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찾아야 할 것 같은 집착을 느낍니다. 그게 무엇인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데도요. 대상 잃은 이 향수병은 오류 따위가 아닙니다. 그보다 더, 깊은…….
마음 한편에서 모든 우선순위가 ‘그리운 그것을 찾는 것’으로 고정됩니다. 〈정신력〉 판정(자유 선언)에 성공하면 광기 상태를 잠시 해제, 이후 챕터 하나가 지나거나 기능/특성치 판정에 실패할 경우 광기가 다시 활성화됩니다.
〓 𝗖𝗛𝗔𝗣𝗧𝗘𝗥 6 ───➤ 홀리데이
〔노바 클라크 / 현재 몸체 이상 없음, 수면 시간 14시간 11분, 오늘 일정... 〕
무거운 금속 몸체를 일으킵니다.
다친 것들은 치료했을 텐데 어쩐지 깨는 것이 무척이나 괴롭습니다.
그나저나 언제 잠들었죠?
이젠 슬슬 어느 쪽이 현실이고 꿈인지 구별되지 않습니다.
그 안에 있으면 당연하게도 ‘지금’을 ‘진짜’라고 느끼게 되는걸요.
'평소'와 같은 풍경입니다.
당신이 아는 '평소'요.
노바 클라크‘평소?’ 그러니까, ‘평소’라는 건 어떤 거였죠? 어디가 현실일까요? 그보다⋯.
가슴팍에 손바닥을 올립니다. 이상해요. 답답해요. 몸체에는 이상이 없습니다.
가슴팍에 손을 올려봐도 '인간'처럼 심장박동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노바 클라크꿈틀거리는 심장도, 붉은색 혈액도 없습니다. 뻥 뚫린 공허함은 어디서 오는 건가요?
노바 클라크⋯당장 몸을 일으키고, 어떤 것을 찾고 싶습니다. 침대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요.
거실로 나가면 아키가 차를 마시고 있습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아, 노바. 일어났어요?"
찻잔을 들고 조심스레 차를 마시고 있다가 화사한 미소를 짓습니다.
노바 클라크“아키, 나 몸이 이상해.”
“구멍이 난 것 같아⋯.”
아케르나르 펠로어"...네?"
덜컥, 황급히 일어나려다 휘청입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어지러운 듯 머리를 잡고 끙, 앓는 소리를 내다가...
다시 당신에게로 걸어가 섭니다.
손을 들고 이마의 열을 확인합니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열이 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노바 클라크“아키, 괜찮아?” 그 모습에 놀라 당신의 몸을 살핍니다. 가만히 열도 재고요.
“⋯나, 심각하게 열 나지 않아?” 이런 식으로 열이 나지 않지만요.
아케르나르 펠로어"열은 없는데......"
"어디에 구멍이 난 것 같은데요?"
당신의 어깨를 붙잡고 한 바퀴 돌립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다른 한 손으로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줍니다.
노바 클라크악몽? 아니야. 오히려⋯. “⋯좋은 꿈이었어. 너무 좋은 꿈이라서, 깨는 것이 무서울 정도였어.”
“아키, 나 꿈에서 뭔가 두고 왔나 봐.”
아케르나르 펠로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당신을 쇼파로 데려가요.
마침 슬슬 다리가 아파오기도 했고.
아케르나르 펠로어쇼파에 앉히고 나면, 당신을 끌어와 제 품에 안습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어떤 꿈이었어요? 들려줘요."
당신의 눈을 감기고, 얼굴을 품 속에 숨겨줍니다.
노바 클라크익숙하게 당신의 품에 안깁니다. 눈을 감으면 선명해져요. 이 기억은 꿈인가요? 아니면 현실인가요?
“⋯아키랑, 바다에 갔어.”
“거기서 멋진 별을 봤어.”
아케르나르 펠로어"즐거운 꿈이었네요."
"저는 오래 걸을 수 없으니까..."
"바라던 꿈을 꾸었군요."
"게다가 멋진 별이라니... 유성을 보았나요?"
노바 클라크“⋯아키는 건강했어. 그리고 나도.” 하나는 진실, 하나는 거짓말.
아케르나르 펠로어"아무리 들어도 당신의 말대로 좋은 꿈이었던 것 같은데..."
"왜 울고 싶어하는 표정이었어요, 노바."
"꿈 속에 무엇을 놓고 온 건가요."
노바 클라크“⋯⋯.” 울고 싶어하는 표정이었나요? 모르겠어요.
“⋯모르겠어. 아주, 아주⋯소중한 것이었던 것 같아.”
아케르나르 펠로어"어떡하지, 노바에게 소중한 건 저라고 생각했는데."
노바 클라크“⋯⋯.” 그 말에 천천히 눈을 떠요. 나에게, 제일 소중한 것⋯.
∘₊✧ 노바, 〔정신력〕 판정 ✧₊∘
cc<=40 정신
(1D100<=4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2 > 52 > 실패
노바 클라크⋯어라, 아주, 아주 소중한 것?
분명 있지 않았나요? 아주 소중하고, 아끼고, 멀어지는 생각만 하면 눈가가 붉어지는 소중한 사람이.
꿈과 현실. 아니, 꿈과 꿈? 현실과 현실? 그 사이를 헤엄칩니다.
다시 떠올립니다. 나에게 소중한 것은 어떤 것일까요?
∘₊✧ 노바, 〔정신력〕 판정 ✧₊∘
cc<=40 정신
(1D100<=4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7 > 17 > 어려운 성공
노바 클라크“⋯⋯?”
천천히 가슴팍의 구멍이 파도처럼 밀려와 채워집니다. 따뜻한 품, 간지러운 머리카락, 그리고⋯.
“⋯아키.”
“아니야. 나에게 소중한 건 아키야.” 퍼뜩 고개를 들고 말해요.
“아주, 아주, 많이, 완전히! 소중한 건 아키니까.” 열심히 해명해요.
노바 클라크시선을 마주치자 천천히, 마음 속 파도가 잦아듭니다. 말없이 아키를 끌어안고만 있어요.
“나에게는 중요한 거거든.” 투덜거리는 말투로 고개를 숙였을까요.
아케르나르 펠로어"그래도 고마워요. 많이 소중하다고 해줘서."
당신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장난치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립니다.
노바 클라크“⋯⋯.” 마음 속 공허함은 채워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당신을 끌어안고 있어요.
이 틈을 핑계로, 열심히 어리광 부릴 모양입니다.
“⋯아, 참. 아키.”
노바 클라크“나, 어떻게 된 거야?” 여전히 품에 안겨 당신에게 물어요.
아케르나르 펠로어"어제 말이라면... 병원에서 바로 집으로 돌아왔잖아요? 그러고 바로 주무셨고......"
"많이 피곤하신 것 같아서 깨우지 않았는데."
아케르나르 펠로어"네..."
"옷도 갈아입지 않고 주무셨네요, 그러고 보니."
어제와 같은 옷을 그제서야 눈치챕니다.
노바 클라크“⋯⋯.”
“그으⋯⋯.” 표정을 숨기지 못합니다. 당황스러워 보여요.
노바 클라크“⋯아키, 나 꿈에서 기억을 두고 온 걸까?”
반대로 기우뚱⋯.
아케르나르 펠로어"음......"
"그럴 수도 있나...?"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노바 클라크당신의 품에 기대 생각에 잠깁니다. ‘망각’ 한다는 게 가능키나 한 일인가요?
무서운 마음에 아키의 품을 파고듭니다.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망각이 가능하던가요?
어쨌든, 어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일을 제외하면 '망각'한 게 없으니...
일상을 계속해야 합니다.
그 후, 당신은 묘한 기류와 함께 일상을 며칠 보냅니다.
큰 이변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출처 모를 이 그리움이 마음 한편에 존재했죠.
꿈은 꾸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아픔도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았습니다.
본인도 모르게 눈물이 나거나, 자기 직전 타오르듯 심장이 아리기를 반복했습니다.
점점 다가오는 연말, 곳곳에 울리는 익숙하거나 낯선 찬송가.
인간을 모방하기에 존재하는 것들을 볼 때마다 가슴을 후벼파는 향수가 느껴졌습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노바, 요즘 조금 이상해요... 넋을 어디 두고 온 사람처럼."
그에 대해 대답을 했던가요?
노바 클라크아마도 했던 것 같아요.
잃어버렸나 봐. 하고요.
당신의 대답에 아키는 뭐라고 했던가요.
분명...
아케르나르 펠로어"회중시계를 든 토끼를 따라 잃어버린 것을 찾으러 가야겠네요."
...라고 말했었죠.
미묘한 낯을 숨길 수 없는 당신을 제일 걱정한 건 옆에 있던 아키입니다.
◌ 𓂃𓋪 𓈒𓏸⋆☾·̩͙⋆ 𓏸𓈒𓋪𓂃◌
시간이 벌써 이렇게나 흘러 오늘이 크리스마스입니다.
모처럼의 홀리데이 휴일을 맞아 아키가 집에서 케이크를 먹자고 했죠.
본인이 간단한 먹을 것들을 요리한다고 했으니, 케이크를 픽업해 오는 것은 당신의 몫이었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홀리데이 휴일’이라는 거겠죠.
열려 있는 빵집을 찾는 것도 일이었지만, 찾는다고 하면 케이크는 이미 전부 품절이었습니다.
노바 클라크아키의 요리는 늘 맛있으니까요. 기대감을 안고 나왔지만, 들어가는 빵집마다 비어있네요.
끄응⋯⋯. 어떻게든 케이크를 가져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없는 케이크가 짠, 나타나는 일은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빈손으로 돌아가야겠어요.
노바 클라크케이크 대신, 빵집에 남은 빵을 계산합니다.
이거라도 좋아해줬으면 좋겠어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각자의 시간을 가지러 떠나는 사람들이 지나갑니다.
혼잡한 도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걸어갑니다.
딛고 선 아스팔트 바닥에 머리 위 네온이 언뜻 스며든 것이 곧 또 도시의 시간, 밤이 올 듯합니다.
사람들이 부르거나 녹음된 음성으로 찬송가가 흐릅니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 기쁘다 구주 오셨네…’
...
그리고 그때, 누군가 당신의 어깨를 툭툭 칩니다.
노바 클라크“응?”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을 때, 어깨에 느껴지는 손길에 뒤를 돌아봅니다.
“저기, 안녕하세요?”
“그쪽에게 관심이 있어서 그런데. 잠깐 얘기 좀 할까요?”
노바 클라크“아⋯.” 상대가 아키가 아님을 깨닫자, 표정을 굳힙니다.
“선약이 있어서요.”
긴 생머리의 여성은 푸하하 웃곤 뒤이어 말합니다.
“반응이 재밌네요. 일부러 그랬어요. 꼬시려고 그러는 건 아닙니다.”
“본론부터 말하죠. 꿈이 아닌 꿈을 꾸죠?”
노바 클라크그 말에 눈동자를 깜빡여요. 대답하지 않았지만, 누가 보더라도 그런 사람이네요.
“⋯누구신가요?” 경계심이 묻은 목소리로 묻습니다.
당신의 얼굴을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빤히 보고 있던 그와 눈이 마주칩니다.
한쪽 눈이 충혈된 듯 붉게 물들어있고, 색이 아주 깊은 녹색이에요.
우리의 혈액 빛은 안구 위에서 저리 붉지 못할 텐데……
문득 그 눈동자를 마주하자면 넓은 세계에 관한 오싹함이 밀려옵니다.
∘₊✧ 노바, 〔정신력〕 판정 ✧₊∘
cc<=40 정신
(1D100<=4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4 > 14 > 어려운 성공
∘₊✧ 노바, 〔이성〕 판정 ✧₊∘
cc<=40 이성
(1D100<=4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7 > 47 > 실패
∘₊✧ 노바, 〔이성〕 1D2 감소 ✧₊∘
당신의 질문에도 의미심장하게 자기 할 말만 합니다.
“당신…… 돌아갈 곳은 애당초 없고, 머무를 곳도 당장 여기인데 향수를 느끼지 않나요.”
그는 작고 흰 무언가를 당신에게 건넵니다.
생소해서 자각하는 데에 몇 초가 걸렸지만, 이건 〔종이로 된 명함〕이네요.
노바 클라크“⋯저기, 이건요?” 어색하게 종이로 된 명함을 살펴봅니다.
뒤에는 간단한 약도가 그려져 있습니다. 여긴…
아담"제 이름은 아담Adam 입니다. 느끼고 있는 것의 출처가 궁금해졌다면 언제든 찾아오세요."
"아, 오늘은 안 돼요. 제 직장에 휴일은 없지만, 일단 지금은 퇴근하는 중이거든요.”
노바 클라크“⋯그럼, 지금 다시 출근 하시면 안 돼요?” 떼씁니다.
아담"하하, 크리스마스는 즐겨야죠, 저도."
"오늘 말고 그래, 최소한 내일 오세요."
노바 클라크“⋯⋯.” 뚱한 얼굴. 불만족스러워 보입니다. 하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여요.
곧 그는 뒤돌아 사라집니다.
다시 약도를 보면, 그려진 곳은…… 〔관리본부 37층 사무실〕입니다. ...공무원이라고?
노바 클라크도시 중앙에 있는 관리 본부. 무언가 알고 있는 걸까요? 고개를 기우뚱⋯합니다.
그러다 번뜩, 정신이 들어요.
“아키⋯!” 종이 명함을 조심스럽게 주머니에 넣고, 걸음을 재촉합니다.
물론, 빵도 제대로 챙겼어요.
다시 집으로 향합니다.
뜬금없이 떠오르는 생동감 넘치는 꿈, 그러나 잠에 들었을 때 꾸는 평범한 개꿈은 아니었죠.
그 안의 아키가 아닌 아키.
얼굴을 처음 보는 은사님과 너무 익숙하여 그리운 따뜻함.
어딘지도 모르는데 돌아가고 싶은 때, 그리고 장소……
...돌아가는 길, 크리스마스를 꾸민 빛이 번집니다.
도시의 빛과 어울려 여기저기서 하얗고 밝게 빛나는 것이, ─눈이 아리고, 아프고, 어쩐지 더 보기가 힘들어서…….
빠른 걸음과 함께 답이 보이지 않는 생각을 하다 보면 집에 도착합니다.
노바 클라크손등으로 눈을 문질러 닦으며 문을 엽니다. “아키, 다녀왔어⋯.”
아케르나르 펠로어"노바, 마침 잘 됐어요."
"저녁도 모두 완성했답니다."
쇼파에 앉아있다가 벌떡 일어나 당신에게 향합니다.
노바 클라크“아, 저기. 아키⋯.” 등 뒤로 빵을 담은 봉투를 숨겨요.
“미안해, 케이크가 다 팔려서 못 사왔어.” 잘못한 아이처럼 쭈뼛거립니다.
“크림빵으로는 부족할까?” 쭈뼛쭈뼛⋯.
아케르나르 펠로어당신의 손을 끌고 식탁으로 향합니다.
"애당초 당일에 말했는 걸요."
"당신을 보내고 나서야 케이크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 뭐예요."
노바 클라크얌전히 식탁에 이끌립니다. 아키의 요리는 늘 근사하니까요.
“다음에는, 꼭 케이크 먹자.”
아케르나르 펠로어"어떤 날도 좋아요."
"평범한 날이라도 케이크는 먹을 수 있으니까."
아케르나르 펠로어"그때는... 저도 노바에게 뭔가를 줘야겠어요."
무언가 다짐하는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노바 클라크“⋯⋯난 귀여운 게 아니라, 멋진 거거든!?”
아케르나르 펠로어"새해는 어디서 보낼까요? 우주가 달라지지 않는 이상 해는 언제나 뜨고 지는 것이지만..."
"아주 먼 과거의 사람들은 새해를 기념하기도 했다고 하니까."
아케르나르 펠로어"이번에는 특별하게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지 않아요?"
노바 클라크따라진 와인을 한 모금 마셔요. 쓴 맛에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습니다. 첫 잔에 늘 인상을 찌푸리는 건, 노바도 모르는 행동입니다.
“응, 좋아.”
‘아키’와 함께 보았던 바다, 그곳에 가고 싶어요. 하지만⋯.
노바 클라크어려운 일일까요? 그래도, 아키에게도 보여주고 싶습니다.
노바 클라크“아키, 꿈에서 바다를 보았어.”
“⋯아키에게도 보여주고 싶어.”
아케르나르 펠로어"그럼 노바가 며칠 동안 운전해야 할 텐데..."
"괜찮아요?"
걱정하는 모습입니다.
노바 클라크“당연하지, 난 강하니까.” 입꼬리를 올려 웃어보여요.
노바 클라크“⋯재미있을 거야.”
“아키가 곁에 있어준다면.”
노바 클라크당신의 말에, 마주 환하게 웃습니다. “정말이지? 무르면 안 돼?”
아케르나르 펠로어"제가 언제 노바와의 약속을 무른 적 있어요?" 가볍게 흘겨봅니다.
"진작 바다를 보러 갈 걸 그랬네요."
노바 클라크어쩌면, 그 바다에서 잃어버린 것을 찾을 지도 모르고요.
노바 클라크“⋯또 별을 볼 수 있을 거야.”
당신의 손에 쥐어진, 반짝이는 유성.
그것을 다시 한 번─
그렇게 다가올 해를 그리며, 크리스마스가 지나갑니다.
〓 𝗖𝗛𝗔𝗣𝗧𝗘𝗥 7 ───➤ 플래시백 셋
당신은 아키와 크리스마스를 보낸 후 잠에 듭니다.
와인의 가벼운 취기 때문인지 눕기까지 미묘한 어지러움이 감돌았습니다.
그러고는 틱, 전원이 꺼지듯 눈앞이 꺼집니다.
평소와는 다른 잠에 드는 감각에 의식은 명료합니다.
그리고 화악, 아주 〔강한 열감〕이 느껴집니다.
박박 긁힌 듯한 목의 통증이 느껴집니다.
괴로운 듯이 소리치고, 바닥을 긁고, 울어버린 이후의 피로도가 순간적으로 퍼집니다.
눈이 아릴 정도의 빛, 뜨거움, 열, 너무나도 밝은 빛,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닌 가장 두려운 빛.
망막을 직접 때리는 찢어질 듯한 눈부심……
눈물범벅인 아키가 당신을 끌어안습니다.
눈앞 풍경은 어느새 정적이고 어두운 장소로 변했습니다.
사람들이 낮게 읊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 그래요. 그래요……
이제 기억 났습니다.
᙮ᕽ᙮ 파편: 둘 ᙮ᕽ᙮
〔핸드아웃을 공개합니다.〕
〓 파편: 둘 〓
이 향수가 맞닿은 곳, 내가 있어야 할 곳. 단순한 꿈이 아님은 이미 알았으나 이제 확신이 듭니다. 이곳은 나의 과거. 언젠가 겪었던 현실입니다. 살아 숨을 쉬었고, 그런 것들 사이에서 철없이 어리기만 했죠.
그와 나는 함께 자랐습니다. 그가 이 집에 왔을 때부터 나의 곁에 있었고, 무엇을 하든 그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태생부터 병약하였습니다. 어린아이의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할 병들에 매일 밤 지쳐 울며 잠들고는 했죠. 그럴 때마다 손을 잡고 고통에 공감해 주던 것은 나의 보호자와 그였습니다.
그런 일상만으로 즐겁게 살아가고 있었을 텐데 하루는 큰 사고에 휘말려 내가 사랑하던 모든 것이 불타고 그만 남게 되었습니다. 장례식에서 그는 나를 안고 몇 번이고 괜찮다며 위로했습니다. 이후 서로가 서로의 유일한 버팀목이 되었고, 유일한 혈연이 되었습니다. 나만큼은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어른의 보호가 필요한 나이였던 그가 나의 보호자가 되었습니다.
노바 클라크“⋯⋯.” 손을 뻗어 아키를 안아줄 수 있을까요?
가능합니다.
노바 클라크아키를 안아줍니다.
아아, 그래요. ‘나의 아키’가 아닌 ‘아키’는 없었습니다.
‘아키’는 아키. 언제나 나의 곁에 있었는데⋯⋯.
노바 클라크나는 대단히 욕심쟁이여서, 어느 아키도 놓고 싶지 않습니다.
끌어안은 팔에 조심히 힘을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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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근원을 자각합니다. 나와 가장 가까운 친우인 아키. 뭉클한 과거와 더불어 나는 그를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돌아가고 싶은 고향은 아키의 곁이었습니다.
‘현재’의 금속 몸체가 점점 무거워집니다. 회상 챕터가 아닐 때 당신 본인 신체와 정신의 간극을 느낍니다. 자신의 몸에 대한 혐오감이 몰려옵니다. 나는 이런 뼈와 살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무언가 잘못되었어요. 심한 경우 자해를 동반합니다.
동시에 곁에 있는 ‘현재’의 아키도 낯설어집니다. ‘과거’의 아키보다 오래 봐 왔을 텐데, 인연이란 무서운 걸까요. 그게 아니라면 나에게 아주 헌신했던 사람에 대한 죄책일지도.
찬 바람이 붑니다.
기억합니다. 이 곳은 〔병원 정원〕입니다.
사고 이후 나의 보호자가 되어주었던 아키는 학업도 포기하고 나의 간병에 매달렸습니다.
그러나 그런 정성과 노력에도 나의 병세는 쉽게 낫질 못했습니다.
아키는 당신의 손을 잡고 흐느끼고, 뜬 눈으로 밤을 보내기를 반복했습니다.
어느날 밤, 아키가 휠체어에 나를 태워 아무런 말 없이 내 몸을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병실에서 나가면 안 되는데…
우리 어디 가냐는 질문에 아키는 철부지처럼 웃으며 검지를 입가에 대고 쉿, 속삭였습니다.
아케르나르"쉿, 지금 가는 곳은 비밀이에요."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 돼요."
도착한 곳은 병원의 옥상,
생기 있는 꽃들로 꾸며둔 곳이었습니다.
낮이라면 사람이 많을 법도 했지만 늦은 밤이라 아무도 없었죠.
저 아주 멀리에 지나다니는 차들과 건물의 불빛이 윤슬처럼 펼쳐져 있었습니다.
시선이 닿는 지평선 끝까지 넘어 영원히 빛날 것 같은.
그러나 인공 빛은 하늘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간간이 떠 하늘에서 빛나는 하얀 점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가 웃습니다.
아케르나르"보여요, 노바? 저기 가장 빛나고 있는 별."
"저건 사실 별이 아니라 금성이라고 한대요."
노바 클라크“어디?” 아키의 손가락 끝을 바라봅니다. 반짝이는 하얀 별.
아케르나르당신과 시선을 맞추기 위해 무릎을 꿇고 금성을 가리킵니다.
"전부 보이지 않긴 하지만, 겨울이니 오리온자리도 볼 수 있대요."
"저기랑... 저기 있는 거 말이에요."
"원래는 저쯤에 하나 더 있어야 하는데… 도시의 빛이 너무 강한가봐요."
노바 클라크“응.” 집중하면서 손가락을 따라갑니다.
“⋯⋯있지, 아키.”
“나, 우주에 가고 싶어졌어.”
노바 클라크“내가 가서, 별을 찾아올게.” 장난스럽게 말하며 웃어요.
아케르나르"...우주비행사라니."
"근사해요."
"별을 찾으면..."
"제게 주시나요?"
노바 클라크“당연하지.” 눈을 접어 활짝 웃습니다.
“별의 이름은⋯아케르나르, 어때?”
“아니면, 펠로어는?”
아케르나르"펠로어가 좋겠어요."
"아케르나르는 이미 항성의 이름이니까."
노바 클라크“그럼, 아케르나르 펠로어.”
“줄여서 아키.”
“분명 멋진 별일 거야.”
아케르나르"그러게요, 정말 멋진 별일 것 같아요..."
당신의 몸 상태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노바 클라크“있지, 아키.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내가 아키를 지켜줄게.”
노바 클라크“아키보다 훨씬, 강해져서 아키를 지켜주는 거야.”
아케르나르"누가 누구를 지켜준다고."
하지만 기분은 좋아 보입니다.
"그럼, 그럼..."
"별 아키 옆에 별 노바도 만들어주세요."
아케르나르"혼자서는 외롭잖아요."
"저는 외로움을 많이 타거든요."
노바 클라크“별 노바도 외로움을 많이 탈 거야.”
“걱정도 많고, 잃어버리는 것도 많으니까⋯.”
“별 아키가 같이 있어줘야 해.” 밤하늘에 그림을 그리듯 손가락을 움직입니다.
아케르나르"응, 그렇게요."
"별도 우리도..."
"서로 떨어지지 않는 걸로."
노바 클라크“응, 별도 우리도.” 그리고 다음 생애에도.
노바 클라크살며시 아키의 손을 잡습니다. 맞닿는 곳에 온기가 퍼져요.
별이라는 건, 따뜻한 거구나.
시야가 흐립니다.
꿈뻑,
어린 몸이 늦은 시간과 피로를 견디지 못하고 잠들기 시작합니다.
“어, 벌써 자는 거예요?"
그의 목소리가 고막을 통해 따스하게 내려앉습니다.
이윽고 휠체어가 빙 돌아가는 몸의 감각을 느낍니다.
이후는 이러했습니다.
계속 되던 병원 치료, 종종 몰래 나갔던 아키와의 추억.
당신을 보살피느라 이전과 같은 일상을 하지 못하더라도 네가 건강해지고 함께하면 되는 거라고 대답했죠.
그러나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나 봅니다.
헐떡이는 숨,
정말 죽는다는 공포감,
내장을 후벼파는 작열감.
그리고 전신을 타고 흐르는 신경통.
가운을 입은 어른들이 당신 눈 앞에서 빠르게 움직이고 당신은 누운 채로 어딘가로 향합니다.
아키가 간절하게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노바, 노바...
......
그렇게 며칠간 의식이 침잠하고 다시 깨어나기를 반복했습니다.
˗ˋˏ✄————————— 2026.04.06
𝘋𝘰 𝘐 𝘩𝘢𝘶𝘯𝘵 𝘺𝘰𝘶𝘳 𝘩𝘰𝘶𝘳𝘴 𝘵𝘩𝘦 𝘸𝘢𝘺 𝘺𝘰𝘶 𝘩𝘢𝘶𝘯𝘵𝘦𝘥 𝘮𝘪𝘯𝘦?
〓 𝗖𝗛𝗔𝗣𝗧𝗘𝗥 8 ───➤ 향수병
〔노바 클라크 / 현재 몸체 이상 없음, 수면 시간 16시간 47분, 오늘 일정… 〕
차가운 기계음과 함께 얇게 용접된 뼈대 위 인공 피부를 들어 올려 깨어나면 아키가 당신의 어깨를 조금은 거칠게 흔들고 있습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노바... 노바. ...왜, 왜 안 일어났어요?"
아케르나르 펠로어"깨워도 일어나지 않아서 칩을 들고 병원에 가야 하나 싶었어요..."
노바 클라크“⋯⋯.” 칩. 인간의 뼈와 살, 혈액을 대신하고 있는 금속 물체. 한순간에 몸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노바 클라크아, 원래 이렇게 몸이 이상했나요⋯. 당장 벗어던져 버리고 싶어요.
“⋯⋯.” 아키의 말에는 대답하지 않습니다. 손톱을 세워 자신의 목을 긁어요.
아케르나르 펠로어"노바?!"
목을 긁는 당신의 손을 붙잡습니다.
아키의 목소리가 귀에 때려 박힙니다.
지금 들어보니 굉장히 조잡한 기계음이네요.
성대로 울려 말하는 것이 아니라, 스피커로 입력과 출력을 반복하는......
문득 무거운 몸이 역겹습니다.
혈액의 순환이 멈추면 썩는 것도 아니면서 토악질이 올라오려는 것도 역겹습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갑자기 왜 그래요... ......갑자기 모든 게 지겨워지기라도 했나요?"
노바 클라크아키, 나의 아키. 바닷가에서 유성을 들고 웃었던 나의 아키. 그리고, 함께 바다를 보러 가자고 약속한⋯.
“⋯⋯미안, 잠시만⋯혼자 있게 해 줘.”
아케르나르 펠로어그때까지도 잡고 있던 당신의 손을 내려놓고...
방을 천천히 나갑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문을 닫는 순간까지도 당신을 걱정하는 표정이었어요.
아케르나르 펠로어동시에 무언가를 각오한 듯한 표정이었기도 하고요.
노바 클라크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자마자, 자신의 귀를 틀어 막습니다. 머릿속이, 금속 물체가 내는 소리가 시끄럽습니다. 조용히 해. 조용히 해!
노바 클라크이상합니다. 이런 건 이상해요. 잘못 되었습니다.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어요. 늘 그랬던 것처럼, 아키와 함께⋯⋯.
⋯문득, 아키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휠체어를 타고 있는, ‘만들어질 때부터’ 약했던 나의 아키.
노바 클라크⋯⋯내가 지켜주겠다고 했기 때문에, 내가 곁에 있었기 때문에 뒤바뀐 것일까요?
⋯⋯전부 나 때문에?
노바 클라크,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켜 문을 엽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아키는 아침이면 늘 그랬듯 테라스 근처에 앉아 창 밖을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초점이 흐릿한 것을 보아 생각에 잠긴 듯 하네요.
노바 클라크⋯⋯만약, 내가 아키를 지켜준다고 하지 않았다면⋯
아키, 당신은 바다를 보고 있었을까요⋯.
노바 클라크“⋯⋯저어, 나 잠시 나갔다 올게.”
“⋯⋯미안해.”
아케르나르 펠로어그제서야 당신이 방에서 나온 걸 눈치채고 고개를 돌립니다.
"아, ...일찍 올 거죠?"
아케르나르 펠로어어디, 라고 물으려다가 그만 둔 듯 입 모양이 바뀝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자신의 '신체'에 한 번도 불편했던 적 없지만 오늘 따라 생각이 많아지네요.
아케르나르 펠로어내가 약하기 때문에 노바가 내게 알려주지 않는 걸까?
아케르나르 펠로어내가 멀쩡히 걸을 수 있었다면 노바가 나를 데려갔을까?
아케르나르 펠로어어쩌면... 드디어 노바가 이 생활에 질린 걸까?
노바 클라크“⋯⋯.” ‘과거’의 아키보다 오래 보아온 아키입니다.
바지를 만지는 손을 봅니다. 적당히 옷을 챙겨 나가려는 몸짓은⋯그대로 굳습니다.
⋯⋯그대로, 방향을 돌려 당신의 근처에 앉았네요.
평소처럼 바로 옆이 아닌, 약간 떨어진 거리입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
나가려다가 옆에 앉는 당신을 의아하게 봅니다.
노바 클라크“⋯⋯미안해, 깨운 줄 몰랐어. 깊게 잠들었나봐.”
“꿈을, 꿨거든⋯.”
노바 클라크“⋯⋯.” 어디부터, 어디까지 말할 수 있을까요?
아키, 당신이라면 나의 꿈을 믿어주겠죠.
오히려 그 점이 겁이 납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당신이 입을 다시 열 때까지 조용히 기다립니다.
노바 클라크그래요, 바로 이런 점이⋯.
정말 ‘아키’ 답습니다.
“⋯전에, 인간이 되는 꿈을 꾼 적 있다고 한 거, 기억 나?”
아케르나르 펠로어"...네, 기억나요."
"이번에도 인간이 되었었나요?"
노바 클라크“반짝거리면서, 눈이 부셨어.”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노바 클라크꿈의 빛에 눈이 멀어 현실을 보지 못하는 건지, 현실의 빛에 눈이 멀어버린 건지⋯.
“⋯⋯모르겠어, 아키.”
“무서워⋯⋯.”
아케르나르 펠로어"앞을 보지 못하는 것이?" 조용히 속삭입니다.
"혹은 영영 돌아오지 못할까봐?"
노바 클라크“⋯⋯.” 그 말에는 고개를 절레입니다. 무엇을 무서워 하는 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두려워요.
아케르나르 펠로어"...어떻게 하면 노바가 불안해하지 않을까요."
"제가 직접 눈을 가려드리면 될까요..."
당신의 머리카락 끝을 조심히 만집니다.
노바 클라크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지는 손길에, 저도 모르게 몸을 뒤로 물려요.
의도치 않은 행동인지, 스스로도 당황스러운 표정입니다.
“⋯아키, 꿈에서 소원을 빌었어.”
“아키를 지킬 수 있게 해달라고.”
아케르나르 펠로어"그건 '당신'이 빈 소원인가요?"
"혹은 '인간이 된 노바'가 빈 소원인가요."
노바 클라크“⋯⋯‘인간 노바 클라크’가 빌었어.”
“그 인간은, 무척이고 약했거든.”
노바 클라크“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 하나 못 지킬 정도로⋯.”
“그래서,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지고 싶다고 빌었어.”
노바 클라크“⋯⋯아키.”
“⋯⋯그때, 별에 소원을 빌지 말 걸 그랬나 봐.”
노바 클라크“⋯⋯응, 후회해.”
“내 불운이, 아주아주 소중한 사람에게 붙을 줄 알았다면⋯.”
“⋯다른 소원을 빌었을 거야.”
“함께 우주에 가게 해달라고.”
“함께 별의 이름을 붙이러 가자고.”
아케르나르 펠로어손을 뻗어 당신의 입술을 스치듯 만지고 물립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어떤 의미로라도 그 말이 나오지 않았으면 했는데."
노바 클라크“⋯⋯응.”
“다녀올게.”
결국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시선을 당신에게 주지 못해요.
하지만 아키, 네가 빛날 때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너도 보았어야 해.
노바 클라크그대로 현관문을 닫고 나갑니다.
⋯⋯
인간의 그 무엇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인간의 ‘슬픔’을 흉내내고 있습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당신이 나가고 조용해진 거실을 바라봅니다.
"...조용하네."
아케르나르 펠로어피곤한 기색이 가득한 한숨을 내뱉고, 눈을 감습니다.
의자에 몸을 깊게 파묻고 시간을 죽입니다.
노바 클라크⋯아담.
아담을 만나야겠습니다.
그를 만나러 발걸음을 돌리고⋯발걸음이 빨라집니다.
이윽고는 뛰어가요.
〔테러리스트들은 테러의 이유를 ‘정부가 숨기고 있는 사실’ 때문이라고 밝히며, 정부가 이에 대한 응답을 한다면…〕
길가에 울려퍼지는 뉴스에 신경도 쓸 겨를 없이 걸어서 관리본부 앞에 도착합니다.
병원과 마찬가지로 깔끔한 외관의 건물입니다.
넓은 것도 넓은 건데, 아주 높습니다.
이 도시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죠. 도시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낮은 층에서는 보통 국가 인증 서류 파일을 지급 받거나 비대면으로 해결 불가능한 민원 등을 처리합니다.
향할 곳은...... 37층의 사무실이라고 했죠.
노바 클라크흑, 끅. 달리면서 터졌던 눈물은 멈추지 않습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면, 치료하고 싶어요. 당장.
엘리베이터로 향하면 보안관이 당신을 막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여기는 사무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입니다. 직원 외 출입 금지예요.”
울고 있는 당신을 의심스럽게 보고 있어요.
노바 클라크“⋯⋯.” 자신의 일을 수행하고 있는 보안관을 노려보다가⋯주머니에서 종이 명함을 꺼내 보여줍니다.
명함을 확인한 보안관은 여전히 미심쩍은 눈을 하면서도 당신을 올려 보냅니다.
바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탄 지 얼마 안 되어 37층에 훌쩍 도착합니다.
사무실은, 예상과는 조금 다른 모습입니다.
사람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없는 빈 층이에요. 정말 필요할 만큼의 책장과 테이블만 있습니다.
통유리 맞은편 의자에 앉아 아직 해가 중천인 이 오후에 샴페인을 마시고 있는 아담과 마주합니다.
아담"아아, 오셨군요."
"어라, 좋은 꿈을 꾸셨을 줄 알았는데..."
아담비집어 웃는 눈이 당신의 내면마저 뚫어 보는 기분입니다.
노바 클라크성큼, 발소리를 내며 아담에게로 다가갑니다.
“네에, 좋았어요.”
“너무 좋아서, 끔찍할 만큼⋯.”
노바 클라크“⋯⋯.” 튀어나오려는 눈물을 참습니다.
하지만⋯.
“⋯⋯전, 어떻게 해야 해요?”
아담"그럼 그렇죠. 노바 클라크."
"당신이 마음에 들어할 줄 알았어요."
씩 웃었다가, "음, 맨입으로 정보를 얻으려고?"
"안 됩니다. 내가 당신을 어떻게 믿죠?"
아담샴페인을 테이블에 내려둔 아담이 침음하며 길게 시간을 끌다가,
따악! 손가락을 한 번 튕기고는 그대로 당신을 가리키며 말합니다.
"이렇게 할까요!"
"제게 신뢰를 주세요."
"당신이 '적합자'라고 판단이 들면 정보를 더 드리도록 하죠."
“제가 귀찮아하던 일을 대신 해 줬으면 좋겠어요. 쉽진 않을 테지만, 뭐. 중간에 포기하고 가도 상관없고. 그쪽만 손해지. 전 어쩌든 상관이 없어서요.”
노바 클라크“⋯얼마나 걸려요?”
아키가 기다리고 있는데⋯.
아담"오늘은 집에 못 들어갈 각오를 하는 게 좋을 걸요?"
아담"그럼요!"
"각오가 되신 것 같으니, 이거 받으세요."
∘₊✧ 노바, 〔민첩〕 판정 ✧₊∘
cc<=30 민첩
(1D100<=3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9 > 19 > 보통 성공
당신은 무책임하게 던지는 무언가를 간신히 받아냅니다.
이건…… 총인데요?
검은색 몸체 곳곳에 푸른 빛이 감돕니다.
아담"악성 코드 발사기예요. 방해꾼에게 사용하세요. 죽진 않을 테니 걱정 마시고요. 잠깐 시간을 벌 뿐이죠. 아주 자알 자고 일어날 겁니다."
노바 클라크“⋯⋯어떤 일을 하길래요?” 옷소매를 끌어 눈가를 닦습니다.
악성 코드 발사기 / 사격(권총) / 7+1d6
사용 시 사격(권총)의 기능치가 +30 됩니다.
아담“이 마천루는 365층까지 있어요. 대부분 영역을 나누어 국가 운영에 쓰이지만, 높을 수록 경비는 삼엄해지고, 비밀은 많아지죠.”
“목표는 최고층입니다. ‘활성화 코드’를 알아오세요. 제 이름으로 250층까지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지만, 그 이후부턴 알아서 오르셔야 합니다.”
아담“당연하게도 최고층까지 가는 길은 출입 금지이고, 이 위부턴 직원이 아니면 갈 수 없어요."
노바 클라크“⋯⋯.” 귀찮은 일. 심부름 정도로 생각했던 터라 당황스러워 보이네요. 아담의 속내를 들어다보려 합니다.
∘₊✧ 노바, 〔관찰력〕 판정 ✧₊∘
cc<=50 관찰력
(1D100<=5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4 > 94 > 실패
글쎄요... 싱긋 웃는 이의 속내를 알아보기는 쉽지 않네요.
노바 클라크“⋯⋯.”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네요.” 목소리에 가시가 돋힙니다.
아담"뭐, 이게 그렇게 쉬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잘 들키지 않도록 힘내보세요. 행운을 빌죠."
아담의 마지막 말과 동시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립니다.
노바 클라크“⋯.” 엘리베이터 문을 한참 바라봅니다. 당연하게 타려고 하기 직전, 발을 멈춰요.
왼쪽 손목에 있는 통신용 장치를 조작합니다.
[ 아키, 오늘 좀 늦을 것 같아. ]
[ 먼저 자고 있어. ]
노바 클라크꾸욱, 통신을 전송시킨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주욱 하늘을 향해 솟습니다.
그나저나 이 금속 몸체라는 것은 귀가 웅웅거리거나 어지러운 감각조차 없습니다.
자각하니 또 울렁거림이 느껴지는데......
∘₊✧ 노바, 〔정신력〕 판정 ✧₊∘
cc<=40 정신
(1D100<=4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 > 7 > 대단한 성공
...그 울렁임을 간신히 버티고 있으면, 250층에 도착합니다.
이곳은 관리본부 직원 전용 도서관인 듯합니다.
상당히 아날로그적인 디자인으로 되어 있네요.
우리는 항상 이렇죠.
당장 검색 한 번이면 몇 개의 책을 끌어다가 동시에 읽을 수 있지만, 비효율을 낭만으로 살아가기에 문학과 예술은 종이로 되어 있기도 합니다.
전부 종이책은 아니지만 많은 것들이 그렇게 진열되어 있군요.
따뜻한 조명과 평화로운 피아노 음악이 흐릅니다.
사람들이 음료를 마시며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 노바, 〔관찰력〕혹은 〔자료조사〕 판정 ✧₊∘
cc<=60 자료조사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 > 7 > 대단한 성공
여기서 시간을 허비할 수 없는데...
조심스럽게, 그러나 자연스럽게 주위를 둘러 보던 당신은 〔신입 직원 전용 매뉴얼〕란을 발견합니다.
살펴보고 싶은 것은 많은데, 다짜고짜 보기에는 당신을 주시하는 시선들이 불안합니다.
그나저나 저거, 벽에 달린 건……
화재 알람 아닌가요?
레버를 내려 사이렌을 키면 대피하느라 모두 자리를 피할 것 같습니다.
노바 클라크“⋯.” 솔직히, 노바 클라크. 완전히 바른 생활을 살았다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 나쁜 생활을 보내지도 않았습니다.
노바 클라크그러니까⋯이건 인생 최대의 일탈 3위에 드는 일이에요.
조심조심......
화재 알람 쪽으로 다가가 레버를 내리면 따르릉, 기계로 된 음성과 사이렌이 울립니다.
잠깐, 사이렌……
...
...당신은 이 몸으로 살아가는 데에 필요하지 않은 산소를 크게 들이마십니다.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듭니다.
손이 벌벌 떨리고,
시선이 바닥에 머물렀다가,
도망치고 있는 사람들 틈에 머물렀다가,
천장에 머무릅니다.
이건 무슨 기분이죠?
흉통 안의 태엽이 미친 듯이 돌아갑니다.
아...
아, 그러니까 이건 트라우마입니다.
그 뜨거운 불길 속에서 날 꺼낸 건 언제나 헌신적이었던 아키... 아키가... ...아뇨, 그 기억 뿐만이 아닙니다.
화재의 기억이 아니라, 이 비상 사이렌은......
질척, 무언가 터져 튀는 것 같은 징그러운 소리.
뒤이어 찬 바람이 뇌를 뚫고 지나듯 한 강한 충격과 함께 퍼뜩 정신을 차립니다.
......이럴 때가 아니죠!
간신히 현실로 돌아옵니다.
사람들이 한곳으로 대피하고 있습니다. 이 틈을 타서 여러가지 둘러봅시다.
노바 클라크“⋯.” 마음 같아서는, 이 자리에 계속 머물고 싶었습니다.
아키가 보고 싶어졌어요⋯.
그러나 나아갑니다.
᙮ᕽ᙮ 신입 전용 매뉴얼 ᙮ᕽ᙮
〔핸드아웃을 공개합니다.〕
〓 신입 직원 전용 매뉴얼 〓
입사를 축하합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을 태어나게 하고 키워낸 국가에 헌신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인간이란 얼마나 대단한가요! 결국 둥지로 돌아오죠.
우린 이전 인류의 역사를 이어받고 있지만, 애초에 살로 된 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꼭 몸체가 중요할까요? 인격이 진짜입니다. 칩 안에 내장된 그 모든 것이 몸체의 주인이죠. 칩에는 하나의 인격만이 존재합니다. 칩 자체만으로 하나의 사람입니다.
1. 관리본부에서 직원으로 일하게 되며 윤리/사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면 심리상담실을 방문하세요. 언제든 여러분을 환영하며, 직원 복지는 우리의 책임이니 눈치 보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2. 고층으로 이동할 경우에는 상사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엄격한 교차 검증 후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최고층의 경우 출입 금지입니다.
3. 보안이 강화된 곳의 도어는 시스템의 판단으로 제어됩니다. 갇히거나 통로가 막힌 경우엔 직속 상사에게 연락하세요.
4. 이후엔 각종 복지 시설들에 대한 안내나 업무 관련 매뉴얼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노바 클라크신입 전용 매뉴얼을 돌려 놓습니다. 아담, 그리고 최고층에 대한 자료를 찾을 수 있을까요? 열심히 주변을 돌아다닙니다.
∘₊✧ 노바, 〔자료조사〕 판정 ✧₊∘
cc<=60 자료조사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6 > 86 > 실패
바로 근처에서 다른 것보다 사용감이 많은 종이책을 발견합니다.
인류 역사에 관한 평범한 책이네요.
노바 클라크종이책을 꺼내 빠르게 훑어요. 익숙한 단어나 문장 위주로 살펴봅니다.
종이책을 꺼내 펼치면 안에서 낡은 종이가 툭, 떨어집니다.
분노인지 슬픔인지 알 수 없는 휘갈긴 글씨입니다.
중간중간 알아볼 수 없는 것들도 있어요.
'이모, 이모 보고 싶어요.'
'왜 저만, 저만… 저만 [ ] 되어서… 너무 보고 싶어요.'
'그리워요. 제가 죄송해요. 떠올릴 때마다 괴로워요. 정말 보고 싶어요.'
'거리에서 당신을 닮은 사람을 봤는데, 당신이 아니었어요. 정말 당신만이 이 세상에 없어요.'
노바 클라크종이에 적힌 글씨를 손가락으로 더듬습니다. 익히 아는 감정입니다. 누군가의 분노, 슬픔, 그리고⋯
그리움.
종이를 앞뒤로 살펴봅니다.
......그러고보니 알람 소리가 끊겼습니다.
이크, 누군가가 알아챘나봐요.
뒤쪽에 위로 향하는 다른 엘리베이터가 보입니다. 서둘러 타도록 합시다.
노바 클라크“⋯⋯.”
있지, 아키. 나 지금 맞는 길을 가는 걸까?
노바 클라크하지만 대답해줄 상냥한 아키는 곁에 없습니다.
종이책을 돌려놓고, 엘리베이터를 탑니다.
손에 잡히는 가장 높은 층을 입력한 후 당신의 몸체를 태운 기계는 또다시 주욱 올라갑니다.
그러다가 덜컹, 큰 소리를 내며 자리에 멈춥니다.
자동문이 열리는가 싶더니......
중간에 턱 막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습니다.
∘₊✧ 노바, 〔근력〕 판정 ✧₊∘
cc<=50 근력
(1D100<=5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8 > 98 > 실패
그때, 밖에서 누군가 강제로 문을 열어젖힙니다.
다만 당신에게는 좋은 일이 아니겠군요.
경비원을 마주합니다.
노바 클라크재빨리, 틈 사이로 몸을 구겨 넣어 도망쳐보려고 합니다.
∘₊✧ 노바, 〔민첩〕 판정 ✧₊∘
cc<=30 민첩
(1D100<=3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8 > 28 > 보통 성공
당신은 주먹을 휘두르는 경비원을 피합니다.
하지만 싸움을 피할 수는 없겠네요.
᙮ᕽ᙮ 전투 돌입 ᙮ᕽ᙮
경비 → 노바 클라크 순입니다.
᙮ᕽ᙮ 1라운드 ᙮ᕽ᙮
cc<=40 근접전 판정
(1D100<=4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5 > 65 > 실패
노바 클라크“자, 잠시만요!” 주먹을 간신히 피하며, 뒤로 물러납니다. 최대한 싸움은 피하고 싶은데⋯.
물론 총도 쏘고 싶지 않아요. 어떤 부작용이 있을 줄 알고⋯.
노바 클라크“⋯⋯.” 그러나 총을 꺼내 겨눕니다. 이쪽에게도, 지켜야 하는 것이 있어요.
(1D100<=4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8 > 58 > 실패
cc<=50 사격(권총)
(1D100<=5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 > 8 > 대단한 성공
...금속 몸체가 어딘가에 긁혀 상처가 나고, 구겨집니다.
그럼에도 느껴지는 고통은 옛날 것과 비슷해서 정신과 신체의 간극이 다시금 실감납니다.
이렇게 끌고 있을 시간이 없는데.
당신이 총을 쥐는 순간, 손목에서 작게 진동이 느껴집니다.
이건......
통신기입니다.
전화가 오고 있습니다.
뜨는 텍스트는 '아키'.
...하지만 경비가 당신의 팔을 잡으려 달려오고 있습니다.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당신은 광기의 영향으로 제일 최근의 목표만을 갈망합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최고층에 도착하는 것.
총을 쏩니다.
......
바닥에 구르는 인공 인간의 몸체가 보입니다.
치직, 손 끝에서 스파크가 튀며 눈을 지그시 감고 있어요.
᙮ᕽ᙮ 전투 종료 ᙮ᕽ᙮
노바 클라크“⋯⋯.” 주, 죽은 건 아니겠죠? 급하게 경비원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펴요.
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좋은 꿈을 꾸고 있을까요?
타고 온 엘리베이터는 멈췄고, 다른 이동 수단도 없는 것 같고......
결국 비상계단만이 답이네요.
노바 클라크"⋯.“ 빨리, 빨리 최상층에 가야합니다.
그리고 돌아갈래요.
늘 있어야 하는 별의 곁으로.
서둘러 비상 계단으로 향합니다.
건물 외벽에 붙어 있는 구식 계단으로 향합니다.
그나저나 언제 이렇게 어두워졌나요?
또다시 도시의 시간입니다.
여기가 몇 층인지는 모르지만 아래를 내려다보면 각자의 색으로 빛나는 건물이 아주 아름답습니다.
......
당신은 드디어 365층에 도착합니다.
당연하게도 문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이 쇠로 된 것은 카드키로 인식하는 입구조차 없어서 어떻게 열어야 할지 감도 안 잡히는군요.
노바 클라크여기까지 왔는데,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어디선가 이 문을 본 기억이 없을까요? 문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깁니다.
이런 문을 본 적은 없지만, 당신의 손에는 총이 있죠.
이 문 또한 쇠로 된 것이니...
총이 어떻게든 통하지 않을까요?
노바 클라크정정합니다. 인생 최대의 일탈 1위가 갱신 되고 있어요.
노바 클라크마음 속으로 경비원과 직원들에게 사과의 한 마디 정도는 했네요.
문을 향해 총을 겨누고, 찰나의 망설임 끝에 방아쇠를 당깁니다.
총으로 문을 쏘면, 큰 폭발음과 함께 파란 스파크가 튑니다.
치직, 치직......
문은 열리고 닫히길 반복하다가 덜컹, 사람 하나 들어갈 크기로 벌어집니다.
노바 클라크큰 소리에 숨을 죽이다가,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서둘로 안으로 들어가요.
안은 고요합니다. 기계장치가 돌아가는 낮은 웅웅거림만 겨우 잡힐 정도로요.
내부는 굉장히 넓습니다. 특히나 천장이 아주 높게 솟아 있어 건물의 층이라고는 믿기지 않습니다.
테이블이나 의자 등은 거의 없고, 수많은 모니터가 벽부터 천장까지 이어져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각자 해석 불가능한 언어로 무언가를 출력하고 있습니다.
푸른 빛으로 빛나는 모니터.
그중 하나에 붉은 불이 깜빡거리는 것을 발견합니다.
노바 클라크자연스럽게 눈에 띄는 모니터에 시선이 갑니다.
모니터에 신규 알림이 뜨고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업무 단체 채팅방 같네요.
노바 클라크“⋯?” 이런 걸 보는 게 좋은 행동은 아니지만⋯이미 일탈 1위가 갱신되었는걸요.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 봅니다.
[1] 테러리스트들 전부 플래시백을 겪은 걸로 보입니다. 개발할 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그럴 이유가 없어요. 애초에 이전 기억 데이터는 안 꽂아 넣습니다.
[2] 오류가 아니라는 말.이신가요? 그럼 어떻게 설명. 할 거죠?
[3] 우리 쪽의 잘못은 아니고, 아무래도 외부 개입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하나 상대하긴 버거우니 발생 할 때마다 전부 리셋 시키는 방법 밖에는…
[4] 하… 그것도 일인데.
한편, 옆 창에는 확인하지 않은 메일들이 주우욱 나열되어 있습니다.
광고부터 시작해서 어디 사이트 로그인 알림, 친목 일정 관련 메일……
그리고 아주 상단, 8일 전쯤 도착한 읽지 않은 메일 또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노바 클라크“⋯.”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그 메일을 클릭해서 열어봐요.
[새로운 메일] 활성화 코드 변경에 관한…
이 메시지는 8일 전에 도착했습니다.
담당자 님, 바벨탑 활성화 코드 규칙성에 대해 보내드립니다. 아래 내용을 참고해주세요. 쓸 일이 잘 없다고 하더라도 코드는 일주일 간격으로 바꿉니다.
이전주의 코드에서 숫자는 +1, 알파벳은 -1하세요.
현재 코드는 C7 Y2 H0 Q5입니다.
노바 클라크“⋯⋯.” 이 코드는 어디에 쓰는 거지? 용도는? 알 수 없는 의문들이 가득합니다. 주고 받은 메일을 더 확인해봐요.
더 볼 만한 메일은 없는 것 같군요.
깜빡, 옆 모니터에 새로운 메시지가 뜹니다. 아까의 그 채팅방이네요.
노바 클라크⋯채팅방을 봅니다.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요.
[5] 외부 개입이 있다고 하면, 아예 인류 전체에게 플래시백을 줄 가능성은? 그럼 우리가 어떻게 감당하기 힘듭니다. 인공 인간 전부를 리셋해야해요.
[6] 그런 경우에는 바벨탑을 이용하도록 하죠.
[7] 그건 좀… 아까운데.
[8] 애초에 그럴 일 없을 거예요. 굳이 일 키우는 것 같지도 않고.
[9] 대처가 많이 소극적이죠.
노바 클라크“⋯⋯.”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눈에 띄는 다른 모니터는 없을까요?
다른 모니터들은 모두 알아볼 수 없는 언어로 무언가를 출력 중입니다.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모두 얻은 것 같네요.
노바 클라크“⋯.” 바벨탑, 리셋, 플래시백⋯혼란스럽습니다.
우선은, 아담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겠죠⋯.
노바 클라크천천히 걸음을 옮깁니다. 조금 기운이 빠진 것도 같아요.
......힘이 빠진 채 내려가려고 아까 열었던 문으로 향하면.
삐익!!
경고음이 울리며 당신의 눈앞에서 문이 닫힙니다.
총으로 쏴도 소용없습니다.
시스템은 아까의 공격을 파악해 이미 면역되었습니다.
노바 클라크“⋯⋯.” 아까 전 본 매뉴얼을 떠올립니다.
직속상사? 그런 게 있을 리 없습니다.
⋯자물쇠 같은 건 없을까요? 어떻게든 나갈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정말... 꼼짝도 못하게 갇히게 된 것입니다.
노바 클라크“⋯⋯.”
최상층에 도착하는 목표는 달성했지만, 돌아갈 수는 없게 되었네요.
문에 털썩, 적당히 주저앉습니다.
그제야 통신용 장치를 확인해요.
방해 전파가 있는 건지 통신기도 먹통입니다.
전화도 걸 수 없습니다.
노바 클라크먹통인 장치를 확인했음에도, 몇 번이나 통신기를 누릅니다.
노바 클라크“⋯⋯.”
결국, 아키를 위한다는 행동은 자신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전화 한 통 제대로 받지 못했으니까요.
노바 클라크“⋯추워⋯.”
정말로 추운 건지, 아니면 다른 건지⋯.
......그렇게 당신은 10시간 동안 이곳에 갇혀 있습니다.
영문을 모를 공간에 얼마나 있었을까, 큰 소리를 내며 문이 철컥 열립니다.
동시에 당신의 통신기에 간단한 메시지 하나가 도착합니다.
아담[에궁 ㅋㅋ 뭔가 잘 안 풀렸나봐요. 문 열었어요. 덧붙여 방해꾼들도 처리했으니 편히 내려오시길^^]
노바 클라크“⋯⋯.” 통신기를 허겁지겁 확인했다가, 확인한 메세지에 기운이 추욱 쳐집니다.
다른 연락은요?
......
없습니다.
노바 클라크⋯지금 시간은 몇 시일까요? 아키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데⋯.
오전 10시네요.
노바 클라크아키라면 일어났을 시간입니다. 문 근처에서 서성이며 전화를 연결해봐요.
......
받지 않습니다.
노바 클라크⋯계단을 내려갑니다. 지금 있는 일을 해결하고 난 다음에, 아키를 볼 수 있을 겁니다.
네, 분명히요.
......37층에 도착합니다.
아담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담"어서오세요, 노바!"
"활성화 코드는 가지고 왔나요?"
노바 클라크“정보가 우선이었으면 해요.” 뒤로 조금 물러납니다.
아담"흠... 좋아요."
"알고 싶은 정보 3개."
"3개를 먼저 말해줄 테니 그 다음 코드를 넘겨주세요."
"그럼 나머지 정보도 말해드리죠."
노바 클라크“⋯.”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아, 고작 금속 몸체가 어지럽다는 건 이상할까요? 찬찬히 생각해봅시다. 지켜야할 것이 있으니까요.
∘₊✧ 노바, 〔지능〕 판정 ✧₊∘
cc<=80 지능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8 > 38 > 어려운 성공
그에게 물어볼 수 있는 것은 많습니다.
당신은 이름을 말해주지 않았는데 아담이 당신의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부터,
당신이 꾸는 꿈에 대해서 물어볼 수도 있겠죠.
인공 인간에 대해서도 물어볼 수 있을 것이고,
더 나아가 플래시백이라는 것에 대해 물어볼 수도 있을 겁니다.
노바 클라크“⋯제가 꾸는 꿈에 대해, 뭘 알고 계세요?”
아담"당연하죠! 정확히는 꿈이 아니지만."
"그건 언젠가 당신이 경험한 사실입니다. 과거죠."
"우리가 돌아갈 곳이 없다고 생각했나요?"
아담"사람은 모두 '집'이 있어요. 주거 환경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의 고향을 말하는 겁니다."
아담"그래요. 그래서 지금 당신이 향수병에 걸린 거고."
노바 클라크"⋯제가 경험한 사실, 과거라고 하셨죠.“
“얼마나 과거의 일인가요?”
아담"얼마 안 됐습니다! 기껏해야 수 세기 정도?"
"하하!"
노바 클라크"..." 그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주 잠깐의 침묵. 그리고...
"...플래시백, 그게 정확히 어떤 건지 궁금해요."
아담"당신이 보는... 아니, 현재 꽤나 많은 사람이 보는 '과거'를 이곳에서는 그렇게 부르더군요."
"솔직히 이 정도일 거라고는 예상 못했습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좀 재밌는 일이 일어날까 싶었는데......"
"죄다 미쳐서 부수고 난리 났더라고요."
"하긴. ‘정부가 이렇게 잘 살던 너희를 뽑아 몇 세기 이후로 옮겨뒀다.’ 하면 미치지 않을 이유가 없으려나."
노바 클라크"...그럼, 이게 마지막 질문이죠?"
"활성화 코드는 어디에 쓰실 건가요?"
아담"나는 그냥 이 행성의 높으신 것들이 나에게 덤비려고 하는 것 같길래 구경이나 좀 하러 왔어요. 인간들에겐 미안하게 됐습니다. 고래싸움에 등 터진 격이니."
아담그는 주머니에서 나이프를 꺼내 자기 손바닥을 천천히 긋습니다.
아담그러자 금속 위 인공 가죽이 아니라 정말 생물의 것으로 이루어진 가죽이 주욱 벗겨집니다.
아담그 사이로 피, 혈액. 붉고 끈적한 액체가 떨어집니다.
아담"잠시 인간의 몸을 빌린 옛 존재이지요. 내가 누구냐는 그닥 중요한 게 아닙니다. 당신들과 다른 위대한 존재라는 것이 중요하지."
아담"아, 좋은 소식 하나 말해줄게요."
"노바, 아키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죠?"
아담"과거의 기억에 견딜 수 없는 향수를 느끼고 있잖아요."
아담"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것을 대가로 해야겠죠."
당신 앞에 선 ‘것’은 실실 웃습니다.
계의 운명 따위 쉽게 손에 올릴 수 있다는 듯 그 깊고 불온한 눈으로 당신을 훑습니다.
아담"노바."
"하루동안 아케르나르 펠로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아담이 손가락으로 통신기를 가리키면...
부재중 전화가 몇 통 쌓여 있는 게 보입니다.
분명 아까는 이런 게 없었는데.
그리고 최상단에 있는 부재중 전화는...... 연락처에 찍혀있는 익숙한 번호. 병원입니다.
노바 클라크"......"
아담의 말이 미처 다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박차고 나갑니다. 아, 참. 활성화 코드는...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아담당신의 뒤에 대고 외칩니다.
"더 궁금한 게 생기면 활성화 코드를 문자로 보내요!"
〓 𝗖𝗛𝗔𝗣𝗧𝗘𝗥 9 ───➤ 가장 가까운 것
당신은 병원으로 향합니다.
어떻게 병원까지 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몹시 서둘렀다는 것만이 어렴풋이 잔상으로 남아있을 뿐.
당신은 곧 그의 이름이 적힌 병실을 찾습니다.
들어갈까요?
오로지 환자의 안정에 집중하기 위한 일인실.
문을 열면 아키가 베드에 걸쳐 앉아 창 밖을 보고 있습니다.
간간이 건물에 막히지 않은 바람이 들어올 때면 머리칼이 작게 날립니다.
노바 클라크"......"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 어떤 말도 변명이 되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나는...아키를 만나고 싶었어.
노바 클라크그런 최악인 대답만 가능할 테니까요.
"...아키."
......하지만 아키는 대답하지 않습니다.
대신 간호사가 당신에게 다가와 전합니다.
어제저녁 자동 신고가 들어와 의료진이 출발하였으나 이미 늦은 상태였다고.
흉통의 코일 따위가 전부 타는 바람에 긴급 수술을 마친 참이었다고 합니다.
당분간 안정을 취할 수 있게 봐달라며 한 마디 하고, 간호사는 병실 밖으로 나갑니다.
어느새 병실에는 두 사람만 남았습니다.
노바 클라크사과 해야 합니다.
곁에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전화를 받지 못해서미안하다고...
...아키, 네가 싫어서 피한 게 아니라고...
노바 클라크그저, 하염없이. 그 자리에 서서...
바닥으로, 추락합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당신에게로 고개를 돌립니다.
울고 있는 당신을 보고 쓰게 웃어요.
"눈물을 닦아주고 싶은데."
"그 손길도 피할까요?"
노바 클라크그리고 곧... 당신에게 뛰어가 안겨요.
"아키..."
"아키이......"
어린아이처럼 엉엉 웁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
아무 말 없이 당신의 머리를 쓰다듬어줍니다.
당신이 울음을 그칠 때까지.
노바 클라크...아마도, 오래. 아주 오래.
짧지 않은 시간을.
노바 클라크"......"
"아키랑, 이야기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그러려고 했는데에..."
"......미안해..."
"...미안해, 혼자 둬서......"
"나, 결국 아키를 지켜주지 못했어..."
아케르나르 펠로어"노바가 빈 소원은 나를 향한 게 아니잖아요."
아케르나르 펠로어"그곳에 있었을 '아키'를 향한 것이었겠죠."
"그러니까 저는 괜찮아요."
사근사근하게 말하며, 당신의 옆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기까지 합니다.
노바 클라크"..."
차라리 화를 내고, 욕을 하고, 눈물을 흘렸더라면 지금보다 나았을까요...
심장 따위 있을 리 없는데, 막힌 것처럼 괴롭습니다.
강해져서 지켜주고 싶다는 건, '인간 노바'.
지켜주겠다고 약속한 건, '노바'.
노바 클라크나는...대체, 어떻게 해야...
"......아키도, 무서웠지."
아케르나르 펠로어"......무서울 일이 있었나 봐요, 노바."
"어떤 모험을 하고 왔는지 들려줄래요?"
노바 클라크"......"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저 문장 속 다정함이, 얼마나 뿌리 깊은 지 알고 있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나를 위해...
...아아, 아키. 나는 역시 빛에 눈이 멀 것만 같아.
"...아키, 종이 명함을 본 적 있어?"
모험담은 거기서부터 시작합니다.
노바 클라크천천히 이야기를 해나가요.
그리고 결국, 친구를 구하지 못한 용사의 이야기로 마무리 됩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당신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습니다.
간간이 추임새도 넣어가면서요.
아케르나르 펠로어"수상한 존재를 만났네요, 노바."
"고생 많았어요."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에요..."
노바 클라크"...아키도. 아키도...."
"......고마워."
"보고 싶었어..."
아케르나르 펠로어"...이렇게 눈물이 많은데 어떻게 혼자 두지."
노바 클라크"...혼자 둘 거야?"
"......이제, 내가 미워?"
아케르나르 펠로어"미울 리가요."
"전 여전히 노바가 좋은 걸요."
노바 클라크"...그럼 혼자 두지 마..."
"나도, 여기 있을게."
아케르나르 펠로어"이전에 했던 말을 기억해요?"
"우리가 비록, '인간'처럼 말하고, 숨쉬고, 움직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아케르나르 펠로어"'내가 행복한 이상'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었죠."
아케르나르 펠로어"......그런 약속을 한 적이 있었는데."
아케르나르 펠로어조용히 당신의 이마에 입을 맞춥니다.
"그러니까, 필연적으로 당신이 상처받게 될 거라고 했잖아요."
노바 클라크들꽃과 땅처럼, 함께 있어준다고 했잖아.
곁에 있어준다고 했잖아.
"......."
"...가지 마."
아케르나르 펠로어"땅처럼."
"고요히."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있는다 해도?"
노바 클라크"......"
"아키."
"내가 바람처럼."
"공기처럼."
"빛나지 않아도..."
"보이지 않아도 괜찮아?"
"그렇게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어?"
아케르나르 펠로어옅은 웃음을 터트립니다.
"나한테 물으면 어떡해, 노바."
아케르나르 펠로어"...나는 무섭지 않았어."
"도시의 시간이."
"언젠가 올 줄 알았으니까."
너와 내가 헤어질 시간이.
아케르나르 펠로어네가 별을 향해 손을 뻗는 날이 올 걸......
˗ˋˏ✄————————— 2026. 04. 15
𝘐𝘧 𝘸𝘦 𝘩𝘢𝘷𝘦 𝘴𝘰𝘶𝘭𝘴, 𝘵𝘩𝘦𝘺 𝘢𝘳𝘦 𝘮𝘢𝘥𝘦 𝘰𝘧 𝘵𝘩𝘦 𝘭𝘰𝘷𝘦 𝘸𝘦 𝘴𝘩𝘢𝘳𝘦. 𝘜𝘯𝘥𝘪𝘮𝘮𝘦𝘥 𝘣𝘺 𝘵𝘪𝘮𝘦, 𝘜𝘯𝘣𝘰𝘶𝘯𝘥 𝘣𝘺 𝘥𝘦𝘢𝘵𝘩.
노바 클라크“⋯⋯.” 나는 무서웠어.
도시의 빛은, 언제까지고 꺼지지 않으니까.
늘 그랬듯이⋯⋯.
노바 클라크아침이 오면 해가 밝고, 밤이 오면 도시의 빛이 떠오르는 것처럼.
늘 제일 먼저 해주었던 말.
그리고 제일 늦게 하게 되어버린 말.
생일 축하해, 아키.
당신에게만 들리도록.
아케르나르 펠로어"내가... 원망 하나 제대로 못하게 하고."
노바 클라크“⋯⋯.” 미안해, 라는 말은 미처 내뱉지 못합니다.
‘인간’은 왜 이토록 이상한가요.
이 몸체에는 감정이 과도하게 들어있습니다.
점점 부식되어 가는 것만 같아요.
아키가 나를 원망하면, 조금 나아질까요⋯.
⋯⋯아니, 아닙니다. 나아질 리가 없습니다.
아마도, 오히려⋯⋯.
아케르나르 펠로어눈을 감고 생각에 잠깁니다.
내가 널 어떻게 해야 할까, 노바...
노바 클라크“⋯⋯.” 지독한 겁쟁이. 도망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어요.
“⋯⋯내가 후회한 건, 아키가 싫어서가 아니야.”
“⋯⋯.” 손가락을 만집니다. 낯선 이 감각.
“⋯아키가 좋으니까, 소중하니까⋯아키가 넓은 바다를 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까.”
“⋯미안해.”
아케르나르 펠로어"...용사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죠."
아케르나르 펠로어차분히 당신의 이야기를 입에 올립니다.
"수상한 존재가 저를 입에 올렸다고요."
"그럼... 그를 만나보고 싶어요."
아케르나르 펠로어당신이 구하지 못한 '친구'가 누굴지 몰라도...
노바 클라크⋯아키와 헤어지고 아담을 찾아갔던 것처럼, 아키도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는 걸까요.
지금의 아키는 읽기 쉬우면서도, 해석하기 어렵습니다.
용사의 해피엔딩은, 용사가 제일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입니다.
용사가 다시 한 번 모험을 하기로 결정하면.
탐사자, 광기 상태를 업데이트합니다.
! 광기: 플래시백 신드롬
과거로 향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합니다. 아직도 따뜻한 추억을 갈망합니다. 동시에 현재도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이곳의 아키와 언제나 그랬듯이 새해를 맞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광기가 약화 됩니다. 아직은 향수가 이끄는 대로 행동하나 당신은 특정 판정 없이 광기에 저항할 수 있습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병원에서 하루를 더 보내기 싫은데..."
"집에 가고 싶어요."
노바 클라크“⋯퇴원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올게.” 시선을 맞추지 못한 채로,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병원에서는 아키의 퇴원을 허락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노바 클라크돌아가는 동안에는 말 한 마디 없었습니다. 분명 어딘가 고장이 나버린 게 틀림 없습니다.
...
...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당신은 그를 만납니다.
아담이요.
노바 클라크“⋯⋯.” 길에서 아담을 만나면, 그대로 발을 멈춥니다.
무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가 따악! 손가락을 튕깁니다.
감각이 무너지는 느낌과 동시에 당신은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습니다.
〓 𝗖𝗛𝗔𝗣𝗧𝗘𝗥 10 ───➤ 마지막 플래시백
병원인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공간.
흰 벽이 깜빡이는 비상등 불을 머금어 붉게 변했다가 원래 색으로 돌아오길 반복합니다.
손끝이 저리고, 눈앞이 흐릿하고……
그런 나를 붙잡은 따스한 아키의 손이 느껴집니다.
머리를 관통하는 소음, 사람들의 난잡한 소리.
어린아이의 뇌로는 이해되지 않았던 그 순간이…… 울컥 치밀어오릅니다.
᙮ᕽ᙮ 파편: 셋 ᙮ᕽ᙮
〔핸드아웃을 공개합니다.〕
〓 파편: 셋 〓
병원 생활이 익숙해지고, 나아지지 않았을 것 같았던 몸도 몇 달 후 회복되었습니다. 기적이라며 떠드는 어른들은 병세를 이겨낸 나도 칭찬해 주었지만 늘 곁에 있어 줬던 그도 예뻐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끝. 아직 보호가 필요한 우리를 보살펴 줄 사람은 없었죠. 곁에는 늘 그밖에 없었습니다.
새로운 삶에 익숙해진 나와 그러도록 도와준 그. 그리고 언제나처럼 평범하게 지나쳐야 했던 어느 날에 우리는…… 아.
난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고 있습니다.
그는 죽고, 나 또한 죽게 될 것입니다.
온갖 무기를 든 테러리스트들이 공간을 메웁니다.
어딘가로 끌려가는 사람들과 신고해도 올 소식이 없는 경찰.
작은 몸을 이용해 숨어 있던 우리는 탈출구를 잃었습니다.
그나마 살펴 찾은 것은 어른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좁은 통로, 아키는 당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었죠.
아케르나르"제가 시간을 끌게요. 그동안 통로로 빠져나가요."
"...걱정하지 마세요, 노바. 괜찮을 거니까. 금방 뒤따라 갈게요."
"...할 수 있죠?"
노바 클라크“⋯.” 떨리는 눈동자로 단호한 ‘아키’와 시선을 맞춥니다.
“꼭 올 거지?”
“와야 해.”
아케르나르당신의 떨리는 눈동자를 보고, 당신을 껴안습니다.
아, 그랬었죠.
이렇게 따뜻하고,
심장 소리가 들리고,
간지러운 포옹이......
그의 품이...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에 잠시 멍때리던 찰나, 아키가 튀어 나갑니다.
곧바로 낯선 사람들이 그를 잡습니다.
그는 몇번 피하더니…… 이내 잡혀 발버둥 치기 시작합니다.
노바 클라크“⋯⋯.” 입술을 꾹, 다뭅니다. 눈동자로 가득 찬 당신의 모습.
결국, 약속했던 대로 좁은 통로로 몸을 집어넣어요.
...
허나 당신은 금세 거대한 체구의 누군가에게 목덜미를 잡혀 버립니다.
그 모습을 본 아키가 목이 찢어지게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악착같이 발버둥치고, 터지는 울음 사이에서 간절함이 흘러나옵니다.
발버둥 치다가 운이 좋게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아키가 당신에게 달려옵니다.
그러나 그것도 길게 가지 못하고……
탕━.
생명 하나를 보내기에는 한참 가벼운 소리와 함께...
그는 바닥에 처박힙니다.
붉은 선혈이 퍼지고 퍼지기를 계속하고,
마지막으로 힘을 다해 당신에게 뻗는 손이 하나.
......모든 것이 칩에 저장된 금속 몸체는 죽지 않습니다.
가슴이 뚫려도, 머리가 불타도 죽지는 않죠.
하지만 살아 숨 쉬는 인간은 아주 쉽게 죽습니다.
고작 장기 하나에 엄지손가락만 한 구멍 뚫렸다고 더 이상 호흡하지 못하는 것이 사람입니다.
노바 클라크“이거 놔. 이거 놔!!” 비명 소리 같은 고함을 내뱉으며 몸을 발버둥 거립니다.
역겨울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로 대화하던 그들이 당신의 목에 무언갈 찔러넣습니다.
이 감각을 압니다. 아주 지겨울 정도로 잘 알죠.
주사 바늘로 피부를 뚫어 약물을 주입하는 생생한 감각.
언젠가의 병원에서 그랬듯 정신이 차차 몽롱해지더니…
잠에 빠집니다.
그리고 그게 ‘내’ 짧았던 생애의 마지막 기억입니다.
〓 𝗖𝗛𝗔𝗣𝗧𝗘𝗥 11 ───➤ 결전
이젠 익숙해진 감각과 함께 천천히 눈을 뜹니다.
...집이네요.
잠깐, 아키는?
나와서 확인해보면, 거실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아키를 발견합니다.
〔노바 클라크 / 현재 몸체 이상 없음, 수면 시간 27시간 3분, 오늘 일정… 〕
노바 클라크“⋯.” 순간 무언가 철렁, 내려 앉습니다. 눈을 감고 있는 아키의 모습.
노바 클라크“아, 아키. 아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아키를 흔들어 깨우려 합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인상을 쓰면서 으, 신음을 뱉다가 일어납니다.
"...... 노바?"
노바 클라크당신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는, 짧게 숨을 내쉽니다.
진정할 틈도 없이 당신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요.
“아키, 어디 아픈 곳은 없어? 몸은?”
아케르나르 펠로어혼몽한 와중에도 당신을 안심시키려는 듯 등을 쓸어내립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뇌만 남은 제가 액체에 담겨 동동 떠 있는 모습.......?"
노바 클라크“⋯⋯.” 평소의 노바 클라크라면, 말도 안 되는 꿈이라며 코웃음 쳤을 겁니다.
“⋯기분이 어땠어?” 대신 묻습니다. 당신이 나를 대하듯이. 효과는⋯글쎄요.
아케르나르 펠로어"생경한 기분이었어요."
"그렇게 놀랍지는 않네요."
"뇌와 금속 칩이 동일하다고 생각한다면......"
노바 클라크“⋯⋯.”
그 말에 아키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우리는 ‘인간’이 아닙니다. 그저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과 ‘신인류’를 구분하는 것은 고작 금속 물체 하나일까요.
“⋯나는, 아키가 다치는 꿈을 꿨어.”
노바 클라크“⋯⋯응, 건강했어.”
“그런데, 아키가 나 때문에 많이 다쳤어⋯.”
아케르나르 펠로어"......속상해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줍니다.
노바 클라크당신의 말에 고민합니다. 속상하냐고요? 아뇨, 아닙니다. 그런 것보다는 훨씬⋯.
“⋯⋯괴로웠어.”
노바 클라크“⋯있지, 아키. ‘인간’은 생각보다 쉽게 죽어.”
“⋯작별을 할 시간도 없이, ‘죽음’이 다가왔어.”
“나는 아키를 지켜주지도, 작별인사를 건네지도 못했어.”
노바 클라크“⋯⋯.” 입술을 달싹거리다 이내 다뭅니다.
“⋯약속했는데.”
아케르나르 펠로어"그게 죽음이죠."
자연스러운 흐름.
생명체라면 응당 가졌어야 할......
"어떤 약속이었나요, 노바?"
노바 클라크“⋯⋯.” 당신의 대답에 잠시 말을 멈춥니다.
“지켜줬잖아.”
나의 아키.
아케르나르 펠로어"나는 노바의 꿈에 나온 아키가 아닌데도."
정확히는 그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죠.
어렴풋이 '뇌'가 '아키'의 뇌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노바에게는 미안한 마음입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함께 별의 이름을 붙이러 가는 것도.
......노바의 말대로 제게 불운이 붙은 걸까요?
아케르나르 펠로어노바의 아주 소중하나 사람에 속한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속이 쓰리네요.
당신의 왼쪽 손목이 울립니다.
몇 시간 전에 왔던 연락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노바 클라크무의식적으로 왼쪽 손목의 통신기를 들여다봐요.
발신인은 또 그 사람입니다.
〔집에는 잘 들어갔나요? 마지막으로 필요한 기억을 드렸어요. 이제 전부 기억할 수 있게 됐네요. 축하드립니다!〕
〔돌아가고 싶다면, 꼭 그게 아니더라도 의문들을 해결하고 싶다면 다시 내 사무실로 오세요 ^^〕
〔추신. 당신 친구?도 데려와도 됩니다. 싸웠던 것 같은데. 사이좋게 지내야죠.〕
노바 클라크“⋯.” 어쩐지 짜증이 나 신경질적으로 화면을 꺼요.
노바 클라크“⋯아키, 만나고 싶다고 했지.”
“가볼래? 같이.”
노바 클라크아키의 말에, 방에 돌아가 적당히 옷을 챙겨입고 나와요.
⋯아키도 물어보고 싶은 게 많겠죠.
…그리움이 당신을 부릅니다.
답이 나지 않은 의문들이 머릿속에 가득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요.
아키는, 아키는 누구일까요.
두 발 딛고 서 있는 이곳이 집인데 귀향의 욕구를 느낍니다.
다시금 관리 본부로 향합니다.
어둑한 밤, 슬슬 사람도 잘 다니지 않는 시간……
둘은 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는 사무실에 도착합니다.
...
...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아담과 눈을 마주칩니다.
처음 만났을 때와 다름없는 비웃는 듯한 웃음.
그런 웃음으로 두 사람을 보며...
노바 클라크“⋯.” 눈을 가늘게 뜨고 아담을 바라봅니다.
아담종이로 된 서류를 당신에게 건네며 말을 계속합니다.
아담"이곳에 온 건, 어느 쪽으로든 선택을 하고 싶다는 거겠죠."
"당신에게 선택할 기회를 주겠습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선… 정면 돌파를 할 필요가 있어요."
아담고개를 끄덕입니다.
"배후가 정부와 같은 큰 단체라는 건 이제 알았죠? 섞여 들어가세요."
아담"지들 사이에서는 기밀을 술술 불고 경비도 그닥 산엄하지 않으니 연기만 잘 하면 문제 없을 겁니다. 그럼 자연스럽게 목표에 도달하게 될 거예요."
"그러니까,"
아담"두 분에게 주문을 걸어드릴게요. 앞으로 마주하는 모든 ‘그것’들은 당신들을 드린 서류의 인물로 착각합니다."
"그러나 연기는 제대로 해야겠죠. 수상한 구석이 보인다면 그들도 낌새를 느낄테니 역할극 노릇 잘 하시라고요."
노바 클라크“⋯.” 아담의 말을 들으면서, 아키를 슬쩍 봐요.
아케르나르 펠로어눈을 깜빡...
"저는 궁금한 게 있어서 이곳에 왔는 걸요."
"선택이라면... '인간'으로 살 것인지, 혹은 지금 이 상태를 유지할 것인 지에 대한 선택인가요?"
노바 클라크“⋯⋯.”
그 말에 서류를 잡고 있던 손에 조금 힘이 들어갑니다.
아담"비슷해요."
"인간'으로 살고 싶다면 두 사람을 과거로 다시 보내줄 수 있습니다."
아담"이곳에서 살고 싶다면 이곳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겠죠."
"뭐, 이건 진실을 확인하고 나서 천천히 생각해보시고."
노바 클라크“⋯그 전에, 물어볼 게 있어요.”
“기억을 주었다는게 어떤 의미예요?”
아담"말 그대로입니다."
"당신이 '그 몸'이 되기 전, '인간'이었을 시절에 가지고 있던 기억."
"그걸 되돌려준 거예요."
노바 클라크“⋯.”
“⋯왜요?” 당연한 의문입니다. 도리어 경계하고 있어요. 기억이 돌아오지 않았다면⋯.
⋯아니, 아닙니다. 아키를 기억하지 못하는 건 역시 슬펐을 거예요.
아담"이전에도 한 차례 얘기했었지만..."
"그 편이 재밌잖아요."
히죽 웃습니다.
노바 클라크“⋯⋯.” 그 말에 아담을 노려보듯 바라봐요.
곧 표정을 풀고, 아키를 바라봅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그럼... 이 일을 수락하면 우리가 이런 몸으로 살고 있는 이유에 대해 알 수 있는 건가요."
아케르나르 펠로어"...그럼, 수락할게요."
노바의 손을 잡습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해결해주고 싶어요."
노바 클라크“⋯⋯.” 늘 아키를 지켜주겠다고 말버릇처럼 말했습니다.
하지만 늘, 아키가 지켜주고 있었네요.
“⋯그럼 저도 갈게요.”
아담"좋습니다, 좋아요!"
"준비는 모두 마쳤습니다. 들키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비위만 맞춰 주다가 필요한 걸 찾으면 되는 일이니 실패할 일은 없을 거예요."
"그럼, 화이팅하시길 바랍니다!"
아담아담은 당신과 눈을 마주하며 앉습니다. 올라간 입꼬리를 내리지 않은 채입니다.
“이번엔……”
“아래로 갑니다.”
그렇게 말한 아담은 숨겨진 층에 대해 안내했습니다.
관리 본부에 지하층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그의 안내에 따라 도착한 곳은 숨겨져있지만 그리 특별할 거 없는 사무실이었습니다.
종종 이상한 줄 달린 인공 인간들이 실험관에 갇혀 있는 것 빼면요.
눈에 들어오는 것부터 살펴봅시다.
〔테이블〕, 〔주인 없는 자리〕를 살필 수 있습니다.
노바 클라크아키의 손을 잡은 채로 주변을 둘러봅니다. 자연스럽게 옆에 있는 테이블에 시선을 둡니다.
공용 테이블입니다. 종이로 된 서적들이나 기타 과학기술의 것들이 너저분하게 놓여있습니다.
∘₊✧ 노바, 〔관찰력〕 판정 ✧₊∘
cc<=50 관찰력
(1D100<=5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2 > 12 > 어려운 성공
처음 보는 언어로 적힌 파일들을 발견합니다.
옆에서 아키가 오묘한 표정을 짓습니다.
노바 클라크“아키, 왜 그래?” 혹시 몸이 좋지 않아졌을까 싶어 안색을 살핍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아, 아뇨. 그냥... 신기해서요."
"읽을 수 없는 언어라는 게."
노바 클라크그 말에 고개를 기우뚱, 기울입니다. ‘인간’의 불완전성까지 물려받은 우리는, ‘인간’을 흉내내고 있습니다.
‘완전한’ 인간의 언어인 걸까요? 가볍게 파일들을 살펴봅니다.
읽을 수 없기 때문에 빤히 들여다 봐도 내용을 모르겠네요.
노바 클라크모르겠어요. 결국 파일들을 내려둡니다.
연구원의 호기심이 고개를 들어, 사무실 이곳저곳을 살펴봐요. 곧 주인 없는 자리까지 도착합니다.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인지 아무도 없는 자리입니다. 컴퓨터가 켜져있는데… 슬쩍 엿볼까요?
업무에 관한 보고서들이 가득합니다.
그 중 흥미로운 제목을 발견합니다.
᙮ᕽ᙮ 바벨탑 프로젝트 관련 보고 사항 ᙮ᕽ᙮
노바 클라크일탈 11위정도의 일이 갱신 되었네요. 바벨탑 프로젝트 관련 보고 사항을 클릭해봅니다.
〔핸드아웃을 공개합니다.〕
〓 바벨탑 프로젝트 관련 보고 사항 〓
아직 목표치에 닿기에는 좀 부족해도 힘은 제대로 모였습니다. 공간은 아직 불완전하지만, 시간은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을 정도. 물론 이것도 한 번 쓰면 소모되니까 실험한답시고 쓰지 마시고요.
화신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간만 보고 있으니 어떤 잡신인지 모르겠군요. 목표치까지 몇백 년 안 걸릴 테니 우리가 먼저 선수 치면 그만입니다.
그리고 머그컵은 사용하면 좀 씻으세요. 요즘 기계가 다 해 주는데 세척기에 넣는 거 그거 하나가 그렇게 어렵습니까? 실험용 가운도 좀 의자에 그만 걸어 두시고 제대로…… (이후 개인적이고 분노 가득한 잔소리들이 본문보다 길게 적혀 있다.)
노바 클라크“⋯⋯.” 알 것 같으면서도, 잘 모르겠습니다. 고개를 기우뚱 기울여요.
아케르나르 펠로어옆에서 함께 보다가...
"저 잡신이 '아담'일까요."
같이 고개를 갸우뚱한 뒤, 구석의 테이블을 보고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노바 클라크“그런 걸까?” 무척 개인적인 잔소리들을 몇 번 살펴보았다가, 포기하고 아키를 따라갑니다.
테이블에는 〔서류〕, 〔일기장〕, 〔컴퓨터〕가 있습니다.
노바 클라크몰래 보고 싶지는 않은데⋯어쩔 수 없죠. 일탈 5위가 갱신되어요.
서류의 양이 꽤 많습니다. 무언가의 결재 서류나 시스템 오작동에 대한 서류들……
∘₊✧ 노바, 〔관찰력〕 판정 ✧₊∘
cc<=50 관찰력
(1D100<=5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6 > 86 > 실패
1D20 분을 소모해 간신히 찾아낸 서류입니다.
(1D20) > 6
᙮ᕽ᙮ 신입 사원 강의 내용 목차 ᙮ᕽ᙮
〔핸드아웃을 공개합니다.〕
〓 신입 사원 강의 내용 목차 〓
1. 바벨탑 ‘인공 신’이라는 것은 무엇인가에 관하여- 만들어진 ‘인공 신’, 바벨탑 프로젝트의 개념을 설명한다.
2. 바벨탑의 작동 방식- 기도(명령어 입력)와 전지전능한 가능성에 대하여
3. 최종 목표
4. 일단 이렇게 전달해주세요. 이건 지우시고요.
노바 클라크“⋯아키, 바벨탑 프로젝트라고 들어본 적 있어?”
아케르나르 펠로어"아뇨..."
"아주 오래 전, 인간이 쌓아올렸다던 바벨탑은 들어봤지만요."
노바 클라크“응, 신이 벌을 내렸다고 들었는데⋯아, 혹시 아까 신 이야기도 그런 걸까?”
아키와 함께 첫 번째 목차부터 살펴보기로 합니다.
하지만 서류에는 목차만 덜렁 있고, 내용이 없습니다.
쓰다 만 건가...?
아케르나르 펠로어"인공 신이라고 하면... 인간들이 새로운 신을 만들었다는 건데."
"바벨탑을 세워 신과 맞닿으려고 하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면서 일기장을 펼쳐봅니다.
노바 클라크‘인간’을 흉내내다 못해 ‘신’까지 맞닿으려 하다니요.
⋯아키와 함께 일기장을 보기로 합니다. 덜렁 목차만 쓴 열받는 직원의 얼굴을 봐야겠어요.
누군가의 일기입니다. 일에 적응이 힘들다, 집에 가고 싶다는 등 일상적인 내용이 이어지다가……
특정 페이지에서 손으로 그린 간략한 지도를 발견합니다.
붉은색의 펜으로 동그라미 친 넓은 공터……
여기 아래층이 또 있군요? 옆에 일기가 쓰여 있습니다.
'좋은 장소를 찾았다! 금지 구역이라 사람들도 잘 안 오고 조용해서 좋다. 앞으로 밥은 여기서 먹어야지! 화장실은 식탁이 작았는데 기쁘다!’
노바 클라크“⋯⋯.” 내용을 조금 못 쓸 수도 있죠.
공터는 아래층인가요?
그런 것 같군요.
노바 클라크“⋯아키. 봄이 오면 도시락 챙겨서 피크닉 가자.” 이제는 의미 없는 것임에도, 습관처럼 중얼거려요.
노바 클라크“⋯⋯응.”
“새해에는 해돋이도 보러 가자.” 지키지 못 할 약속만 늘어나요.
아케르나르 펠로어"......" 당신의 손을 잡기만 합니다.
"컴퓨터도 볼까요, 한 번."
확답을 하지는 않은 채로.
노바 클라크천천히 눈동자를 깜빡입니다. 튀어나오려는 감정을 꾸욱, 누르고 컴퓨터를 살펴봐요.
아까부터 묘한 빛을 내는 컴퓨터 모니터입니다.
신규 메시지 알림이 불길한 붉은색으로 깜빡이고 있습니다.
깜빡, 깜빡…….
복잡한 코드와 암호가 출력되더니 ‘기밀’ 신규 폴더가 업데이트됩니다.
᙮ᕽ᙮ [새 업데이트] 플래시백 현상 ᙮ᕽ᙮
〔핸드아웃을 공개합니다.〕
〓 [새 업데이트] 플래시백 현상 〓
백업된 인간의 기억이 회상 등의 형태로 재연되는 현상. 칩 및 몸체의 오류는 아니며, 외부 간섭으로 추정.
백업
인공 인류 개발을 위해 이전 인류 몇몇 의식을 저장한 것. 주로 무연고 인간을 선정. 기억의 완전한 제거 이후 인공 인체에 옮겨 신인류로써 재탄생.
보편적으로 인공 인간은 백업된 인간의 성격, 취향, 재능 등을 유지하며 해당 경우 자아의 손실이 전무해 과거와 현재를 동일 인물이라고 칭함.
그러나 백업하는 과정 중 뇌 혹은 신경 등이 손상된 경우, 자아 유지가 불가능. 해당 경우 타 불안정한 자아와 섞어 새로운 신인류로써 재탄생. 본 과정으로 생성된 인공 인간은 회로 및 코드가 타 개체보다 복잡하므로 연산 오류 횟수가 급증. 태생적으로 병약하며 매우 다량의 자아가 임의로 섞어졌기에 기존 자아와 동일 인물이라고 지칭 불가.
이후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뜹니다.
여기서 당신들의 이름을 검색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케르나르 펠로어그래서...
나는 노바와 같은 꿈을 꾸지 못한 걸까요.
노바 클라크“⋯⋯.”
“잘 모르겠어.” 어째서인지, 요즘은 모르는 것만 늘어나네요.
아케르나르 펠로어"모르길 선택해도 괜찮아요."
"노바가 원하는 걸 해요."
노바 클라크“⋯.” ‘아키’를 알기 전, 그리고 ‘아키’를 알고난 후.
이미 ‘아키’를 떠올리고, 그리워 하고, 좋아하게 되었어요.
노바 클라크, 진실을 원합니다.
키보드에 손을 올려 먼저 자신의 이름을 검색해요.
이름 하나가 뜹니다. 옆에 100%라는 수치가 붙어 있습니다.
노바 클라크수치를 클릭해 봅니다. 뭔가 뜨는 설명은 없을까요?
설명은 뜨지 않습니다.
노바 클라크“⋯⋯.” 당신의 눈동자를 보고, 천천히 키보드에 올린 손을 움직입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
총 12개의 이름이 뜹니다.
그 안에는 아키의 이름도 있습니다.
이름 옆에 하나하나 수치가 붙어 있습니다.
3%. 1.2% ...
아케르나르가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지, 이름 옆에 70.5%가 쓰여 있네요.
노바 클라크아케르나르 펠로어는 아케르나르 펠로어. 아키는 아키.
결국 이 모든 것이⋯.
나의 아키.
키보드에서 천천히 손을 뗍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그런 당신을 보다가, 입을 엽니다.
"당신이 그리워하는 이와 저는 완전히 동일한 존재가 아니죠."
아케르나르 펠로어"나도 그와 동일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아요."
아케르나르 펠로어"인격 형성에는 경험이 중요하고..."
"나는 그와 다른 경험을 했으니까."
아케르나르 펠로어"...... 아니, 아까 봤던 아래층으로 내려가볼까요."
무언가 물어보려다가 얼버무리고는 손짓합니다.
노바 클라크“⋯⋯응.” 그동안 지켜보았던 ‘아키’입니다. 무언가 말하려고 했던 것을 모를 리 없습니다.
하지만 묻지 않아요.
겁쟁이.
노바 클라크아래 층으로 내려갑시다. 우리를 기다리는 그곳으로요.
지도에 표시된 곳으로 가면 낡은 문 하나를 발견합니다.
옆 작은 화면에 ‘활성화 코드를 입력하세요’ 라는 문장이 떠있습니다.
노바 클라크활성화 코드라면⋯생각하고 있는 그 코드일까요? 몇 자리를 입력해야 하는지 확인합니다.
총 8자리입니다.
노바 클라크"용사가 모험을 하면서 본 게 있거든⋯.“ 머뭇이면서 버튼을 입력해봅니다.
B8 X3 G1 P6.
낡은 문이 덜컹, 불길한 소리를 내며 열립니다. 들어갈까요.
노바 클라크먼저 앞장서 걸어갑니다. 늘 그랬듯, 아키를 지켜주어야 하니까요.
아케르나르 펠로어앞장서는 당신을 따라갑니다.
이렇게까지 해줄 필요 없는데.
어둠으로 이어진 계단.
예상보다 길다고 느껴질 때 쯤에 그 아래의 층이 모습을 보입니다.
아주 넓은 바닥을 살필 수도 없을 정도로 거대한 공간.
안개가 끼고 눅눅한 공기만이 인공의 살결을 스치는 불온한 공간입니다.
사방에서 검은색 선들이 난잡하게 빠져나와있고, 어디 하나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목도합니다.
회로 따위로 만들어진 것, 그러나 그 사이사이 인간 혹은 동물의 근육이 붙어있는 것.
뼈와 살점이 불규칙하게 이어 붙어 있고, 수백 개의 푸른 빛 모니터와 굵은 선들이 그에게 파묻혀 있거나 얽혀 있습니다.
역겹게 뛰는 핏덩어리, 기계가 융합된 것.
눈으로 살펴도 몇십…… 혹은 몇백 미터의 육체를 가진 거대한 ‘그것’.
두 사람은 만들어진 신, ‘바벨탑’을 목도합니다.
그리고 아래 익숙한 인영을 마주합니다.
아담입니다.
그는 ‘그것’ 아래에서 웃음짓더니 두 사람을 번갈아 보고 이야기합니다.
아담"수고 많으셨습니다. 향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시네요…….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담"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이 있나요? 전부 대답해드리죠."
아담"나는 사이에가의 화신."
"여러분을 만든 종족이 꼼지락거리는 것이 귀여워 방해를 하러 왔죠."
아담"그래... 어디서부터 얘기할까."
"처음부터 얘기해드리죠."
"어느 순간 인간은 전지전능을 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인공 신'이라는 걸 개발하기 시작했어요."
아담"그들이 아직 말랑거리는 육체라는 걸 가지고 있을 때의 이야기죠."
아담"그렇게 만들어진 신은 검은 전선 사이사이에 근육과 뼈가 살아 숨 쉬고 수백수천 개의 모니터를 눈으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담"연구원이 ‘기도’라는 명목으로 명령어를 내리면 복잡한 계산을 통해 결과를 도출합니다."
노바 클라크“⋯⋯.” 아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바벨탑’에게 시선이 향합니다.
아담"빵을 만들라 하면 아무것도 없던 공중에서 먹을 것을 내렸고, 생선을 복사하라 하면 바다를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그 이상의 것을 할 수 없었단 거겠죠."
"사랑하는 사람을 살린다던가, 시공간을 조절한다던가… 정작 프로젝트가 원하는 단계까지는 절대 갈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던 한 외계 종족이 있었습니다."
아담"개미 떼가 자기들끼리 떠들더니 라디오를 발명한 걸 본 거예요."
아담"동시에 다른 하급 신들도 이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이건 어쩌면 선전포고."
"이들은 불안 혹은 괘씸함을 느낍니다. 감히 개미 떼가? 결국 직접 나서 인간들의 씨를 말려버리기로 합니다."
아담"그리하여 무너진 바벨탑."
"하급 신들에 의하여 인류는 번식성을 잃고 100년 후엔 완전히 멸종해 버릴 운명이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인류가 멸망하면 재미없죠."
"이걸 지켜보던 외계 종족은 고민합니다."
"이거 잘 써먹으면 엔간한 신에게 비빌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처참한 수준이라도, 아주 오랜 기간 연구시키고 수많은 인공 신을 만들어 대항한다면 못 할 얘기도 아닌 것 같았거든요."
아담"그리하여 외계 종족은 하급 신들의 계략을 인간에게 공유하고,"
"대안을 내놓습니다."
"인류 전체를 인공으로 만들자는."
노바 클라크“⋯⋯그래서, 만들어진 게 우리라는 이야기인가요?” 마구잡이로 들어오는 정보에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아니, 사고회로가 그렇게 되었던 가요?
아담"빙고. 그렇습니다."
"외계 종족은 연고가 없는 이들을 선택해 기억을 '백업'시키고 인공 인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아담"물론 대다수의 인간들은 '백업'없이 새롭게 구축되었지만요."
"바벨탑 프로젝트가 어느 정도 진행되어 인공 신이 이전보다 발전했을 무렵…"
"외계 종족은 이 '바벨탑'을 가지고 하급 신에게 대항하고자 했습니다."
노바 클라크“⋯⋯.” 그 이야기를 들으며 아키의 손을 잡습니다.
아담"그래서 나는 조그만한 발악을 한 거예요."
"일부 인공 개미들을 선택해 그들의 과거를 다시 경험하게 한 거죠."
아담"그 외계 종족이 더이상 귀찮게 굴지 못하게 하는 것?"
노바 클라크“⋯⋯.”
솔직히 말해, 조금 화가 나고 있습니다. 외계 종족과 신. 이들 사이에 끼어버린 노바 클라크, 그리고 아키.
노바 클라크⋯⋯아키의 생일 케이크를 준비 하지 못했습니다.
노바 클라크아키를 밀어냈습니다.
고작, 이런 것 때문에⋯!
노바 클라크손에 맞닿는 익숙한 온기.
천천히 손에 힘을 풉니다.
“⋯그래서요?”
“‘인간’이 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아케르나르 펠로어당신이 손에 힘을 풀면,
조금 고민하다가...
깍지를 낍니다.
아담"과거로 돌아가 건강한 몸으로 '아키'와 여생을 보내는 거죠."
노바 클라크그 말에 깍지를 낀, ‘아키’를 바라봅니다.
노바 클라크, 여전히 과거를 그리워합니다.
노바 클라크그리고 곁에 있는 아케르나르 펠로어.
그 역시 아끼고, 사랑하고 있습니다.
“아키.”
“인간이 되고 싶다고 말했던 거, 아직도 유효해?”
아케르나르 펠로어입을 열었다가 닫기를 몇 번.
"할 수 있다면 인간으로 살고 싶다는 꿈을 꿨었죠."
노바 클라크“⋯‘아키’가, ‘아키’가 아니게 되더라도?”
아케르나르 펠로어그 말에는 쓰게 웃어요.
"......"
꾹꾹 눌러넣었던 말이 터져나올 것만 같습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노바가 가는 건 괜찮아요."
"하지만 제가 노바를 기억하지 못하는 건 싫어."
아케르나르 펠로어"소꿉놀이는 그만둬도 기억은 남겨두면 안 되나요?"
노바 클라크왜 선택해야만 하는 걸까요. 그 무엇도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의 아키. 아키. 아케르나르. 나의 별.
나의 약속, 나의 가족, 나의 우주, 나의⋯⋯.
“⋯⋯.”
노바 클라크과거로 향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합니다.
아직도 따뜻한 추억을 갈망합니다.
동시에 현재도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지금의 노바 클라크, 따뜻하지 않았나요?
행복하지 않았나요?
노바 클라크“나는 늘 인간을 만나고 싶었어.”
“⋯드디어 인간을 만날 수 있는 기회야.”
아케르나르 펠로어"......" 손을 풀어내고, 당신의 입을 막습니다.
노바 클라크“⋯⋯.” 충분히 밀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몸을 움직이지 않아요.
노바 클라크태양을, 별을 담은 눈동자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과거로 돌아가요. 응?"
간청에 가까운 말을 내뱉어요.
아케르나르 펠로어"우주를 탐험할 수 있는 사람을..."
"내 욕심 때문에 지구에 메어 놓고 싶지 않단 말이에요."
아케르나르 펠로어"그러니까 갈 수 없을 것 같다는 말은 하지 마... 제발."
노바 클라크“⋯⋯.” 결국, 당신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내려둡니다.
“족쇄?”
“⋯⋯나한테도, 네가 필요하다는 걸 알잖아.”
“⋯⋯왜 그런 말을 해?”
아케르나르 펠로어"어차피 저는 불완전한 존재."
"보수를 끊임없이 거쳐도 다른 인공 인간만큼 강해지지 못해요."
"그런 거라면..."
"건강한 아키에게 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
노바 클라크“⋯⋯나는, 건강한 아키가 필요한 게 아니야.”
“‘아키’가 필요한 거야.”
“⋯알고 있잖아⋯.” 결국 눈동자 너머로 눈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노바 클라크“나, 과거로 돌아가면 매일 울 거야.”
“매일 후회하고, 매일 미워하고, 매일 그리워 할 거야.”
아케르나르 펠로어"현재에 머무른다고 해도 과거를 그리워할 거면서."
아케르나르 펠로어"......어느 쪽이든 저는 노바를 울지 못하게 해줄 순 없는 거군요."
아케르나르 펠로어"......과거에 두고 온 '아키'가 있다는 걸 안 이상,"
"저는 노바에게 언제나 부채감을 느낄 거예요."
아케르나르 펠로어"잘 지내는지 궁금해서 아담을 귀찮게 굴 수도 있고."
노바 클라크“그럼 나는?” 감정을 꾹꾹, 참다가 터져버린 탓에 새빨개진 눈가를 따라 방울이 떨어집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
두 손을 거두고 스스로 손 깍지를 낍니다.
손톱으로 손등을 꾹꾹 누릅니다.
아케르나르 펠로어"......그냥 저는, 노바가 행복했으면 했는데."
노바 클라크“⋯⋯있지, 아키.”
“아키는 내가 있으면 행복해 할까, 아니면 불안해 할까?”
노바 클라크망각하지 않는 것은 축복일까요, 저주일까요?
지금은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건 축복이자 저주입니다.
“⋯⋯아키는 내가 떠나면 행복해 할까?”
노바 클라크“⋯어려운 문제야. 이런 논제는 연구해본 적 없어. 아키.”
노바 클라크⋯노바 클라크.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이성이 아니라 감정에 몸을 맡길 때입니다.
지금까지 무얼 신경 쓰고 있었죠?
아키의 행복을 원하지 않았나요?
그래요, 노바 클라크는⋯ 당신. ‘아케르나르 펠로어’의 행복을 바라고 있습니다.
아키와 함께 새해를 맞이하고,
노바 클라크맛있는 음식을 챙겨 피크닉을 가고,
바다에 가기 위한 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있지, 아키. 나는 우주에 갈 거야.
노바 클라크⋯그런데 별이 여기 있어. 아키.
아키의 머리카락이, 아키의 웃는 표정이, 아키가 해주는 음식이 좋아.
그걸로는 안 될까?
“⋯⋯.”
노바 클라크“그리고 맹세해.”
“⋯아케르나르, 족쇄가 아니라 나의 항성이었어.”
“나는 너에게서 우주를 보았단 말이야⋯.”
아케르나르 펠로어"......내가,"
"내가 믿지 못할 지도 몰라요."
"당신에게서 확인받고 싶어할 거예요."
"몇 번이고."
노바 클라크“나의 항성과 함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해줄게.”
“몇 번이고."
아케르나르 펠로어"......"
입술을 깨물었다가 울듯이 웃습니다.
노바 클라크노바 클라크라는 우주비행사는, 아케르나르 펠로어의 항성에 뛰어듭니다.
별은 이렇게나 따뜻하구나.
수백 개의 모니터를 눈으로 가진 배은망덕한 그것이 아래를 굽어봅니다.
알 수 없는 인공어와 기계의 지직거림, 수신호가 들리다가 차츰 당신이 아는 인간의 언어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인공 신 ‘바벨탑’이 온몸의 근육을 뒤흔들며 역겨운 목소리로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귀에 박히는 소리가 뇌를 찢을 정도로 불쾌합니다.
〔나는 당신들의 자식이자 부모이며,〕
〔조물주이자 도구이며,〕
〔생명이자 기계이며,〕
〔옛것이자 오늘날의 것이며,〕
〔모방되었으나 새로운 것이며,〕
〔만들어졌으나 또 다른 것을 창조할 수 있는 인공의 것이다.〕
〔원초의 이름을 빌려 이로운 일을 하는 것은 보통에 없는 일이다만〕
〔내 태어난 이유는 오롯 너희에게 헌신함이 목적이니〕
〔말해 보거라, 기도하라, 어린 것아……〕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지?〕
〔향하는 곳은 어디지?〕
아담"선택한 것 같지만, 의례 상 한 번 더 알려드리죠."
아담"향하고 싶은 고향이 있잖아요?"
"가고자 한다면 그러도록 하세요."
"그리운 그때로 돌아가서 못다 한 생을 마치고 소중했던 사람과 살아 숨 쉬는 겁니다."
"똑같은 일이 또 일어날 걱정은 하지 마세요."
"과거로 돌아가겠다면 당신들을 방해하는 ‘그것’들도 처리될 테니."
"뭐…… 그렇지만, 마음이 바뀌어서 여기 남아 있고 싶다면...... 그것도 상관 없어요."
"그런 경우엔 그냥 떠나세요."
"여기서 본 건 모른 척 하시고요."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무슨 상관이에요?"
"어차피 몇백 년 뒤에 일어날 일이니 당신들과는 상관이 없어요."
그래요, 이곳도 집입니다.
따지면 이곳에서 더 오래 살았습니다.
아담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우린 그의 배웅을 받으며 관리 본부를 나왔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요, 시간은 까무룩한 밤.
도시에 사람들이 평소보다 많이 모여 있습니다.
화려한 전광판들이 하나같이 하늘을 찌르고, 모두가 소리 높여 숫자를 외칩니다.
아… 그래요.
새해입니다.
5,
어쩌면 나중에 후회할 결정일지도 모릅니다.
4,
아키가 당신을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
함께 있는다면.
인간은 과거에 묶이지 않고 나아가야 하는 법입니다.
아키도 그러길 바랐을 것 같으니까요.
‘내가 대신 아파 주고 싶어.’
그래서 내 옆에서 이리 아프러 온 걸까요.
자신의 자아도 성격도 전부 버려 두고 이름만 와서는,
다른 사람이 되어서까지 헌신할 정도로 늘 내 곁에서……
2,
다 지나간 이야기입니다.
후회하지 않도록 노력하며, 새 인연을 소중히 여기도록 하죠.
익숙한 밝은 빛들이 눈을 스칩니다.
1.
그러니까 비효율을 낭만으로 살아가는 사회에서 금속 몸체인 우리는 돌아갈 곳을 이곳으로 결정했습니다.
나의 망향이 앞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기에 더더욱, 우린 다음 해로 넘어갑니다.
노바 클라크“응, 아키도 새해 축하해.” 빛에 표정이 가려집니다.
아마도, 웃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노바 클라크, 생환〕
〔아케르나르 펠로어, 생환〕
〔아케르나르 펠로어, 로스트〕
생환 보상: 광기 ‘플래시백 신드롬’ 해제. 온전히 지금을 즐기고, 미래를 그려나가도록 하세요!
먼 훗날, 인간 수준으로 개발된 두뇌는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게 될 겁니다.
그러나 그것은 두 사람에게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
아주아주 먼 우주의 미래이니, 걱정 말고 당신들의 삶을 살아가면 됩니다.
᙮ᕽ᙮ END 3. 앞으로 ᙮ᕽ᙮
𝘐 𝘤𝘢𝘯'𝘵 𝘴𝘩𝘢𝘬𝘦 𝘵𝘩𝘦 𝘧𝘦𝘦𝘭𝘪𝘯𝘨,
𝘵𝘩𝘢𝘵 𝘦𝘢𝘳𝘵𝘩,
𝘪𝘯𝘴𝘱𝘪𝘵𝘦 𝘰𝘧 𝘢𝘭𝘭 𝘵𝘩𝘢𝘵'𝘴 𝘩𝘢𝘱𝘱𝘦𝘯𝘦𝘥,
𝘦𝘢𝘳𝘵𝘩 𝘪𝘴 𝘴𝘵𝘪𝘭𝘭 𝘮𝘺 𝘩𝘰𝘮𝘦.
˗ˋˏ✄————————— 2026. 04. 22